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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나님, 당신께 실망했습니다 - 필립 얀시, 좋은씨앗 刊

석전碩田,제임스 2009. 11. 4. 18:49

 

 

어느 날 우연히 거실 탁자 위에 올려져 있는 이 책을 발견하고 읽기 시작했습니다. “누가 이 책을 읽고 있는거지? 내가 먼저 읽으면 안될까?”라고 했더니 군 복무를 하다가 잠시 휴가를 나와 있던 큰 아들이 전데요, 아빠 먼저 읽으세요랍니다.  

 

우선 기독교 복음주의 계통에서 그간 집필력이나 예리한 문장이 검증이 되어, 나름대로 영적 권위를 인정받고 있는 필립 얀시가 쓴 책이라는 점에서, 또 책의 제목이 너무도 강렬해서 도대체 무슨 이야기를 하려고 이런 제목을 붙였을까 하는 호기심에서 책을 읽기 시작했습니다.  

 

이 책은 저자인 필립 얀시가 구체적으로 밝히지는 않았지만, 현대를 살아가는 많은 사람들이 하나님 없이 살아가는 게 지극히 정상인 것처럼 여기고 살아간다든지, 아니면 하나님을 믿어보려고 시도했지만 삶의 현장에서 하나님이 계시다면 도저히 이런 일이 일어날 수 없을텐데라고 실망한 나머지 믿음을 저버리는 것이 자신의 당연한 최종 선택이라고 생각하는 소위, ‘하나님께 실망한 사람들에게 하나님을 믿는 믿음의 기초가 무엇인지를 진지하게 말하고 싶은 의도로 씌여진 책입니다. 그러나 그러한 사람들을 설득하고 가르치려는 태도로 쓴 글이 아니라, 깊은 공감을 가지고 의심을 가진 사람들의 눈으로 바라본, <믿음의 기초>에 관한 책입니다. 그래서 이 책에는 여느 신앙 서적과 같이 본문 중간 중간에 인용된 성경 구절을 삽입하지 않았습니다. 그런 사람들이 혹시 성경 말씀이 인용된 것을 보면 진부함이나 교조적인 느낌을 갖게 될까 염려한 세심한 배려가 묻어나는 흔적인 듯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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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의 전반부, 즉 제 1 부는, 필립 얀시가 리처드라는 한 젊은 청년을 만나는 만남에서부터 출발합니다. 삶의 여정을 달려가다가 어느 날 만나게 되는 예기치 않는 절망과 배신, 그리고 환란과 고난이 급습할 때 송두리째 흔들리는 믿음의 뿌리를 이야기하면서 실제적으로 리처드라는 젊은 신학생의 예를 들고 있는 것이지요. 그러면서 그와의 만남에서 세 가지의 질문을 꺼집어냅니다.  

 

첫 번째 질문, 하나님께서는 공평하신가? 애써 하나님을 따르려고 했지만 인생은 산산조각나고 맙니다. 비참한 자신의 상태와 다가올 하나님 나라에서의 상급을 약속하는 성경 말씀은 어떻게 연결시킬 수 있겠는가? 공개적으로 하나님을 부정했는데도 이 땅에서 사회적으로 보란 듯이 떵떵거리면서 성공을 거두고 있는 사람들에 대해서는 어떻게 생각해야 하는가? 도대체 하나님께서는 공평하신 분이신가?  

 

두 번째 질문, 하나님께서는 왜 침묵하고 계신가? 학업, 직장, 사랑 등 삶의 중대한 선택의 고비 고비때 마다 하나님께 분명한 인도하심을 구했지만 하나님은 침묵하고 계십니다. 하나님의 뜻이라고 확신을 하고 나갔지만 불행하게도 그 선택은 실패만을 안겨다 줍니다. ‘도대체 그런 아버지가 어디 있단 말인가? 아들인 내가 계속해서 넘어지는 것을 즐기는 아버지가 있을 수 있는가? 하나님이 나를 위한 놀라운 계획을 갖고 계시다고 했는데, 그렇다면 왜 그 계획이 무엇인지 나에게 말씀해주시지 않고 침묵하고 계신가?’  

 

세 번째 질문, 하나님께서는 숨어계시는가? 왜 하나님은 어떤 형태로든 우리 인간들에게 자신이 살아계시다는 사실을 보여주고 증명해주지 않으시고 숨어만 계시는가  

 

해답이 없을 것 같은 이런 세 가지의 질문을 놓고 저자 필립 얀시는 특유의 예리한 영적 안목을 가지고 하나님의 마음을 알아가는 작업을 시도합니다. 그가 이 과정에서 사용하는 방법은 스토리텔링(이야기 풀어나가기)입니다. 창세기에서부터 요한 계시록에 이르는 이스라엘 백성과 하나님의 관계 역사 속에서 펼쳐지고 있는 사랑의 이야기를, 점진적 계시의 관점에서 이야기하고 있는 저자를 만나게 됩니다. 구약 성경에서 일하시는 성부 하나님, 신약으로 와서 이 땅을 거니시면서 사람들의 모습으로 함께 하셨던 성자 하나님, 그리고 지금도 말할 수 없는 탄식으로 우리와 함께 하시면서 보이지 않는 세계, 믿음의 세계를 볼 수 있도록 할 뿐 아니라, 이제는 그 사명을 우리(교회)에게 주셔서 이 땅을 변화시키도록 사명를 주시는, 우리 안에서 활동하고 계시는 성령 하나님을 소개하고 있습니다. 결국 성경에 등장하는 믿음의 거장들이야말로 하나님께 실망했던 사람들의 표본이지만, 그들은 하나같이 <실망>에서 머무르지 않고 그 실망을 넘어 <믿음>으로 더 큰 그림, 하나님이 무대 뒤에서 그리는 큰 그림을 볼 수 있었던 사람들임을 증언합니다.  

 

그의 글을 한번 따라 가 봅니다.

 

“바울의 말을 빌리면 이러한 구약의 방법은 ‘돌에 써서 새긴 죽게하는 율법 조문의 직분’이다. 그것은 ‘우리를 그리스도에게로 인도하는 초등교사’일 뿐이다. 하나님은 자신의 계획과 뜻을 여러 음성으로 들려주셨다. 이에 대해 천둥소리 같은 첫 번째 음성은 확실히 이점이 있었다. 시내산에서 하나님의 음성이 들려오거나 갈멜산에 불이 내렸을 때 아무도 의심하지 않았다. 그러나 그 음성을 듣고 두려워했던 사람들은, 예를 들어 시내산과 갈멜산의 이스라엘 백성들은 곧 그 사실을 잊어버리고 말았다. 그리고 음성이 침묵했을 때 끝까지 신실했던 사람들의 수는 적었다.

 

두 번째 음성은 말씀이 육신이 되신 예수님에게서 들려왔다. 하나님의 음성은 팔레스타인 어느 시골 유대인의 사투리 속에서 들려오기 시작했다. 그것은 보통 사람의 음성이었다. 예수님의 음성은 권위가 있었지만 부드러웠기 때문에 사람들이 그 말을 듣고 서로 논쟁할 수도 있었고, 심지어 그 분을 죽일 수도 있었다.

 

예수께서 승천하신 뒤, 세 번째 음성이 새로운 형태로 들려왔다. 오순절 날 신실한 무리에 방언이 임했고 교회, 즉 하나님의 몸이 생기기 시작했다. 성경에는 성령이 ‘소멸될 수도’ 또 근심케 될 수도‘있다고 기록하고 있다. 성령은 이처럼 가장 친밀한 음성이다. 우리가 연약할 때, 우리가 무엇을 기도해야 할지 모를 때 우리 안의 성령께서 말할 수 없는 탄식으로 우리를 위하여 중보하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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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의 2부는 오늘 날 현대인들이 직면하고 있는, 앞에 기록했던 세 가지의 질문에 가장 잘 내던져진 인물인 구약의 욥을 만나는 이야기를 하면서 시작이 됩니다. 욥기야 말로 하나님에 대한 실망을 공부하기에 가장 안성맞춤인 말씀이라고 얀시는 말합니다. 그러니까 2부는 욥기를 읽다보면 이 책의 저자 필립 얀시가 이미 던져놓은 세 가지의 질문에 대해서 욥기는 무엇을 말해주고 있는지를 이야기하기위해서 교과서로 사용하고 있다는 생각을 하게 할 정도로, 바로 욥기의 묵상서라는 사실을 금방 알게 됩니다.  

 

저는 이 2부 부분을 읽으면서 그동안 제가 화두를 가지고 묵상하는 여러 주제들이 한꺼번에 언급되는 것을 발견하고 얼마나 기뻤는지 모릅니다. 창세기에서부터 요한계시록에 이르는 인간 역사의 이야기 속에서 하나님께서 어떻게 일하고 계시는지에 대한 주제, 그리고 만물을 회복하는 재창조의 사역에 우리가 어떻게 동참할 수 있는지에 대한 비젼과 또 확신, 보이는 세계에 살아가는 보통 사람 욥과 보이지 않는 세계에서 욥의 믿음으로 말미암아 영향을 받고 계신 하나님의 실존에 대한 주제, 마지막 사명이 주어진 교회의 본질과 사명에 대한 주제들이 방대하게 언급되고 있습니다.  

 

욥의 이야기가 전개되어가고 있는 이야기를 따라가다 보면, 욥의 이야기 무대 뒤쪽에서 사탄의 영과 싸우고 있는 하나님의 안타까운 음성이 들려오는 듯 합니다. 뿐만 아니라 예수 그리스도에 대한 확실한 믿음이 없어 자꾸만 속이는 영인 사탄의 영에 사로잡혀 흔들리는 믿음으로 불안하게 살아가는 우리들에게 확실한 믿음의 끈을 잡도록 촉구하는 저자의 안타까운 음성도 들려오는 듯 합니다. 이생의 자랑과 안목의 정욕과 육체의 정욕이라는 무기를 드리대며 우리를 공격하는 사탄의 속임수에 흔들리지 않는 참 믿음(충성)이 우리에게 왜 필요한지를 확신있게 전해 줍니다.  

 

우리의 겉 사람은 낡아지나 우리의 속 사람은 날로 새로워지는 도다. 우리가 잠시 받는 환난의 경한 것이 지극히 크고 영원한 영광의 중한 것을 우리에게 이루게 함이니 우리가 주목하는 것은 보이는 것이 아니요 보이지 않는 것이니 보이는 것은 잠깐이요 보이지 않는 것은 영원함이라.”     

 

저자는 책의 마지막 부분을 쓰면서, 보이지 아니하는 세계에 계신 하나님이 보이는 세계로 나타나셔서 눈에 보이는 증거를 보여달라고 하나님 왜 숨어계십니까?”라고 울부짖는 것만이 능사가 아니라는 사실을 조목 조목 증언합니다. 저자는 만일 우리가 하나님으로부터 눈에 보이는 증거를 보여달라고 요청한다면, 우리는 영원히 실망 속에서 살아갈 일을 준비해야 한다고까지 표현합니다. 왜냐하면 참된 믿음은 하나님을 조종해서 우리의 뜻을 이루어 달라는 것이라기 보다는 우리로 하여금 그 분의 뜻을 행하도록 만들기 때문입니다. 성경에 기록된 하나님의 사람들은 모두 욥과 같이 하나님과 극적으로 만난 사람들이 아니라, 숨어 계시는 듯한 하나님을 보여 달라고 요구하지 않고 오히려 그럼에도 불구하고 하나님을 신뢰한 사람들의 기록이라는 것입니다. 그래서 히브리서 기자는 11장에서 위대한 믿음의 선진들을 소개하면서 약속을 받지 못했으되 그것들을 멀리서 보고 환영했다고 표현하며 이런 사람들은 세상이 감당치 못하는 사람이라고 말하고 있습니다.  

 

<하나님, 당신께 실망했습니다>라는 책을 다 읽고 나면 나를 실망시키는 하나님이 아니라, 지금도 우리 개개인을 거룩한 하나님의 일에 동참시키시길 원해서 우리 이름을 부르시고 기다리시는 사랑의 하나님을, 믿음의 눈으로 더욱더 바라보게 됩니다  

 

이 가을에 렉치오 디비나(거룩한 독서) 도서로 강력하게 이 책을 추천드리고 싶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