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름 산 - 오세영 자지러져 검푸르기까지 한 여름 산 짙은 녹음은 차라리 짐승의 무성한 털 갈기 같다. 태풍이 치는 밤, 쩌렁쩌렁 우는 그 포효 소리를 들은 적이 있는가. 언뜻 보인다 번갯불 사이로 온몸을 땀에 흠뻑 적신 채 대지에 웅크리고 있는 그 거대한 수컷 한 마리. 주체할 수 없는 욕망에 꽃을 잡아먹어, 새를, 숲을 잡아먹어 마침내 씩씩대며 나를 노려보고 있는 그 맹수 한 마리. - 시집 (천년의 시작, 2013) * 감상 : 오세영 시인. 1942년 전라남도 영광(靈光)에서 유복자로 태어났으며 외가가 있는 전남 장성에서 외할머니 손에 자랐고, 전북 전주에서 초등학교와 중·고등학교를 다녔습니다. 본관은 해주(海州)입니다. 그의 외가는 호남 성리학의 태두인 하서(河西) 김인후(金麟厚 : 1510~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