컴퓨터나 주변 기기를 납품하는 한 업자가 새로운 학기를 맞아 평소 거래하는 부서에 판촉물이라면서
조그만 기념품을 놓고 갔는데, 열어보니 의외의 것이었습니다. 황동규 시인의 시집 <겨울밤 0시 5분>
이라는 시집을 펼치면서, 판촉 기념품으로는 정말 기가 막히다는 생각을 했습니다. 왜냐하면 시집 한
권을 판촉물로 거래처에 선물할 수 있는 게 아무나 할 수 있다는 생각이라고 들지 않기 때문입니다.더
구나, 우리 조직같이 공공기관의 성격을 띈 기관에서는 신청하는 부서와 구매 부서가 엄격하게 분리되
어 있는 구조이기 때문에 개개 부서에서 거래처를 안다고해서 그 해당 업체와 거래가 성사될 가능성은
전혀 없는데도 말입니다. 감격이었습니다.
이런 감격을 놓치지 않으려고 시집을 보낸 회사의 사장에게 전화를 해서 고마움의 인사와 격려를 하고
말았습니다. 장사를 하면서도, 시를 읽을 수 있는 여유를 가진 사장이 참 위대해 보였습니다. 전화 선
너머에서 들려온 사장님의 말입니다.
"모두 힘들다고, 어렵다고 하는 이 때 시를 읽으면서 힘내시라고 그렇게 했어요."
*
맞습니다. 힘내십시오. 세상은 아직도 이렇게 살맛나는 곳이니까요.
그 시집에 있는 시 한편을 함께 감상하고 싶습니다.
삶의 맛
환절기, 사방 꽉 막힌 감기!
꼬박 보름 동안 잿빛 공기를 마시고 내뱉으며 살다가,
체온 38도 5부 언저리에서 식욕을 잃고
며칠 내 한밤중에 깨어 기침하고 콧물 흘리며
소리 없이 눈물샘 쥐어짜듯 눈물 흠뻑 쏟다가,
오늘 아침 문득
허파꽈리 속으로 스며드는 환한 봄 기척.
이젠 휘젓고 다닐 손바람도 없고
성긴 꽃다발 덮어주는 안개꽃 같은 모발도 없지만
오랜만에 나온 산책 길, 개나리 노랗게 울타리 이루고
어디선가 생강나무 음성이 들리는 듯
땅 위엔 제비꽃 솜나물꽃이 심심찮게 피어 있다.
좀 늦게 핀 매화 향기가 너무 좋아 그만
발을 헛디딘다.
신열 가신 자리에 확 지펴지는 공복감, 이 환한 살아있음!
봄을 뒤집어쓰지.
광폭(廣幅)으로 걷는다.
몇 발자국 앞서 뛰는 까치도 광폭으로 뛴다.
이 세상 뜰 때
제일로 잊지 말고 골라잡고 갈 삶의 맛은
무병(無病) 맛이 아니라 앓다가 낫는 맛?
앓지 않고 낫는 병이 혹
이 세상 어디엔가 계시더라도.
*
*
또 오늘은, 뜻하지도 않게 정말 귀한 한 권의 성경을 배달 받았습니다. 성당을 다니시는 지인 한
분이 이번에 천주교회에서 역작으로 번 역한, 한국선교 200주년 기념 신약성경이 출판되었는데
성경을 보는 순간 제임스가 생각났다면서 보내온 것입니다.
1,400쪽이 넘는 두툼한 분량의 주석 성경을 펼쳐놓고 오늘은 하루 종일 어린아이 마냥 즐거워
싱글벙글할 수 있었습니다. 사순절 기간, 그리고 다음 주 부터 고난 주간이 시작되는 이 즈음에
행복해 할 수 있는 조건들이 있어 너무 좋습니다.
▣ Over And Over sung by Nana Mouskouri
I never dare to reach for the moon
I never thought
I'd know heaven so soon
I couldn't hope to say how I feel
The joy in my heart
no words can reveal
나는 감히 달에 가보려고 하지는 않아요
일찍이 천국을 알아보겠다고
생각해본 적도 없어요
내 맘속의 이 기쁨의
느낌이 어떠한지를
말하고 싶을 수도 없었지요
어떤 말로도 나타낼 수 없으니까요
Over and over I whisper your name
Over and over I kiss you again
I see the light of love in your eyes
Love is forever
no more good-byes
몇 번이고 당신의 이름을 되뇌여봅니다
수도 없이 당신에게 키스를 합니다
당신의 눈 속에서 사랑의 불빛을 봅니다
사랑이란 영원한 거지요
더 이상 이별은 없는거예요
Now just a memory the tears
that I cried
Now just a memory the sighs
that I sighed
Dreams that I cherished
all have come true
All my tomorrows
I give to you
지금 나는 추억을 그리워 하며
눈물을 흘리고 있어요
지금 난 추억을 그리워 하며
한숨을 쉬고 있어요
소중히 간직했던 모든 꿈들이
실현되고 있어요
나의 모든 미래까지도
난 당신에게 아낌없이 드립니다
Over and over I whisper your name
Over and over I kiss you again
I see the light of love in your eyes
Love is forever
no more good-byes
몇 번이고 당신의 이름을 되뇌여봅니다
수도 없이 당신에게 키스를 합니다
당신의 눈 속에서 사랑의 불빛을 봅니다
사랑이란 영원한 거지요
더 이상 이별은 없는거예요
Life's summer leaves
may turn into gold
The love that we share
will never grow old
Here in your arms
no words far away
Here in your arms
forever I'll stay
여름의 나뭇잎 같았던 삶은
고귀한 것이 되었고
우리가 나누었던 사랑은
결코 시들지 않을거예요
여기 당신의 품 속에서는
어떤 말도 멀어지지 않을 것이고
여기 당신의 품 속에서
영원히 머물겁니다.
Over and over I whisper your name
Over and over I kiss you again
I see the light of love in your eyes
Love is forever
no more good-byes
몇 번이고 당신의 이름을 되뇌여봅니다
수도 없이 당신에게 키스를 합니다
당신의 눈 속에서 사랑의 불빛을 봅니다
사랑이란 영원한 거지요
더 이상 이별은 없는거예요
Over and over I whisper your name
Over and over I kiss you again
I see the light of love in your eyes
Love is forever
no more good-byes
몇 번이고 당신의 이름을 되뇌여봅니다
수도 없이 당신에게 키스를 합니다
당신의 눈 속에서 사랑의 불빛을 봅니다
사랑이란 영원한 거지요
더 이상 이별은 없는거예요
Lai...la...la...lai Lai...la...la...lai
La...la...la...ri...la...ri...la...la...li...
Lai...la...la...lai Lai...la...la...lai
La...la...la...ri...la...ri...la...la...li...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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