갈급한 세대를 바라보면서 나에게 촉구하는 주의 음성을 들으며.....
L 선배님,
오늘 새벽, 기도하는 중에 선배님께 특별한 기도를 하나 부탁해야겠다는 생각이 들어 이렇게 노트북을 열자마자 메일을 급하게 보냅니다.
K선배가 지난 구랍 26일에 병원에 입원했습니다. 아무에게도 얘기하지 말았으면 좋겠다고 했지만, 선배님께는 기도제목을 드려야겠다고 생각했기 때문입니다. 그동안 매주 토요일 함께 산을 오르면서 곁에서 지켜보았는데, K 선배님은 건강을 위해서 보양식(녹즙과 홍삼과 같은 민간식)을 많이 챙겨드시는 편이었습니다. 이번에 입원한 것은 아마도 그것과 연관이 있는 것 같습니다. 갑자기 간이 많이 안 좋아져서 피곤함을 느끼는 증상이 몇 개월 지속이 되다가, 최근에는 '심한 황달' 증상으로 병원에까지 가게 된 것이지요. 상황은 갑자기 이렇게 되었습니다. 지난 10월과 11월, 산을 오를 적마다 그 전과 같지 않게 뒤로 쳐지기를 여러 번, 뒤쳐진 선배를 한참 기다리고 서 있으면 뒤늦게 도착해서 하는 말이 ‘많이 힘들다. 왜 이러지?’ 하시길래 저는 지방에 있는 직장 근무가 많이 힘드신가 보다 생각하면서 그냥 흘려들었지요.
새해 2일, 병원을 찾았습니다. 상상할 수 없을 정도로 기가 꺾여 힘없이 누워있는 선배의 손을 꼭 잡고 함께 기도했습니다. 기도하는 중에 선배님은 엉엉 우시더군요. 그리곤 하나님 앞에서 자기가 너무 욕심이 많았고, 교만했노라고 고백하면서 회복을 위해서 꼭 기도해달라고 했습니다. 형수님과 따님이 함께 지켜보고 있었지요. 그동안 여러 해 함께 산행을 하면서 개인적인 삶을 많이 나누었는데, K 선배님은 어린 시절 신앙을 가졌던 적이 있었지만, 요즘은 그리 열심이지 못한 게 사실이었거든요.
오늘 아침에 기도하는 중에, 하나님께서 올 한 해 제게 촉구하는 요청의 목소리를 들었습니다. 눈을 들어 희어져 추수할 때가 된 들판을 바라보라는 말씀이었습니다.(요한복음 4장 35절) 솔직히 말씀드려서 그동안 저도 바쁘다는 핑계로 주위에 허다히 많이 있는 "추수 때가 다 된 들판"을 그저 지나쳐버린 경우가 얼마나 많았는지요. 년 초, 새해맞이 새벽 기도를 하면서 다시 한번 저의 게으름과 불성실함, 그리고 영적 방관의 죄악을 깨닫게 됩니다.
선배님,
멀리 떨어져 있지만, 같은 믿음의 끈을 잡고 있는 선배님 같은 분이 계셔서 얼마나 행복한지 모릅니다. 늘 생각날 때마다 기도 중에 선배님을 기억하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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참, 지난 번에 L 후배와 관련해서 선배님께서 제게 부탁하셨던 것은 아직까지 실행하지 못하고 있습니다. L 후배가 회사에서 맡은 일이 중책이라 바쁘기도 하고 또 저도, 앞에서 말씀드린 대로 요리 조리 핑계를 대면서 하나님 앞에서 게으름을 피웠기 때문입니다.
그렇지만 지난 년말모임 때 바로 마주 앉아 선배님이 부탁하신 말씀을 전해드리면서 L 후배의 의향을 타진해 봤습니다. 허심탄회하게 말할 수 있는 시간을 가졌지요. 미국에 계신 선배님께서 L 후배를 위해서 기도하고 있다는 말도 전했지요. 그 말을 듣자마자 그 L 후배가 주위에 그 많은 모임의 참석자들이 있음에도 불구하고 갑자기 눈물을 흘리더군요. 아마도 영문을 모르는 주위 사람들은 제가 L 후배의 마음을 아프게 한 일이 있어 울리는 줄 았았을 것입니다. 실제로 가까이에 있었던 사람들이 "왜 여자를 울리고 그러냐?"면서 농담 섞인 반응을 보이기까지 했으니까 말입니다.
L 후배도 어릴 적에 믿음을 가졌고 은혜를 체험했던 사람입니다. 그러나 대학을 다니면서 당시의 학생 운동에 뛰어들어 치열하게 시대를 살아내고, 또 졸업하고 직장 생활을 하며 삶 속에서 아등바등 살아가다 보니 믿음생활과는 많이 동떨어져 있었던 게 사실입니다. 저는 그동안 이런 제 주위의 영적 상황들을 믿음의 눈으로 하나 둘 보면서도, 늘 요나와 같이 ‘내 일이 아니라’고, ‘나와는 상관없는 일이라’고 에둘러대기만 했습니다. 그러나 하나님은 이런 나를 오래 참으시면서 기다려주셨다고 말씀하셨습니다. 누가복음 13장 8절에서와 같이, 열매 맺지 못한 무화과나무를 보고 찍어버리라고 명령하는 주인에게 “주인이여 금년에도 그대로 두소서. 내가 두루 파고 거름을 주리니 이 후에 만일 열매가 열면 좋거니와 그렇지 않으면 찍어버리소서”라고 진언했던 포도원지기의 심정으로 말입니다. 올 한 해, 이런 저를 향한 하나님의 마음이 제 마음과 제 소명이 되길 바랍니다.
이런 깨달음의 과정에서 선배님께서 제게 주셨던 도전은 너무도 시의적절하고 강력했습니다. 너무 감사합니다. 생각날 때마다 기도 속에서 저를 기억해주시기 바랍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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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곳 블로그에 "말씀을 묵상하며"라는 란을 하나 열고자 합니다. 매일 매일 저에게 말씀하시는 하나님의 음성을 듣는 심정으로 말씀 속에서 깨달은 바를 단상(斷想) 형식으로 써 내려가고자 합니다. 희어져 추수할 때가 다 된 들판을 바라보면서 일꾼을 보내달라고 기도하라고 한, 주님의 그 다급한 마음을 조금이라도 느낄 수 있길 바라면서 말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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