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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점 해봐, 언니 - 김언희

한점 해봐, 언니  — 김언희  한점 해봐, 언니, 고등어회는 여기가 아니고는 못 먹어, 산 놈도 썩거든, 퍼덩퍼덩 살아 있어도 썩는 게 고등어야, 언니, 살이 깊어 그래, 사람도 그렇더라, 언니, 두 눈을 시퍼렇게 뜨고 있어도 썩는 게 사람이더라, 나도 내 살 썩는 냄새에 미쳐, 언니, 이불 속 내 가랑이 냄새에 미쳐, 마스크 속 내 입 냄새에 아주 미쳐, 언니, 그 냄샐 잊으려고 남의 살에 살을 섞어도 봤어, 이 살 저 살 냄새만 맡아도 살 것 같던 살이 냄새만 맡아도 돌 것 같은 살이 되는 건 금세 금방이더라, 온 김에 맛이나 한번 봐, 봐, 지금 딱 한철이야, 언니, 지금 아님 평생 먹기 힘들어, 왜 그러고 섰어, 언니, 여태 설탕만 먹고 살았어? - 시집 〈보고 싶은 오빠〉(창비, 2016) *..

추석 날 북한산 산행

추석 연휴, 가족들과 행복한 시간 잘 보내고 계신지요? 이번 추석은 명절 당일에 해야 할 일이 없어 저는 북한산 산행을 했습니다. 아들 내외가 막히지 않는 시간을 택해 이틀 전에 왔다가 추석 전날 돌아갔고, 또 제가 큰집에 들리는 일정도 하루 전날인 그제 마무리하다 보니 추석 당일인 어제는 여유가 생겼던 것이지요. 마침 둘째 홍찬이도 추석 당일에 특근을 해야 한다고 출근했으니 더더욱 그리되었습니다. 함께 산행을 하고 싶지만 아내는 무릎이 좋지 않아 산행은 하지 말라고 의사가 얘기했다며 극구 사양하며 혼자 다녀오랍니다. 옛날 토요일마다 북한산 산행을 함께 했던 시절처럼 저의 배낭을 금새 꾸려주더군요. 나 홀로 산행. 어느 코스를 택할까 생각하다, 2년 전 이곳 은평 뉴타운으로 이사온 후 북한산을 몇 번 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