해마다 추석이 되면 함께 오르는 <홍.기.산행>인데, 올해는 웬지 모르게 출발하는 시간부터 차분하게 가라앉은 분위기였습니다. 명절 다음 날이라 몸들이 무거운 탓이려니 생각하면서 애써 즐거운 쪽을 부각해 보지만, 북한산성으로 접근하기 위해서 시내버스를 기다리는 것부터 장난이 아니더군요.
주말 맞춤버스가 운행되지 않는 탓에, 오는 버스마다 꽉꽉 사람을 채워서 도착하니 길게 장사진을 친 줄은 줄어들 줄 모르고....거의 한 시간을 버스 기다리느라 허비한 것 같았습니다.
우리 부부를 포함해서 선후배 아홉 명이 단촐하게 출발합니다.
북한산성 입구에서 보리사 부근에 이르는 지점(음식점 거리)까지는 식당 승합차를 타고 줄행랑을 치신 선배님들 덕분에 시간을 절약할 수 있었지요. 다만, 걸어서 좇아야 했던 젊은이(?) 그룹들은 속도를 내느라 초반부터 약간 무리했지만서두...ㅎㅎ
노적사에 와서 모두를 따라 잡는 가 했지만, 홍.기.회장님이신 기택형은 벌써 혼자서 산행로로 접어들어 올라가고 없고 선배님들만 나란히 앉아 있더군요. 불경소리 은은히 들리는 노적사의 예불 시간..지나가는 객들의 더 이상의 소음조차도 방해가 될 듯 하여 '산행로없음' 팻말 뒤로 살금 살금 몸을 숨깁니다. ㅎㅎ
노적사에서 노적봉에 이르는 산행로는 폐쇄된 길이라 길 찾기가 쉽지 않을 정도로 사람이 다니지 않는 길이지요. 그래서 더욱 호젓하고 멋진 길이기도 하고요.
이미 노적봉 거대한 바위 위에는 리찌를 즐기는 팀들이 여럿 주렁 주렁 매달려있습니다. 가느다란 줄에 매달려 아래위로 신호를 보내는 그네들의 건강한 도전이 가슴을 더욱 설레게 합니다.
약 1시간 30분을 숨을 헐떡거리면서 오르고 나니 곧바로 노적봉 우측 경사면에 도착합니다. 여기서부턴 멀리 맞은 편 의상능선을 비롯해서 북한산의 전체를 조망할 수 있는 시야가 확보되기 때문에 가파른 바위길이지만 힘든 줄 모르고 오를 수 있습니다.
드디어 노적봉 정상..
처음 노적봉에 오른 규휘는 우뚝 우뚝 솟은 봉우리들을 가르키며 연신 질문을 해 댑니다. '문수봉이 어디지요?' '저건 어디쯤이지요?' '그러면 청수동암문은 어디쯤이지요?'......
북한산을 한 눈에 조망 할 수 있는 곳으로 이곳 노적봉 꼭대기 만한데가 또 있을까? 오늘따라 가을 햇살은 어찌나 그렇게 꽉찬 느낌이 드는지....뿌연 햇살을 받으며 싱그런 초록의 바다를 이루고 있는 북한산의 삼림, 그리고 둘러 선 우뚝 우뚝 솟은 각 능선들의 봉우리들은 그저 평화롭게만 보였습니다.
와인 한 잔으로 자축을 하면서 푸짐한 점심을 나눈 후, 함께 포즈를 취합니다. 막간을 이용해서 한 선배의 <사진 촬영 기법 특강>도 이어집니다. 일단 구도를 잡았으면, 사진사는 화인더에서 눈을 떼고 피사체인 사람들의 표정을 보면서 순간을 포착하라는 조언...이걸 연습하느라 참 많이도 셔트를 눌러댔죠.ㅎㅎ
계획된 하산 행로는 북한산성 입구로 다시 내려가는 것이었지만, 올 때 붐비는 걸 보면 내려 가서 많이 고생하겠다 싶어, 노적봉 정상에서 산성길을 반바퀴 돌아 대성문 쯤에서 평창동으로 내려가기로 하고 먼 길을 출발합니다. 이 길의 특징은, 비록 멀지만 잘 다음어진 주 산행로기 때문에 평탄한 산책길 같다는 것이지요. 그래서 출발한 길인데, 걷다 보니 얼마나 멀게 느껴지는지....ㅋㅋ
북한산성매표소 - 대서문 - 중성문 - 노적사 - 노적봉 - 용암문 - 북한산장 - 동장대 - 대동문 - 보국문 - 대성문 - 평창동매표소
우리가 평창동 매표소에 하산한 시간이 5시가 거의 다 된 시간이었으니 6시간 30분 정도를 산 길을 걸었다는 것이지요. 평소 같았으면 산뜻하게 느껴질 산행거리요, 또 산행시간이었지만, 전체적인 컨디션이 좋지 않은 때라 더욱 힘들게 느껴진 것 같았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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