칼국수 - 이명찬 지금도 그대로인지는 모르지만 부산 서면의 시장통에 가면 진짜 칼국수를 파는 집들이 있다. 밀반죽을 밀어서 날 퍼런 식칼로 슥슥 베어 넘기는 숙련된 노동이 아름다운 곳. 설익은 밀 냄새의 칼국수를 주문하던 우리는 정직했었다, 적어도 그 정확한 2백 원어치의 칼질 앞에서. 명동이나 오장동 근처를 지날 때면 요즘도 가끔 칼국수를 찾곤 하지만 그러나 아무도 수고로이 칼질하지 않는다. 기계로 빼내고도 칼국수라 우기는 공인된 공갈 한 그릇을 앞에 놓고 나는 요령부득 적당히 항복하기로 한다. 그래선지 저래선지 요즘의 칼국수는 흐물흐물 자꾸 퍼져 나오고 시장기와 적당히 타협하고 일어서는 내가 어쩌면 한 그릇 칼국수만 같아 낭패스럽다. 칼치가 갈치가 되기 바쁘게 세련된 장바구니만 좇아가듯 순화된 칼국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