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 예보가 있는 9월 첫 날, 토요일.
토일일이면 어김없이 배낭을 꾸려 산으로 줄행랑을 치던 습관을 잠시 내려 놓고 아내와 함께 경기도 가평, 남이섬을 찾았습니다.
결혼하기 전 아내와 함께 간 적이 있는 곳이지만, 최근 강우현 사장이 아기자기하게 꾸며놓았다면서 언론에 여러 번 소개되기도 했고, 또 한류 열풍을 일으킨 인기 드라마 <겨울연가>의 촬영지로 알려지면서 일본인 관광객들이 많이 찾는 곳으로 유명해졌기에, 언젠가는 나도 다시 한번 가봐야지 하면서 마음에 두고 있던 장소였기 때문입니다.
이른 아침에 도착해서 인지 주차장에 차들도 몇 대 없고 또 배를 타고 건너는 사람들도 우리 부부 이외에 몇 쌍의 데이트 남여가 다였습니다. 경춘국도를 달려올 때부터 내리기 시작한 가을 비는 꽤 굵은 빗방울이 되어 내리기 시작했지만 남이섬을 한바퀴 휘 둘러 보는데는 그리 큰 지장이 없었습니다.
메타쉐키아 가로수 길도 예전 그대로였고, 또 넓은 잔디광장과 섬을 둘러싸고 있는 청평 호반의 물은 예전 그대로였지만, 전체적인 섬의 인상은 '많이 번잡해졌다'는 것이었습니다. 여기 저기 들어선 음식점들은 찾는 이들이 많기 때문에 어쩔 수 없이 세워질 수 밖에 없었다고 항변하듯이 우후죽순으로 생겨있고, 천막을 치고 장사를 하는 점포들마저도 무질서하게 들어서고 있는 중이어서 오래 전, 개발되기 전에 느꼈던 그런 호젓한 느낌은 사라지고 없었습니다. 아쉬운 부분이라고나 할까요. 다만, 만화가인 사장의 의도가 엿보이는 듯한 몇 군데의 테마 장소들은 '나미나라 공화국'이 앞으로 아기자기하게 발전해 갈 수 있는 곳이라는 것을 말해주고 있는 듯 했습니다.
그러나 전체적으로 느낀 소감은, 아직까지 완벽하게 자리잡히지 않은, 한창 개발이 "진행 중(~ing)인 곳"이라는 느낌을 받았습니다. 처음 이곳의 매력에 푹 빠져 나무를 심으면서 자연을 가꾸었던 한 사람의 "그 정신"은 <절대로 이곳을 개발하지 말라>는 것이었다고 하니, 목하 개발이 한창인 이곳이 더욱 아쉽다는 생각이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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남이섬을 자유롭게 어슬렁거리며 걷고 있는 타조, 그리고 허남길 화백..아내가 캐리컷쳐를 이쁘게 그려 준 화백과 함께 포즈를 취했다.
청계천의 헌 책방과 또 만화방 등 볼거리들을 한 데 모아 둔 테마 공간에서 예상치 않게 시간을 즐기느라 계획된 시간보다 훨씬 늦은 시간인 오전 11시 경에 다시 섬을 빠져나왔습니다. 가을비치고는 제법 많이 내리는 빗줄기 때문인지, 호반의 물은 이미 흙탕물로 변해있었지요.
여기서 두 가지 보너스를 가르쳐드릴께요.
서울로 되돌아 오는 길은, 매표소 주차장에서 곧바로 가평으로 나가는 길을 택하지 말고, 청평댐 방향으로 난 길을 택해보세요. 물론 이정표도 없습니다. 남이섬 북쪽에서 호반 건너편으로 나 있는 호젓한 지방도로...저 길을 따라 가면 어디로 갈 수 있을까 호기심으로 따라가다 보니, 환상의 청평호반 드라이브 길이 펼쳐지더군요. 그 길에서 청평댐 북쪽길과 자연스럽게 연결됩니다. 이게 바로 첫번째 보너스입니다.
두번째는 청평댐에 거의 다 다다르기 전, 길 옆으로 <길거리 카페>라는 특별한 음식점이 있더군요. 그곳에서 점심식사로 수제비를 시켰는데, 그 국물 맛이 얼마나 좋은지요! 청평댐 부근으로 드라이브를 가실 일이 있으면 반드시 한번 이곳을 들러보시기 바랍니다. 절대로 후회하지 않을 수제비 맛을 만나실 수 있을 것입니다.
길거리 카페에서 파는 수제비...
비오는 날 파전에 동동주 한 사발이면 신선이 따로 없을 것 같았지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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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오는 날 이른 아침에 떠난 아내와의 드라이브 데이트는 이렇게 행복을 가득 주워담는 시간이었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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