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행과 산행후기

2007.2.10 태백산 눈꽃 산행기

석전碩田,제임스 2007. 2. 12. 19:29

매년 올랐던 태백산이지만,
이번 산행은 우리 모두에게 특별한 나들이였습니다.

캄캄한  새벽녘에
주위에 무엇이 있는지도 모르고 앞만보고 올랐던 산행길을,
밝은 대낮에 오른다는 기대감 때문이었을까요,

태백을 향해 달려가는 마음은 마냥 뛰었습니다.

눈꽃 찬란한 태백의 품에 안긴 시간을 꿈 같이 보내고, 제 자리로 돌아 온 지금
그 느낌을 한 마디로 표현하라고 하면,

그저
"좋았다"라는 것 밖에 없습니다.


무에 그리 간단하냐고 되묻는다면,
"너무 좋았다"고 대답할 것 밖에 없고요.

그래도,  

키 큰 사람 싱겁지 않은 사람이 없다더니 역시 그렇다고 볼멘 소리를 한다면,

"너무 너무 좋았다'라고 해야 겠네요.

미끄러운 반재를 다 내려왔을 때 쯤
함박 눈으로 변한 흩날리는 하얀 눈을 보면서
수천 마리의 벌떼들이 휘날리는 것 같기도 했고,
혹은 수백마리의 나비들이 제 멋 부리면서 날아다니는 것 같다는 생각을 하면서
또 문정희 시인의 그 시, 한계령을 위한 연가가 생각났습니다.

한계령을 위한 연가

한겨울 못 잊을 사람하고
한계령을 넘다가
뜻밖의 폭설을 만나고 싶다.
뉴스는 다투어 수십 년 만의 풍요를 알리고
자동차들은 뒤뚱거리며
제 구멍들을 찾아가느라 법석이지만
한계령의 한계에 못 이긴 척 기꺼이 묶였으면.

오오, 눈부신 고립
사방이 온통 흰 것뿐인 동화의 나라에
발이 아니라 운명이 묶였으면.

이윽고 날이 어두워지면 풍요는
조금씩 공포로 변하고, 현실은
두려움의 색채를 드리우기 시작하지만
헬리콥터가 나타났을 때에도
나는 결코 손을 흔들지는 않으리.
헬리콥터가 눈 속에 갇힌 야생조들과
짐승들을 위해 골고루 먹이를 뿌릴 때에도...

시퍼렇게 살아 있는 젊은 심장을 향해
까아만 포탄을 뿌려 대던 헬리콥터들이
고란이나 꿩들의 일용할 양식을 위해
자비롭게 골고루 먹이를 뿌릴 때에도
나는 결코 옷자락을 보이지 않으리.

아름다운 한계령에 기꺼이 묶여
난생 처음 짧은 축복에 몸둘 바를 모르리.


펑펑 쏟아진 함박눈의 짧은 축복 속에서 우리들의 2007년 태백 눈꽃 산행은

그렇게 마무리되었습니다.

 

 

<태백산 정상에서 본 동해 일출의 장관>...새벽 산행에서 만날 수 있는 또 하나의 보너스지요.

 

*

 

아래 내용은 우리들의 산행개요입니다. 아직까지 태백산을 오른 적이 없는 분에게는 이 정보가 유용할 것입니다. 매년 2월이면 한 번씩 올랐던 태백이지만, 올해 처음으로 깜깜한 새벽 시간에 오르지 않고, 훤히 날이 밝은 후에 올랐던 산행이라 환상적인 태백의 눈꽃에 푹 빠져, 아직도  그 감동과 황홀감에서 헤어나오지 못하고 있습니다.

 

▶제목 : 민족의 영산(靈山), 태백산(해발 1,567m) 눈꽃 산행
▶트레킹 코스 : 유일사 입구→유일사→천제단→망경사→ 반재→당골광장
▶소요시간 : 약 4~5시간
▶산행 포인트 :

- "살아 천 년 죽어 천 년"이라는 주목과 어우러진 눈꽃장관
- 정상 천제단에서 내려다 본 백두대간의 구름바다
- 펑펑 쏟아지는 함박눈의 멋진 모습
- 더불어 부대꼈던 [24시 사우나]에서의 하룻밤과 맛있는 식사 시간들..
- 오고가는 열차 안에서 나눈 오손도손 재미난 삶의 이야기들..

 
▶시간 일정
2월 9일(금) 오후 9시 50분 태백행 무궁화호 기차 탑승(청량리역)(1661열차)
2월10일(토) 오전2시 5분 태백역 도착
                  태백역 앞 24시 사우나 입장 및 취침
            오전8시 기상 및 아침 식사(인근 식당)
            오전9시40분 유일사 산행기점 이동(택시)
            오전10시 산행 시작
            오후1시...천제단 정상(간편 점심)
            오후3시...하산 완료(석탄 박물관 등 여유있는 시간 보내기)
            오후5시...이른 저녁식사 및 사우나
            오후6시29분...청량리행 무궁화호 기차 탑승(1641열차)- 20여분 연착
            오후11시...서울 청량리 도착

▶준비물 : 확실한 방한 등산장비(등산화,아이젠,방한복,방한모 필수) 및
           간편 점심식사(컵라면 및 김밥, 따끈한 수프 등)

 


 

▲함께 산행을 했던 동료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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