글-隨筆 · 斷想

12월을 맞으며, 두렵고 떨리는 마음으로

석전碩田,제임스 2008. 12. 3. 19:12

마종기 시집 <새들의 꿈에서는 나무 냄새가 난다>를 펼쳐들고 시들을 하나

하나 읽어가면서 시인의 묵상을 따라 갑니다. 

 

  두렵고 떨리는 마음으로*

 

봄 밤에 혼자 낮은 산에 올라

넓은 하늘을 올려보는 시간에는

두렵고 떨리는 마음으로

별들의 뜨거운 눈물을 볼 일이다.

상식과 가식, 수식으로 가득 찬

내 일상의 남루한 옷을 벗고

두렵고 떨리는 마음으로, 오늘 밤,

별들의 애잔한 미소를 볼 일이다.

 

땅은 벌써 어두운 빗장을 닫아걸어

몇 개의 세상이 더 가깝게 보이고

눈을 떴다 감았다 하며 느린 춤을 추는

별 밭의 노래를 듣는 침묵의 몸,

멀리 있는 줄만 알았던 당신,

맨발에, 두렵고 떨리는 마음으로.

 

* 신약 빌립보서 2장 12절

그러므로 나의 사랑하는 자들아, 너희가 나 있을 때 뿐 아니라 더욱 지금 나

없을 때에도 항상 복종하여, 두렵고 떨림으로 너희 구원을 이루라.

 

그의 시를 읽으면,  삶을 경건하게 살아가는 한 사람의 구도자를 만나는 듯

합니다. 아니, 경건한 삶이라기 보다는, 지금까지 살아왔던 그림자의 삶에서

나와 '또 다른 삶'을 발견한 자로서 이제는 어떻게 살아가야 할 지를 아는 지

혜들을 독자와 함께 나누고 싶어하는 모습이 엿보이는 듯 합니다.

 

  들꽃의 묵시록

 

1

일 년 만에 사도 요한이

깊은 바위 동굴에서 나온다.

에게 해협의 파트모스 돌섬,

햇살은 예년같이 따뜻하다.

 

너무 늙어 앞이 잘 보이지 않는다.

받아놓은 빗물을 한 잔 마시고

서로 사랑하라고 손을 흔든다.

예수가 죽은 지도 오래되었는데

돌길을 천천히 걸어 가면서

흩날리는 저 백발은 무슨 뜻인가.

 

2

요한이 풍랑의 목선에 띄워 보낸

일곱 교회에 보낸 편지가 도착했다.

오랜 바닷길을 흘러온 말의 그림자,

벌칙과 순서와 가설에 찢겨진 채

사랑과 고통의 진심이 잘 보이지 않는다.

파도 높은 수평선도 잘 보이지 않는다.

 

3

신약의 묵시록을 썼다는 요한의 동굴,

물 한 잔 돌상 위에 얹어 놓은 채

희랍 정교의 젊은 신부가 졸고 앉았다.

검고 긴 모자를 눌러 쓴 해맑은 얼굴에

어려운 꿈의 幻視가 간단하게 그려 있다.

돌 층계 수십 개 딛고 굴 밖으로 나오니

섬에 사는 바람이 얼굴을 씻어주고

흔적으로 모여 있는 들꽃들이 몰려 와

서로 사랑하라고 목소리 죽여 속삭인다.

파도 소리 때문에 꼭 누구의 말이었는지

내 두 다리 떨게 하던 그 목소리의 무늬,

진하고 뜨거운 들꽃만 흔들리고 있었다.

 

*

 

다시 한 해의 끝 자락인 12월입니다. 한 해가 가고 또 한 해를 맞는 이맘 때

가 되면 늘 나 자신을 성찰해 보는 시간을 갖게 됩니다. 

 

올해는  어느 때 보다도 어수선한, 겨울 바람에 피부가 터진 듯한 분위기의 

중심에서, 차분하게 나 자신을 뒤돌아  보는 시간을 갖습니다. 시인이 담담

한 마음으로 읊었던 노래를 따라가며 나 자신도  상식과 가식, 수식으로 가

득찬 일상의 남루한 옷을 볼 수 있는 눈을 달라고 또 용기를 내서 그것들을 

벗게 해 달라고 기도해 봅니다.  

 

닫혔던 눈을 열어 '애잔한 별들의 미소'를 볼 수 있도록, 그들의 '침묵의 노

래 소리'를 듣게 해 달라고 말입니다.

 

여호와께서 나와 관계된 것을 완전케 하실찌라. 여호와여, 주의 인자하심

이 영원하오니, 주의 손으로 지으신 것을 버리지 마옵소서.(시138:8)

 

▣ The Water is Wide sung by Carla Bonoff

 

The water is wide

I can't cross over

And neither have I wings to fly

Give me a boat

that can carry two

And both shall row

my love and I

 

바다가 너무 넓어

건널 수가 없어요

난 날아갈 날개도 없어요

두 사람이 탈 수 있는 배를 주세요

내 사랑과 내가

노를 저어 갈 수 있게

 

Oh, love is gentle

and love is kind

The sweetest flower

when first it's new

But love grows old

and waxes cold

And fades away

like morning dew

 

오, 사랑은 온유하고

사랑은 부드러운 것

사랑이 처음 싹틀 때는

가장 향기로운 꽃이지만

사랑도 나이가 들면

차갑게 식어가고

아침 이슬처럼 소멸해 가는 거죠

 

There is a ship

and she sails to sea

She's loaded deep

as deep can be

But not as deep as the love I'm in

I know not how I sink or swim

 

바다를 항해하는

배가 한 척 있군요

그 배는 짐을 가득 실었지만

당신에게 빠진 내 사랑만큼

가득하진 않아요

내 운명이 어떻게 될지 나도 모르는 걸요

 

The water is wide

I can't cross over

And neither have I wings to fly

Give me a boat

that can carry two

nd both shall row

my love and I

 

바다가 너무 넓어

건널 수가 없어요

난 날아갈 날개도 없어요

두 사람이 탈 수 있는 배를 주세요

내 사랑과 내가

노를 저어 갈 수 있게

 

And both shall row

my love and I

 

내 사랑과 내가

노를 저어 갈 수 있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