개는 먹어도 개와는 안 먹는다

단순비교

석전碩田,제임스 2008. 8. 7. 17:15

어려서 본 만화가 생각난다. 아버지가 어린 아들에게 유명한 사람을 들먹이며 그 사람은 네 나이 때 . . . . ” 어쩌고 하였다. 아들은 누구누구는 아버지 나이에 미국 대통령이 되었다고 하였다. 단순비교처럼 맹랑한 것도 드물다.  

 

그런데 사람들은 자주 이 단순비교의 오류를 범한다. 부모들은 아이들을 단순비교 한다. “형은 어떠한데 너는 왜 . . . ,” “아무개는 일등이라는데 너는 왜 . . . .” 따위다. 남편을 보고 누구는 월급이 얼마라던데 . . ..” 아내를 보고 누구는 음식솜씨가 좋다던데 . . . .” 따위다. 학생들은 간혹 한 쪽의 현실과 한 쪽의 이상을 단순 비교하곤 한다.  

 

대학 졸업하고 중학교 교사를 할 때 일이다. 중간고사나 기말고사 끝나면 성적 평가를 하였다. 이때 반드시 교무주임이나 교감이나 교장 누군가가 어느 반 평균이 어느 반 평균보다 낮다.” 거나 작년 성적보다 떨어졌다.”거나 하며 훈계를 하곤 하였다. 이 형편은 지금도 마찬가지라고 한다. 그런데 이 단순 성적비교는 아무 의미도 없는 것이다. 가령 어느 반엔 시험 잘 본 아이가 한 둘 더 있고, 다른 반엔 반대로 시험 못 본 아이가 있다면 평균차이는 나게 되어 있다. 적어도 통계 처리는 하고 나서 비교를 해야 하는 건데. 사실 교육의 근본 목적은 이 단순비교의 오류에서 벗어나게 하는 것이다. 그래서 다양성을 이해, 인정하게 하는 것이 교육이다.  

 

오래 전 얘기다. 같은 과에 있는 교수 한 분이 고등학교 교사인 동창생을 만나고 왔단다. 고등학교 교사 동창이 너 대학 교수라지만, 우리 반 60명중 40등 이하만 너희 대학에 가는데 그래도 대학교수라고 재냐?” 라고 비아냥거리는데 할 말이 없더라고 시무룩해 하였다. 나는 이렇게 말해 주었다. “고등학교 교사가 그 학교 여학생과 관계를 가지면 미성년자 성추행으로 형사처벌을 받게되지만, 대학교수가 여학생과 둘이 좋아서 관계를 가지면 단순한 스캔들에 불과하다.” 이 말을 듣고 그 교수는 크게 기뻐하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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