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행과 산행후기

2007. 12.1 원효봉-염초봉 리찌산행기

석전碩田,제임스 2007. 12. 6. 14:02

오늘은 리찌 산행의 기초를 배우는 등반이었습니다.
삼각산의 대부분의 코스는 섭렵했지만, 염초봉 주변의 코스들은 아직 미답의 길로 남겨둔지라 오늘 산행은 아침부터 설레임이 컸습니다.

9시 20분, 북한산성입구에서 계곡길을 걷다가 덕암사 아래에서 계곡을 건너 곧바로 바위에 붙습니다.  찬 아침 공기때문인지 비스듬하게 누운 바위들이 미끄러운 느낌을 줍니다.

덕암사..
늘 의상봉을 오르다가 건너편으로 내려다 보이는, 큰 여래입상이 있는 절이 무슨 절일까 궁금했는데, 오늘 드디어 그곳을 가 봤습니다. 큰 바위 밑 동굴 밑을 대웅전으로 꾸며놓은 절이었습니다.

이곳에서 왼쪽으로 난 산행로에서부터 커다랗게 누워있는, 80미터 길이로 45도쯤의 각도로 비스듬한 암벽에 도전합니다. 등산화 앞 발가락 부분을 힘있게 바위를 차면서 오르기를 몇 분..장단지가 얼얼하고 하마터면 쥐가 오를 것 같은 통증을 느낍니다. 이런 바위를 두 곳이나 가파르게 기어 올라야 하는데, 멀리서 보면 원효암 아래 마치 치마처럼 길게 늘어선 바위입니다.  일명, '원효봉 치마바위'라고 하더군요.

이곳에서부터 원효봉을 바위로만 직접 치고 오르는데, 아슬아슬한 구간이 몇 군데...모시고 간 대장은 기본을 충실하게 이행하는 FM 산행대장...그래서 조금이라도 위험한 구간은 자일을 내리고 개인장비를 갖춘 후 구간을 통과하느라 시간이 꽤 걸렸습니다.  원효암에 도착했을 때가 이미 12시가 다 되었으니까요.

 

 


북문을 지나 염초봉 구간을 들어설 때에는 개인 장비가 없는 사람들은 절대로 갈 수 없다는 국립공원 직원들 때문에, 대부분의 산행객들은 그대로 하산했습니다. 다행히 장비를 갖춘 우리 일행은 염초봉 구간을 또 도전합니다.

45도 각도로 누워있는 바위를 기어오르고, V자 바위를 아슬아슬하게 오르면서 역시 개인장비의 중요성을 실감합니다.

염초 제 1봉과 2봉, 3봉으로 이어지는 염초봉 능선...멀리서 봤을 때에는 마치 한두개의 봉우리가 아기자기하게 붙어 있는 줄 알았는데 막상 가 보니, 꽤 긴 암릉 능선코스더군요. 한 구간을 지난데만 개인당 시간이 10여분이 소요되고..앞 팀이 지나가는 30여분을 기다리면서 자일 매듭 매는 기본 상식도 배웠습니다.

효자비에서 올라 가다 보면, 숨은벽 앞에서 염초봉 쪽을 바라보면 보이는 가파른 능선(파랑새 능선)의 마지막 봉우리가 '장군봉'인데, 그 봉우리 아래에서 늦은 점심 식사를 합니다. 오후 1시 30분.. 차가운 골 바람을 맞으면서 점심식사를 마친 시간이 오후 2시가 다 되었습니다.

 


이곳을 출발해서 염초 제 2봉과 3봉을 거쳐 백운대로 거치는 코스를 가려고 했지만, 아쉽게도 오늘은 포기해야만 했습니다. 늘어선 산행객들을 기다려 통과하려면 줄잡아 2시간 정도는 더 걸려야 할 것 같다는 대장의 판단에 따라, 오른쪽으로 우회하여, 여우굴로 통하는 계곡길로 백운대를 오르는 게 좋겠다는 결정을 했지요. 그러나 이것도 만만치 않아 백운대 남쪽면 중간 쯤에서 약수암으로 곧바로 하산했습니다.

*

그동안 여러해 동안 삼각산의 이 코스 저 코스를 알고 다닌다고 자부했지만, 염초봉 부근에 있는 코스들도 얼마나 얼키설키 여러 군데인지 새삼 알게 되면서, 다시 한번 겸손함을 배워 봅니다.

다음 번 기회가 될 때 "효자비 - 파랑새 능선 - 장군봉 - 염초 제2봉 - 3봉 - 백운대" 코스를 하기로 하고 아쉽지만 오늘은 산행을 마무리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