늘 이맘 때 산행을 하면 생각나는 산이 있다.
몇 년 전 몇몇 좋은 사람들과 함께 오른 강원도 정선에 있는 '두위봉'이 그곳이다. 갈참나무 잎사귀가 등산로를 가득 덮고 있는 구간을 밟으며 무르익어 가는 가을을 느낄 즈음이면 긴 오르막과 함께 키 큰 나무들이 앙상한 가지를 벌리고 서 있는 곳을 통과하게 된다. 중간 중간 형형 색색의 단풍 잎들이 한껏 자태를 뽐내는 구간을 만나게 되면, 또 능선에서부터 갈대와 키 작은 풀섶들이 예쁜 열매를 달아 놓고 지나는 산행객들의 발걸음을 멈추게 하는 구간을 지나고... 결국에 정상에 섰을 때에는 시리도록 파란 하늘을 배경으로 저 아래 발 아래로 펼쳐지는 사방을 한 눈에 내려다 볼 수 있는 탁 트인 전망이 있는 곳.
산행을 다녀온 후 오랜 시간이 지났지만 계절이 바뀌어 이 맘때쯤 만 되면 생각나는 곳이 바로 두위봉이었다.
그런데, 지난 토요일 서산 해미(海美) 개심사를 시발점으로 해서 보원사지터, 일락산 정상, 석문봉, 옥녀폭포, 남연군묘로 이어지는 등산로도 예외없이 이런 느낌을 갖기에 충분한 멋진 코스였다.
비록 강원도에 있는 산들처럼 웅장하고 높은 산세를 자랑하는 규모는 아니었지만, 아기자기한 늦가을의 아름다움을 만끽하기에 부족함이 없는 그런 산이었다. 더구나 하산 한 후 한참을 걸어 내려오는 시골마을의 가을 풍경은 어찌 그리도 정겹던지.
잎사귀를 모두 떨어뜨린 감나무에 달린 연주황색깔의 감들이 주렁주렁 가을을 노래하고 있고, 사과 나무 과수원에는 울타리너머로 빨간 사과들이 화사한 가을 햇볕에 익어가는 정겨운 시골 정경이 보너스로 주어졌으니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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산행의 기점은 개심사(開心寺). '상왕산(象王山)개심사'라는 커다란 현판이 걸린 대웅전을 가로질러 오른쪽에 위치한 명부전을 돌아서면 등산로가 곧바로 시작된다.
바닥에 깔린 솔잎들이 마치 카펫을 깔아 놓은 듯하다. 아름드리 노송들이 우거져 있는 초입 산행로가 운치있다. 그리고 절 마당에 서 있는 감나무와 동백나무의 열매가 가을임을 알려주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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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락산 정상 부근. 고사목들 사이로 피어 있는 억새들이 한껏 늦가을의 향기를 뿜어내고 있고, 각종 열매나무들도 빨갛게 익어가는 열매로 산행객들의 마음을 사로잡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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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산하는 계곡 길은 아직도 단풍이 한창이다. 쏟아지는 햇살을 배경으로 수줍은 듯, 단풍 색깔 옷으로 갈아입고 있는 모습이 너무 행복한 느낌을 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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