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행과 산행후기

연천 고대산 눈꽃산행기 - 2007.12.8

석전碩田,제임스 2007. 12. 15. 00:02

고대산은 경기도 연천군 대광리, 내산리와 강원도 철원군 철원읍 율리리와 행정 경계선에 위치한 해발 832m의 그리 높지 않은 산입니다. 그렇지만 이 산에 오르면 넓게 펼쳐진 철원평야, 지장산, 범봉, 금학산 등 주변의 크고 작은 산하가 한 눈에 들어 올 뿐 아니라 특히 북녘 땅을 조망할 수 있어 사계절 등산객들이 많이 찾는 산입니다.

 

연천군 신탄리 지역에서는 이 산을 `큰고래`라 부르고 있으며, 골이 깊고 높아 고대산(高臺山)이라고 합니다. 지형도에는 "높은 별자리와 같다" 는 의미가 담긴 곳이라 하여 고태(高台)라고도 표기하고 있습니다.  그리고 기차여행으로 산행을 떠나는 즐거움을 주는 곳이며, 또 등산으로 북녘땅을 볼 수 있는 국내 유일한 곳으로 기차여행의 낭만과 등산여행의 즐거움을 동시에 안겨주는 곳이기도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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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 토요 산행팀이 고대산을 찾은 날은 전 날 눈이 내린 탓에 산아래 매표소 옆 주차장에서부터 정상까지 줄곧 하얗게 눈이 쌓여 있어 예기치 않게 눈꽃산행을 만끽할 수 있었습니다.

 

 

신탄리역에서 고대산 정상까지 2시간 정도(왕복 4시간) 소요되며, 정상까지 가는 코스는 3개 코스가 있습니다.  2코스는 능선을 따라 , 1코스와 3코스는 계곡과 골짜기가  2/3정도 되며  정상가까이 다가가 산 능선으로 등산로가 조성되어 있습니다.  매표소를 지나 2코스라는 팻말이 있는 곳에 서서 어느 코스를 택할지 잠시 망설입니다.  1등산로는 제일 등반하기 편한 반면 좀 돌아가는 편이며, 그 다음이 3등산로이며, 조금(?)은 힘들지만 제일 아기자기하며 산의 전경이 좋은 등산로라  3등산로를 택했으면 좋았겠지만  오늘은 눈이 많이 쌓인 탓에 계곡과 능선이 함께 있는  비교적 안전한 1 등산로를 타기로 결정합니다.

 

한참을 오르다 보면 어느 새 능선을 타게 되고 능선 길을 걷다 보면 고대산의 깊은 골짜기를 한눈에 볼 수 있으며, 능선 벼랑에 위치한 그림같은 소나무, 그리고 능선길에는 6.25전쟁의 상흔을 보여주는 벙커나 참호같은 시설물들이 간간히 눈에 들어옵니다.

 

 

아무도 걸어가지 않은 눈쌓인 산길은 찾기가 쉽지 않은 듯, 선두에 선 산행대장이 자꾸만 길을 찾지 못하고 계곡길에서 헤맬 정도로 제법 많이 쌓인 눈이 산행을 어렵게 합니다. 한참을 올라간 어느 산 중턱 쯤에서 배낭 안에 넣어 온 아이젠을 착용하기로 합니다. 그렇지만, 낙엽이 쌓인 상태에서 곧바로 눈이 내려 쌓이는 바람에 아이젠이 그리 큰 효과를 발휘하지 못하고 쭉쭉 미끄러집니다.

 

뒷산의 야산을 걷는 것과 같은 평범한 산행을 얼마나 했을 까, 왼편으로 광활하게 펼쳐진 평야가 눈 쌓인 소나무 뒤로 아련하게 보이는 곳에 도달합니다. 저도 모르게 그 광활함에 감탄사를 발하게 하는 광경입니다. 이름하여 '철원평야'입니다.  6.25 전쟁 당시 김일성이 이 광활한 평야를 빼앗긴 후 눈물을 흘렸다고 하는 이야기가 전해내려온다고 하지요.

 

 

이곳에서부터 고대봉에 이르기 전 도착해야 할 봉우리인 군부대가 있는 봉우리까지는 수월한 능선 길이 계속됩니다. 주봉인 고대봉에서 삼각봉으로, 그리고 대광봉으로 발길을 옮기는 산행로는 양쪽으로 확 트인 전망을 조망할 수 있는 능선타기의 재미를 느낄 수 있습니다. 뿐만 아니라 고대봉까지 가기 위해서 이름없는 봉우리 정상 쯤에 위치하고 있는 군부대 경계선을 넘어 병사들의 숙소를 지나쳐야하고, 이 과정에서 아들뻘되는 어린 병사들에게 피던 담뱃갑을 건네주면서 본의아닌 위문(?)을 할 수 있는 재미도 있습니다. 

 

고대봉 정상에서 주위의 황홀한 설경을 배경으로 정신없이 독 사진을 찍었습니다. ㅎㅎ^&^

 

드디어 고대봉 정상! 겹겹이 이어지는 우리의 산하, 여백의 미를 살린 마치 수묵화에 나오는 산의 모습같습니다. 더구나 하얗게 온 세상이 백색의 낙원으로 변한 수묵화의 장관이란!  고개를 들면 멀리 우뚝 솟아 있는, 고대봉보다도 더 높이 서 있는 웅장한 산들의 열병... 넓게 펼쳐진 평야와 저수지의 모습, 다른 쪽의 모습은 깊은 살골짜기에 간간히 들어선 산골 마을의 모습...

 

어느 고승의 “산은 산이요 물은 물이로다”라는 법어가 떠오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