저는 요즘 드라마 보는 재미에 푹 빠져 있습니다. 오래 전, <야인시대>라는 드라마를
즐겨 본 후로 TV드라마와는 담을 쌓고 살았는데, 최근 다시 드라마 재미에 빠지게 된
이유는, 다분히 개인적인 것에서부터 시작된 것입니다.
영화 카메라 감독으로 성공한 조카가 몇년 전 영화 배우와 결혼을 하였는데, 첫 아이를
낳은 후 다시 활동을 시작하게 된 드라마라고 해서 보다가 재미를 붙이게 된 것이지요.
모 방송사의 월화 드라마인 <에덴의 동쪽>이 바로 그 드라마입니다. '에덴의 동쪽'은
원래 미국의 소설가 존 스타인백의 자전적 소설이자, 이 소설이 영화화 되면서 주인공
중 둘째 아들(칼)의 역을 맡은 영화 배우 제임스 딘을 일약 가장 촉망받는 젊은 배우로
만든 영화의 제목입니다. 사랑과 미움, 증오와 배반, 그리고 대를 걸쳐 이어지는 복수
극 등 인생의 질곡을 표현하는 데 있어, '에덴의 동쪽'이라는 표현은 마치 하나의 고유
명사처럼 쓰여진 것이라고 보면 될 것 같습니다.
이 드라마에서 조카의 아내는 작은 식당을 운영하면서 살아가는, 드러나지 않는 조연
역을 맡고 있습니다.
드라마를 보면서, 원작 소설인 에덴의 동쪽보다 더 탄탄한 이야기의 구성에 놀라움을
금치 못합니다. 우리나라의 현대사에서 있음직한, 또는 우리가 직간접적으로 알고 있
을 법한 역사적인 사건들을 소재 삼아, 절묘하게 이야기를 엮어내고 있어 이야기가
전개될수록 자꾸 드라마에 몰입되고 있습니다.
*
<스토리텔링>이라는 말이 참 많이 쓰여지고 있는 요즘입니다. 스토리텔링은 곧 이야
기를 풀어나가는 것입니다. 어릴적 할머니가 손자 손녀를 데리고 옛날 이야기를 하는
것에서부터 시작해서, 매주마다 교회강단에서 설교되어지는 목사님의 설교도 하나의
이야기입니다. 어쩌면 우리 주위를 둘러보면 삶의 모든 면이 스토리텔링이 아닌가
싶을 정도로, 요즘보다 이야기가 넘쳐나는 시대는 없는 것 같습니다.
그러나 정작 문제는, 자신의 이야기는 하기 힘든 시대가 요즘이기도 합니다. 그저 다
른 사람에 대한 이야기, 경제에 대한 이야기, 정치에 대한 이야기, 또 스타들에 대한
이야기가 넘쳐나고 있을 뿐입니다. 이야기는 많지만 정작 '내 이야기'가 없습니다.
내 존재를 확인해 줄 이야기, 내 삶의 가치와 의미를 부여해 주는 이야기는 없습니다.
그래서 풍요로움 속에서도 고독하고, 소통이 이루어지지 않아 늘 갈급할 따름입니다.
아마도 2천 5백여년 전 아모스라는 선지자가 살았던 시대에도 현상은 같았나 봅니다.
주 여호와께서 가라사대, "보라 날이 이를찌라 내가 기근을 땅에 보내리니 양식이 없
어 주림이 아니며 물이 없어 갈함이 아니요 여호와의 말씀을 듣지 못한 기갈이라."
(아모스 8:11)
*
추운 겨울의 문턱, 경제적 한파마저 몰아치고 있는 이 즈음, 비록 탄탄한 구조가 있
는 이야기는 아니지만, 우리 각자의 기쁨과 슬픔을 담은 훈훈한 이야기가 풍성한 이
계절이 되었으면 하는 마음입니다.
▣ El Condor Pasa Sung by Simon & Garfunkel
I'd rather be a sparrow than a snail
Yes I would If I could, I surely would
Hm, Hm
I'd rather be a hammer than a nail
Yes I would If I only could, I surely would
Hm, Hm
달팽이보다는 참새가 되겠어
할 수만 있다면 꼭 그럴거야
못보다는 망치가 될거야
할 수만 있다면 그렇게 하겠어
꼭 그럴거야
A way, I'd rather sail a way
Like a swan that's here and gone
A man get's tied up to the ground
He gives the world it's saddest sound
It's saddest sound
Hm, Hm
멀리, 차라리 멀리 항해를 떠나겠어
여기에 머물다 떠나간 백조처럼
인간은 땅에 머물러 있다가
가장 슬픈 소리를 세상에 들려 주지
가장 슬픈 소리를
I'd rather be a forest than a street
Yes I would If I could, I surely would
I'd rather feel the earth beneath my feet
Yes I would If I only could, I surely would
도심의 거리보다는 숲이 되겠어
할 수만 있다면 그럴거야, 꼭 그럴거야
차라리 내 발아래 흙을 느끼고 싶어
할 수만 있다면 그렇게 하겠어
꼭 그럴거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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