글-隨筆 · 斷想

지금 그리고 여기서(Here & Now)

석전碩田,제임스 2007. 12. 5. 21:33

주말마다 산을 오른 지 벌써 만 4년이 다 되었습니다. 처음 산을 오를 때

찍었던 사진을 보면 운동화에 면 바지 면 티셔츠를 걸친 모습이 초보자의

티를 느끼게 합니다. 

 

차츰 장비들이 늘어나면서 이제는 기본적인 등산 장비들의 가지 수가 많

이 늘어났고, 또 나름대로 산을 오르는 기술들도 몸에 익혀가고 있습니다.

하기야 산을 오르는데 무슨 기술이 있느냐고 한다면 할 말이 없지만 말입

니다.

 

*

 

가끔 산을 처음 오르는 초보자가 합류해서 가파른 능선을 오를 때, 단지 

몇 년 밖에 앞서진 않았지만 산행의 선배로서 조언해 주는 말이 하나 있

습니다. 그것은, 높이 있는 정상을 보지 말고 그저 내 눈 앞에 있는 한 발

한 발에만 온 신경을 기울여 걸으라는 것입니다.  앞으로 걸어 가야할 까

마득한 저 높은 데를 보면서 언제 저곳까지 가야하나 하면서 미리 겁내지

말고 지금 내가 딛고 있는 한 걸음에만 완전히 몰입해서 한 발 한 발 걷

다 보면, 언제왔나싶게 정상에 도달해 있게 되기 때문입니다.  그리 중요

한 것 같지도 않은, 너무도 평범한 이 사실을 스스로 체득하기까지는 꽤 

긴 시간이 걸린 것 같습니다.

 

지금까지 걸어온 길도 생각할 이유가 없고, 또 앞으로 걸어 가야할 길이

얼마나 높고 먼 지에 대한 것도 생각할 이유없이, 그저 지금 내가 걷고있

는 순간의 발 걸음에만 집중하는 것이 바로 '훌륭한 산행의 기술'이라는

것이지요.

 

어느 날 문득  이 평범한 '위대한 진리'를 체득한 후 산행은 나에게 있어 

일종의 도를 닦는 수도(修道)의 한 방법이요, 방편이 되었다고 감히 말

할 수 있습니다.  정상을 도달하려는 부질없는 목표를 달성하기 위한 운

동으로서의 산행이 아니라, 나를 닦는 방편으로서의 산행을 즐기게 되었

다는 말입니다.

 

*

 

심리학에서 자주 사용되는 [지금 그리고 여기](Here & Now) 라는 개념

이 있습니다. 50년대 이후 실존주의 심리학자들이 사용하기 시작하면서

쓰여지기 시작한 용어로, 자아실현 된 인간의 여러 특징 가운데서 지금-

여기에서의 경험이 언급되었습니다. 그 후 동양의 선 철학과 실증주의적

인 과학의 기반 위에 세워 진 심리학이 조우하게 되면서 급속하게 사람

들에게 인기를 얻게 된 개념이 아닌가 싶습니다. 과거에 얽매이지 않을 

뿐 아니라, 아직 다가오지 않은 미래 때문에 불안해 하거나 온통 자신을

잃어 버리지 않으면서 '현재를 즐길 줄 아는 것'이야말로 가장 잘 사는 

삶의 모습이라는 것이지요.

 

*

 

저는 이 개념을 접할 때 마다 제가 산행을 하면서 깨달은 아주 평범한 사

실, 그저 한 발 한 발 내 딛는 걸음에만 집중하라는 것이 바로 <지금- 여

기>의 정신이 아닌가 생각해 봅니다. 

 

오직 마음이 지금 여기에 머물러 있는 사람만이 늘 같아 보이는 나무, 늘

같아 보이는 사람들, 늘 같아 보이는 일상의 삶 속에서 남들이 보지 못하

는 신비와 즐거움, 기쁨과 비밀을 발견하게 되기 때문이지요.

 

이번 주말, 연천에 있는 고대산을 오르기로 계획하고 있습니다. 대통령

선거와 연말연시의 분요함이 극에 달해 있는 즈음에, 산을 오르면서 마음

을 지금 여기에 머물도록 다 잡을 수 있다는 기대감에 지금부터 가슴이 

뛰고 있습니다. 

 

▣ Alone Again sung be Gilbert O'Sullivan

 

In a little while from now

If I'm not feeling any less sour

I promise myself to treat myself

And visit a nearby tower

 

조금 후에 이 참담한 기분이

나아지지 않는다면

난 근처에 있는

탑으로 갈거야

 

And climbing to the top

Will throw myself off in an effort to

make it clear to whoever what it's like

when you're shattered

 

그리고 꼭대기에 올라가서

몸을 던지고 산산이 부서져 버린게

어떤 기분인지 모든 사람들에게

확실히 알려줄거야

 

Left standing in the lurch at a church

Where people saying

"My God, that's tough

She's stood him up"

No point in us remaining

 

어쩔 줄 몰라 교회에 남아

홀로 서 있으면 사람들이 말하지

"저런, 안됐군

여자한테 바람 맞았나 봐"

남아 있어봤자 아무 의미 없어

 

We may as well go home

As I did on my own

Alone again, naturally

 

차라리 집으로 돌아가는게 낫겠어

나 혼자 그랬던 것처럼

당연하다는 듯이 또 홀로

 

To think that only yesterday

I was cheerful, bright and gay

Looking forward to wouldn't do

the role I was about to play

 

어제까지만 해도 내가

활발하고 즐거웠다는 걸 생각하니

앞날을 내다 보아봤자 내가 하려 했던

역할을 해낼 수 없을 것 같아

 

But as if to knock me down

Reality came around

And without so much

As a mere touch cut me into little pieces

 

하지만 날 쓰러뜨릴 것처럼

현실은 내 주위에 다가와

힘도 들이지 않고 그저 스치는 것만으로

날 산산이 부수어 놓았어

 

Leaving me to doubt

Talk about God and His mercy

Or if He really does exist

Why did He desert me

In my hour of need I truly am indeed

Alone again, naturally

 

날 의구심 속에 빠뜨렸지

하느님? 은총이라구?

만약 정말 신이 존재한다면

왜 내가 정말 곤궁한 때에

날 버리는 거야

당연하다는 듯이 난 다시 혼자야

 

It seems to me that there are

more hearts broken in the world

That can't be mended left unattended

What do we do, what do we do

 

치유할 수 없는 이 세상에서

보살핌도 받지 못하고 내 버려둔 채

상처받은 사람들이 더 있을거야

우린 뭘 해야 하나? 어떻게 해야 하나?

 

Alone again, naturally

Now looking back over the years

And whatever else that appears

I remember I cried when my father died

Never wishing to hide the tears

 

언제나 그렇듯 듯 난 또 혼자야

이제 지난 세월과

무엇이든 떠오르는 것을 돌이켜 보니

아버지가 돌아가셨을 때 울었던 게 생각나

눈물을 감출 생각도 하지 않고 그저 울었지

 

And at sixty-five years old

My mother, God rest her soul

Couldn't understand why the only man

she had ever loved had been taken

 

그리고 내 어머니가 65세가 되셨을 때,

(신께서 어머니의 영혼을 편히 해주시길)

당신이 사랑하던 유일한 남자인 아버지를

왜 떠나보내야 하는지 이해하실 수 없었지

 

Leaving her to start

with a heart so badly broken

Despite encouragement from me

No words were ever spoken

 

몹시도 상처받은 가슴으로

다시 삶을 시작하도록 남겨둔 채 말이야

나의 위로에도 불구하고

그후로 아무런 말씀도 하시지 않았어

 

And when she passed away

I cried and cried all day

Alone again, naturally

Alone again, naturally

 

어머니가 돌아가셨을 때

난 하루종일 울고 울었어

또 홀로 된거야

늘 그랬던 것처럼 난 또 혼자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