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행과 산행후기

2008.11.8 충북 옥천 달이산

석전碩田,제임스 2008. 11. 9. 12:26

달이산.

와우 산악회에서 10월의 산행지로 계획해 놓은 산입니다. 

처음 들어보는 산이라, 어디 쯤에 있는 산인지를 알아보려고 인터넷 검색을 해 보았지만 어디 쯤에 있는 어떤 산인지 통 감을 잡을 수가 없습니다.  다만 가을이 깊어가는 10월, 단풍으로 유명한 산에 가서 괜히 단풍 구경보다는 사람구경 만 하고 돌아오는 것보다, 잘 알려지지 않은 산이지만 호젓한 산행길에서 떨어지는 낙엽소리 들으며 진짜 가을 단풍을 만끽할 수 있는 산행이라면 더 의미가 있으리라는 생각에서 기대를 하고 따라 나섰습니다.  그러나 결론적으로 말하면, 달이산 산행은 바로 이런 나의 마음을 채워주기에 충분히 멋진 가을 산행이었습니다.

 

 

월이산(달이산)(해발 551m). 일명 '달이산'이라고도 하고, 한문 이름으로는 '月伊山'이라고도 불린다는 산.   인터넷에 소개되어 있는 달이산에 대한 소개는 대개 다음과 같은 내용이었습니다. 

 

영동군 심천면과 옥천군 이원면의 경계에 위치한 월이산(달이산)은 초저녁에 이원면에서 바라보면 동남쪽 산 위로 달이 떠 오른다고 하여 "달이 떠오르는 산"이라는 뜻으로 붙여진 이름이며, 월이산(月伊山)이라고도 합니다.  또 전해내려 오는 전설에 의하면, 옛날에 이 동네에 살던 <월이>총각은 힘이 장사라서 동네 사람들이 멀리하여 항상 외롭게 지냈는데,  하루는 같은 마을의 <일향> 처녀가 개울가에서 노는 총각의 모습을 바라보다가 그의 순박하고 믿음직한 모습에 반해 남의 눈을 피해가며 사랑의 꽃을 피워가고 있었답니니다.  이 사실을 알게 된 처녀 부모가 <일향>이 바깥 출입을 하지 못하도록 금지하자, 처녀는 집안에 갇힌 채 눈물과 한숨으로 지내다가 그만 소나무에 목을 매고 자결하고 말았습니다. 뒤늦게 이 사실을 알게 된 총각도 이루지 못한 사랑의 아픔을 이겨내지 목하고 끝내 패인이 되어 세상을 뜨게 되었다는 슬픈 이야기입니다. 이런 전설이 전해지는 이 달이산은 <월이산>, <일향산> 등으로 불리워지기도 합니다.

 

*

 

오늘의 산행코스는 옥계폭포를 들머리 기점으로 - 천손고개 - 달이산 정상 - (투구봉 방향) - 범바위 못 미쳐 삼거리 - 천탑 - 서재마을(마곡리) - 일지명상센터 - 옥계폭포로 다시 돌아오는 코스로 약 4시간정도가 소요되었습니다.

 

일전에 강원도 치악산을 갔다가 내려오는 길에 무슨 '폭포'라는 팻말에 폭포 구경이나 하고 가자고 일부러 계곡 아래까지 갔다가, 2~3미터 정도의 물이 암소 오줌 누듯이 떨어지는 걸 보고 실망을 한 적이 있어 처음부터 '옥계폭포'라는 말에 기대를 하지 않았습니다. 기대했다가 실망이 클까봐 미리 준비를 한 셈이라고나 할까요. 잘 단장된 무지개 다리를 건너자 퉁소를 불고 있는 난계 박연(3대 악성의 한 사람으로 이곳 영동이 고향이라고 하네요)의 이미지가 올려져 있는 옥계폭포 탑과 '시인 묵객의 옥계폭포' 표지석이 우리를 맞습니다.

 

기대를 하지 않으면 덤으로 보너스가 주어지는 것일까요. 옥계폭포는, 높이 20미터 정도의 그야말로 제대로 된 '폭포'였습니다. 늦가을이었지만 제법 많은 물줄기가 시원하게 떨어지고 있었지요. 폭포를 배경으로 우리 일행은 단체 사진을 찍은 후 왼쪽으로 나 있는 산행로로 접어 듭니다.  폭포를 오른쪽으로 두고 가파르게 나 있는 등산로를 올라서니,  폭포에서 떨어지는 제법 많은 물줄기는 폭포를 살리기 위해서 아래 있는 저수지의 물을 다시 폭포위 소(沼)로 퍼 올리는, 직경 30Cm는 넘을 만한 큰 관이 설치되어 있기 때문이라는 것을 금방 알 수 있었습니다. 한 사람의 관광객이라도 더 오게 하려는 눈물겨운 <영동군청>의 노력이 엿보이는 듯 했습니다.

          

 

폭포 위쪽에 올라서니 장승이 여러 개가 세워져 있고 장승마다에는 뇌호홉이니 하는 글귀들이 보입니다. 산행로 초입 팻말에 '일지명상센터'라는 게 있을 걸 보니 아마도  그  명상수련원에서  세워 놓은 장승인 듯했습니 다. 

 

곧바로 나타나는 계곡의 작은 다리를 하나 건너면 서재마을로 가는 길과 '비전행군로'라고 쓰여있는 이정표가 있는 갈래 길이 나옵니다. 이곳에서 우리는 오른쪽 산행로로 접어듭니다. 이곳에서부터 약 1시간 가량  정신없이 가파르게 올라야 하는 힘든 코스였지만, 가을이 무르익어가는 산행로가 너무도 아름다워 힘든 신음보다는 감탄사가 절로 터져나오는 코스였지요. 아니 오늘의 산행은  산행내내 다른 팀을 한 팀도 만나지 않을 정도로 호젓한 가을 만추 산행을 즐길 수 있었던 게 백미였습니다.  바람이 불 때 수수 떨어지는 낙엽 소리가 귓가를 스치고, 울긋불긋 물들어가는 단풍 든 산야가, 산을 오름에 따라 고도가 달라질 때마다 달라지는 모습이 너무도 환상적이었지요.

         

 

정상에 다다르기 전, 조망이 좋은 어느 능선 쯤에서 누가 먼저랄 것도 없이 환호성이 터집니다. 능선에서 내려다 보이는, 편안하게 누워있는 금강의 푸른 물, 그리고 시원스럽게 달리고 있는 고속도로와 국도의 씩씩함, 기차 철로와 고속철도가 마치 달리기 시합이라도 하듯 길게 뻗어 있는 넓은 산 아래 가을 풍경은 어찌 그리도 평화스러워 보이던지요.

 

산행로를 걸으면서, 한가지 아쉬운 것은 옥계폭포를 온통 인위적으로 꾸며 놓은 것과 같은 그런 요란함은 아닐지라도, 폭포를 꾸며놓은 정성의 몇분의 일이라도 투자해서 달이산 산행로를 개발해 놓았으면 좋았겠다는 생각이었습니다. 월이산 정상까지 가는 데 제대로 된 팻말을 하나도 발견할 수 없었으니까요. 아니 팻말이라기 보다, 인근에 있는 명상센터에서 자신들만의 영역표시라도 해 놓은 듯 조잡한 팻말을 설치해 놓은 것 외에는 없었습니다. 

 

달이산 정상에는 어느 분의 산소인지 비석까지 세워놓은 산소가 여러군데 자리를 차지하고 있더군요. 이게 어찌된 일일까 의아해 하다가, 이 달이산이 어느 분의 개인 소유로 되어 있기 때문에, 선산으로 묘을 쓰지 않았나 하는 이해를 하면서도 이건 해도 너무 한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산소를 쓴 분들은 비석에 너무도 자랑스럽게 "000朴氏之墓"라고 새겨놓고, 자손들의 이름을 써 놓았더군요. 이 산소 때문인지 군에서 세워 놓은 '달이산' 표지석은 산소 옆으로 비켜나 저 아래 한 구석에 자리를 잡고 있었습니다.

    

 

정상은 주변의 지형들이 발 아래로 모두 다 보여 조망권이 탁월했습니다.  좌측으로부터 천태산, 대성산, 서대산, 장용산, 마성산이 남쪽에서부터 서쪽까지 펼쳐지고, 서쪽으로 이원읍내가, 복동쪽으로 심천이 한눈에 들어오고, 동쪽에서 북쪽으로 구비돌아 흐르는 파란 금강의 모습이 가슴이 후련하리 만큼 조망이 아름답습니다.

 

정상에서 "국사봉, 술목재, 마니산"이라고 쓴 팻말을 따라 서쪽 능선으로 하산을 시도합니다. 낙엽 쌓인 길을 조심스럽게 내려오다 투구봉에 못미쳐 '범바위'라고 이름 붙여진 곳에서 좌측 서재(마곡리)마을 쪽을 향해 방향을 잡습니다. 마치 동네 뒷산과도 같은 가을 낙엽 가득한 산행로를 따라 내려오기를 1시간, 이내 우리는 마곡리 마을에 다다릅니다.

 

*

 

마곡리는 10여가구가 살고 있는 전형적인 농촌의 씨족 마을인 듯했습니다. 모과와 감이 익어가고 노란 은행나무가 흐드러지게 단풍잎을 떨어뜨리고 있는, 또 산포도가 주렁 주렁 달려있는 늦가을 풍경은 고요한 마을을 더 없이 아름답게 보이게 했습니다.  마당 한켠에 서 있는 감나무에는 대봉감이 주렁 주렁 달려 있는 정말 그림같은 마을이었지요.  집집마다 깎아 걸어 놓은 곶감은 한층 더 무르익어가는 가을 농촌을 풍성하게 했습니다.

           

 

먹음직스런 곶감이 주렁 주렁 걸려 있는 어느 집에 들어가 사진을 찍노라니, 김장을 하느라 정신없던 아주머니가 바쁜 손을 멈추고 아직은 덜 마른 곶감 하나와 토실토실 알이 박혀 있는 포도 한 송이를 건냅니다, 먹어보라고. 이러실 필요없다고 사양하니 그래도 우리 집에 온 손님인데 빈손으로 보내선 안된다며 한사코 권하는 인심이 너무도 눈물겨웠습니다.

         

 

마을을 지나 폭포 쪽으로 500여 미터 내려오니 명상센타라는 수련원이 나오고 그곳을 지나 산길을 한참 기어오르면, 처음 우리가 갈라졌던 두 갈래길 앞에 다다릅니다. 그러니까 서재 마을은 산으로 폭 둘러싸여 있는 산 마을인 셈입니다.  산 마을이지만 마을 앞으로 넓게 펼쳐진 농경지는 한 마을 사람들이 자급자족하기에는 충분할 정도의 농지가 펼쳐져 있었고 달이산의 능선이 병풍처럼 감싸고 있는 마을입니다.

 

*

 

오늘 산행은 아름다운 폭포와 확트인 조망, 그리고 불타는 듯한 가을 단풍과 떨어지는 낙엽, 또 가을 햇살과 따스한 시골 인심 등 어느 것 하나 놓치고 싶지 않은, 만추(晩秋)를 만끽했던,  즐거움이 가득한 산행이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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