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사弔詞 - 이병철 나의 죽음은 나의 태어남으로 비롯하였다 그리하여 나의 삶이란 나의 죽어감이었다 내가 살아온 것만큼 나는 죽어간 것이었다 아름답게 산다는 것은 아름답게 죽어간다는 것 그러므로 죽음이란 삶을 경작하여 피워내는 꽃이었다 지금 여기를 오롯이 살아야 하는 것은 오롯한 한 송이 꽃을 피우기 위한 것 너를 향한 내 사랑은 그 꽃의 향기였다 마침내 내 걸음에서 내 숨결이 떠났을 때 내 눈빛이 다해 다시 너를 그릴 수 없을 때 지난 내 삶을 바쳐 가꾼 그 한 송이 꽃을 품고 첫 설렘의 자리로 돌아갔다 돌아오는 자리가 다시 떠나는 자리였으므로 그 길에서 내 사랑으로 피운 그 꽃의 향기는 새로운 문을 여는 열쇠였다 그러므로 하나의 문을 닫는다는 것은 다시 하나의 문을 새롭게 여는 일이었다 나의 삶이 나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