개는 먹어도 개와는 안 먹는다

자생력(自生力)과 자정력(自淨力)

석전碩田,제임스 2008. 8. 5. 14:48

어쩌다 우리는 자생력을 잃고 허우적거리게 됐는데 언제부턴가 자정력까지 잃어가는 게 현실이다. 얼마전 한 TV가 한 미국 가정 입양 자매를 소개했다. 가난한 부모 탓에 미국 가정에 입양되었다가 양부모에게서 버림받은 자매였다. 하나 그들은 미국에서 훌륭하게 자란 대학생들이 되어 한국의 생부모를 찾아왔다. 자신들의 과거와 부모의 형편을 알고 싶어서였다. 자신들의 부모가 왜 자기들을 버렸나, 가난했지만 자기들을 아직도 사랑하는가 하는 것 등을 알고 싶어 왔다고 했다. 한데 그들의 언행이 어떻게나 예의바르고 생각이 어른스러운지 참 인상적이었다. 만일 반대로 미국의 한 자매가 부모에게 버림받고 한국 가정에 입양됐다가 또 버림받았다고 할 때에 과연 그들이 지금 그들처럼 훌륭하게 성장할 수 있었을까 생각해 보았다. 아마 어느 그늘진 사회에서 떳떳하지 못한 삶을 살아가고 있을 것이라는 짐작은 지나칠까?  

 

사실 우리 사회에 들어오는 것은 인격이건 문화건 종교건 모두 변질되고 만다. 욕심을 버리고 부처가 되라는 가르치는 불교도, 자기희생의 사랑을 가르치는 기독교도 우리 사회에선 기복 신앙을 크게 넘지 못하는 수준이 된다. 서구의 정치적 발전을 가져온 민주주의도 우리 땅에선 그 구실을 못한다. 미국에선 모든 교통 법규를 잘 지키면서 운전하던 운전자도 한국에 오면 당장 난폭 무법 운전자로 변하는 경우가 허다하다.  

 

어느 초등학교 저학년 시험문제로 집에서 바느질은 누가 하나 하는 문제가 났었다. 사지선다형에서의 정답은 어머니인데, 실제로 할머니와 사는 한 아이는 할머니라고 답하고 틀렸다. 이 아이는 억울했지만 결국 사실은 할머니라고 답하고 틀렸다. 이 아이는 억울했지만 결국 사실은 할머니지만 답은 어머니라는 것을 알게 되었다. 이렇게 해서 군대에선 줄 잘 서는 요령을 배우고, 사회에선 옳게 살면 손해라는 삶의 요령을 배우게 된다. 이와같이, 방법은 어떻든 살아남아야 한다는 생각이 굳어지고 살아 남는 길은 재력이나 권력을 갖는 것이란 것을 알게 된다. 자격을 갖추기보다는 자격증 취득에 관심을 둔다. 영어를 배우는 학생들이나 이를 평가하는 이들도 TOEFL이나 TOEIC 등의 성적에만 관심을 갖는다. 시험 성적과 실제 영어 실력은 다를 수 있다.  

 

우리 사회는 전혀 정화력이 없는 오물통(cesspool)인가 한탄하게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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