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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급 좌파 - 김규항 컬럼집

석전碩田,제임스 2008. 8. 12. 19:34

래 전, 같은 대학에 근무하는 한 선배의 방을 방문했을 때, "아는 후배가 쓴 책인데 글이 참 재미있다"면서 한번 읽어보라고 건네 준 책입니다. B급 좌파..  

    

명박 정부 출범 후, 보수진영이 물만난 것처럼 기세를 드높이고 있고 또 촛불집회가 온 나라를 떠들썩하게 만들면서 극명한 좌우파 대립각이 드러나는 이즈음 책꽂이 한켠에 잠자고 있는 이 책을 일부러 작정을 하고 최근 다시 꺼내 읽었습니다  

 

CINE21이라는 영화 주간지에 실린 저자의 고정컬럼을 모아 책으로 낸 것이 B급 좌파입니다. 짧은 단상으로 이루어진 여러개의 글들속에서 치열하게 살아가는 한 젊은이를 다시 만날 수 있었습니다. 그의 글들의 매력은 너무도 솔직하다는 것입니다. 너무 솔직하기 때문에 읽는 이로 하여금, '이래도 되는건가'하고 걱정도 하게 만드는 매력이 있습니다. 또 솔직하기만 한 게 아니고 쉽고 정곡을 콕콕 찌르는 표현들이 장점입니다.   

 

소 살아가면서 평범하게 봐 왔던 현상들마저도 그의 눈을 통해서 입력되고 사고로 생각되어진 후 글로 쓰여지면 치열한 '생각거리'가 되는 걸, 글을 읽으면서 느끼게 됩니다. 그래서 솔직히 그의 글을 읽다보면 불편해지는 경우가 있습니다. 그러나 그 불편함이란 그렇게 살지 못하는 나의 나태함이나 게으름, 그리고 용기없음에 대한 반응입니다  

 

은 우리가 살아가고 있는 이 땅의 삶의 현실에 대해서 많은 이야기들을 쏟아놓고 있지만, 자신의 이야기들 - 자식이야기, 부모 이야기, 가족 이야기 등- 도 진솔하게 쓰고 있습니다. 그래서 이 모든 이야기들을 통해서, 위선을 떨고 있는 많은 D급도 안되면서 A급이라 칭하는 진보아닌 진보, 좌파 아닌 좌파들을 철저히 바보로 만듭니다  

 

인을 B급 좌파라고 말하는 김규항의 글을 읽어 내려가다보면, 이런 사람이 B급 좌파라면 도대체 A급 좌파란 누구를 두고 하는 말일까 의아해집니다. 그의 표제글 중에서 마지막 부분을 한번 인용해 봅니다.  

 

" 이제 마흔에 임박한, 80년대의 한 하찮은 성원인 나는 생각한다. 사람은 누구나 좌파로 살거나 우파로 살 자유가 있지만 중요한 건 그런 선택을 일생에 걸쳐 일상 속에서 지키고 감당할 수 있는 수준으로 한정하는 일인 것 같다. 좌파로 사는 일은 우파로 사는 일에 비할 수 없이 어려우며, 어느 시대나 좌파로 살 수 있는 인간적 소양을 가진 사람은 아주 적다. 우파는 자신의 양심을 건사하는 일만으로도 건전할 수 있지만, 좌파는 다른 이의 양심까지 지켜내야 건전할 수 있기 때문이다. 80년대 우리의 선택은 대개의 우리가 지키고 감당할 수 있는 수준을 넘었던 것 같다.  

 

늘 나는 '네 이념이 뭐냐'는 질문에 [초보 좌파]라 답하곤 한다. 초보라 한정하는 건 내가 좌파가 뭔가를 제대로 안지 얼마 안되었다는 이유보다는, 아직은 내가 제대로 된 좌파로 살아갈 가망성이 그리 많아 보이지 않기 때문이다. 과연 나는 좌파로 살아갈 수 있을까. 과연 나는 (글이나 말로가 아니라) 일생에 걸쳐, 일상 속에서 좌파의 삶을 지속할 수 있는 인간적 소양을 가진 사람인가. 자신 없어 하는 내게, 한 어린 후배가 붙여준 새로운 별명이 위안을 준다. B급 좌파. 그래, B급이라도 좌파로 살 수 있다면.(20005)"  

 

의 블로그(http://www.gyuhang.net/)를 방문하시면 그가 쓴 글들을 만나 보실 수 있을 것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