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7년 크리스마스가 바로 하루 앞으로 다가왔습니다.
이 글을 읽는 모든 분들께 성탄 인사를 드립니다. 올 해 크리스마스는 삶에서 가장 행복하고 의미있는 성탄일이 되길 간절히 기원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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벌써 20여년이 지난 결혼하기 전, 청년 시절의 추억을 하나 더듬어 봅니다.
그 시절에도, 매년 이맘 때가 되면 온 장안이 크리스마스를 맞아 흥청대는 분요한 거리를 연출하게 될 때, 저는 그런 분위기를 피해 불광동에서 올라가는 북한산 어느 중턱 쯤에 위치한 기도원을 찾곤 했던 기억입니다. 한 해를 보내고 한 해를 맞으면서 그동안 만나지 못했던 지인들끼리 만나야 하는 중요한 기간에 오히려 한적한 곳으로 사라진 이유는, 아마도 ‘일종의 의분(義憤)’이지 않았나 싶습니다. ‘성육신(成肉身)’이라는 용어로 대표되는 크리스마스의 진정한 의미는 모르고 그저 연말년시의 흥청대는 분위기에 정신없이 돌아가는 주위의 분주한 모습에 대한 반감을 표현하는 나만의 행동이었던 것 같습니다.
바벨론에게 나라를 빼앗긴 후 포로생활을 하면서도 용기를 잃지 않고 하나님을 바라보며 믿음의 꿈을 꿨던 다니엘이 기록한 예언서를 그 기간 자주 묵상했던 기억이 납니다. 사나흘 금식을 하면서 홀로 하나님을 대면하는 시간을 가지면서 한 해를 보내고 또 다른 한 해를 설계하는 그 시간이 어쩌면 저에게는 그 이후의 삶을 지탱하게 해 준 에너지를 공급받는 시간들이었다고 감히 고백합니다.
결혼을 하고 직장생활을 본격적으로 하면서 그 후 다시는 그런 행복한 시간을 갖지 못했습니다. 한 해를 보내고 한 해를 맞을 때 마다 그 행복했던 시간들을 떠 올리긴 했지만 늘 눈 앞에 닥친 ‘생활‘에 매몰되곤 했지요. 생활인이 되어 허겁지겁 달려오다 보니 벌써 중년의 문턱을 지나고 있는 제 자신을 발견하게 됩니다. 그러다 보니 가정을 이루는 시작부터 늘 함께 하셨던 두 분 부모님을 모두 먼저 하늘나라로 보냈고 이제는 아이들이 장성해서 대학에 입학하는 나이가 되었으니 말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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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토요일, 참으로 모처럼 혼자 북한산을 오르면서 산을 오르는 즐거움, 이런 저런 생각을 하면서 편안한 마음으로 산 길을 걷는 즐거움을 만끽할 수 있었습니다.
이북5도청 - 비봉매표소 - 비봉으로 이르는 코스를 오르면서 지도자에 대해서, 또 소명의식(召命意識)에 대해서, 또 평범해 지는 것에 대해서 생각하기도 했고, 비봉 꼭대기에 서 있는 진흥왕 순수비 옆에 서서 발 아래 펼쳐져 있는 평온한 서울 도심을 바라보면서는 평화와 자비를 생각하기도 했습니다. 사모바위를 거쳐 문수봉에 오른 후에 겨울답지 않은 포근한 햇살과 바람을 느끼면서 짧은 오수를 즐긴 것은 예상치 않은 보너스이기도 했고요. 대남문과 대성문, 일선사를 거쳐 평창동 매표소로 내려왔습니다.
오래 전 청년시절, 홀로 분주한 곳을 피해 의분을 가지고 올랐던 북한산이 아니라, 이제는 조금 관조할 수 있는 여유로운 마음으로 오른 북한산이 여전히 예나 지금이나 그 모습 그 대로 저를 반겨 주었습니다.
비봉 꼭대기에서 바라 본 족두리봉, 향로봉 능선(왼쪽),
구기동 이북 5도청에서 비봉에 이르는 능선 길(오른쪽)
문수봉 직벽 위에서 바라 본 대남문, 문수사 및 북한산성 성곽(왼쪽),
북한산의 주능선(족두리봉에서부터 향로봉,비봉,사모바위)(오른쪽)
문수봉 꼭대기에서 바라 본 북한산 주능선(왼쪽),
차분하게 햇살을 받고 있는 평온한 서울시내 모습(오른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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