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행과 산행후기

[스크랩] 월출산 산행기...잘 다녀왔어여

석전碩田,제임스 2005. 11. 22. 23:21
언젠가부터 산행을 다녀오고 나면 그 날의 코스를 정리하는 버릇이 생겼습니다. 그러나 어떤 이유 때문에 그 일을 제 때에 하지 못하면 화장실을 다녀온 후 뭔가를 하지 않은 듯한 찝찝함이 따라다니지요.
월출산 산행기...조금 늦은 감은 있지만 지금부터 그 웅장함에 빠~져 봅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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금요일 밤 10시..
약속한 곳에는 하얀 관광버스 한 대가 대기하고 있었지요.
속속 약속시간에 맞춰 도착하는 팀원들의 반가운 인사 소리....

정확하게 10시 16분..출발합니다.
버스 안에서는 총무과 팀장의 간단한 인삿말과 함께 이번 산행을 설명하는 안내문, 산행지도 등 내 주면 친절한 서비스가 이어집니다.

10시 출발
새벽 4시 도착 , 버스 안에서 1시간 30분 가량 취침
5시 30분 아침식사(주차장)
6시 산행시작
코스 : 주차장 - 천황사 - 구름다리 - 천황봉 - 바람재 - 경포대
소요예정시간 : 5시간
11시 하산과 함께 독천 왕인박사 고향의 벚꽃길 산책
12시 30분 점심 식사
1시 30분 현지 출발
오후8시 서울 도착


버스 속에서 피곤한 눈을 감고 깜박 깜박 졸기를 몇 차례했는가 싶었는데 누군가가 흔들어 깨웁니다. 아침을 먹으랍니다. 벌써 도착했다고.....새벽 5시 15분.
캄캄한 주차장 등나무 아래 벤치에는 따끈하게 데워진 햇반과 북어국을 준비해 놓고 부시시한 모습으로 버스를 내려오는 팀원들을 위해서 임원들이 봉사를 하고 있습니다. (고마운 사람들) 살갗에 스치는 바람이 잔뜩 습기를 머금고 있고, 주위에 서 있는 소나무를 지나가면서 을씨년스런 소리를 냅니다.비가 오지 않았으면 좋겠다는 바람으로 일행은 급하게 아침식사를 하고, 간단한 세면을 공중화장실에서 마친 뒤 출발 준비를 서두릅니다. 이미 대형 관광버스가 대여섯대가 도착해 있었고, 다른 일행들은 스트레칭을 하는 모습도 보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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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시 45분..산행을 시작합니다.
아직까지는 아무 것도 보이지 않는 새벽 미명인지라, 꽃이 피었는지, 구름이 끼었는지, 아니면 산이 어느 쪽인지도 분간할 수 없습니다. 다만 앞서가는 일행을 좇아 열심히 발자국을 띠는 일 밖에는...
한참을 오르다 보니, 차차 주위가 밝아지기 시작합니다. 어디 선가 이름 모를 산새들의 울음소리도 삐리릭 들리기 시작하면서 우뚝 솟은 바위 산들이 금방이라도 손에 잡힐 듯 바로 눈앞에 버티고 서 있는 것이 보입니다. 하늘은 어느새 잔뜩 낀 구름 사이로 해가 뜬 것 같이 환하게 밝아 오고 있었지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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산행로 구비마다 서 있으면서 등산객을 안내하는 이정표의 표정들.....
가쁜 숨을 내 쉬며 오르기를 한 시간..구름다리가 바로 앞에 있다는 이정표가 눈에 들어 옵니다. 수 백 미터 낭떠러지를 잇는 구름다리, 그리고 그 너머로 우뚝 솟은 기암괴석들이 탄성을 자아내게 합니다. 바위 능선 꼭대기로는 아기자기한 상들이 마치, 절 집의 기와 위에 조각해 놓은 나한상들처럼 저마다의 맵시를 뽐내면서 앉아 있는 듯 해 보입니다.

온통 바위로 이루어진 월출산은 드 넓은 평야 가운데, 어떻게 이런 기암괴석들이 위용을 자랑하면서 우뚝 솟았을까 계속해서 되묻게 하는 그런 산이었습니다. 철 난간과 의지대을 잡고 오르면서 내내 그 생각을 하면서 감탄했으니까요.

산행길 도중에 한 봉우리를 올라 설 때 마다 달리 보이는 산세의 아름다움은 말로 표현하기가 아쉬울 뿐입니다. 한 눈에 들어오는 멀리 산 아래로 펼쳐진 청록색 보리밭 평야는 봄을 맞는 평화로운 농촌의 풍경을 연출합니다.


구름다리를 지나 가파른 바위 계곡을 오르락 내리락 하면서 어느 한 지점에 올라서니, 지금까지 불어오던 바람이 더욱 거세지면서, 먼 산에서부터 비가 묻어오기 시작합니다. 하얗게 다가오는 빗줄기가 다가섭니다. 일행은 가던 길을 멈추고 자켓과 비 옷으로 무장을 합니다.
후두두둑...한 줄기 비바람이 휘몰아쳐 지나갑니다. 비에 젖은 바위 산이 번쩍이는 모습이 마치 먼 길을 찾아 올라온 우리 일행을 진심으로 반기고 있는 듯합니다.

통천문(通天門)....하늘로 통하는 문을 통과하자 마자 이상하리만치 내리던 비가 멈춥니다. 하늘 문을 통과하고 별유천지 비인간의 세계로 옮겨졌기 때문인가요.

통천문을 통과하면 곧바로 천황봉입니다. 이미 많은 사람들이 천황봉 표식 바위 앞에서 기념 촬영을 하면서 시끌벅적 서로서로 산행의 기쁨을 나누고 있습니다.
천황봉 정상은 연신 구름이 지나가면서 안개비를 뿌리기도 하고 또 햇볕이 나기도 하면서 변화무쌍한 조화의 아름다움을 연출해 햅니다. 정상을 중심으로 사방으로 뻗어 있는 바위 산들의 열병이 어찌 그리 장엄한지요.

월출산의 정상인 천황봉, 해발 809미터...그리고 구름에 휩싸인 천황봉에서 내려다 본 산세
오전 8시 45분..
우리 일행은 올라 온 반대편 코스로 하산합니다. 이번 산행에서는 구정봉과 향로봉, 그리고 도갑사로 이르는 종주는 하지 않기로 했기 때문에, 바람재까지 이동한 후 경포대(청소년 수련원) 쪽으로 하산을 했습니다. 아쉬움이 있었지만 다음 기회로 미루어 놓는 것도, 또 한번 이 곳을 찾을 이유를 남겨두는 것 같아 감사할 수 있었지요.

바람재..
이곳을 바람재라고 이름을 붙이는 데는 별로 어려움은 없었을 것 같았습니다. 산행 내내 세차게 부는 바람이 우리가 바람재 부근에 도달했을 때에는, 그 세기가 몸을 날릴 정도로 강하게 쉬지않고 불어오더군요. 이름 하여 바람재...바람이 센 고개라는 뜻이겠지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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계곡으로 내려 가자, 바위 암산의 월출산은 곧바로 다시 평온하면서 평범한 산으로 변합니다. 새싹이 돋아 나기 시작한 나무들이며, 아직까지 그 자태를 뽐내고 있는 야생 동백꽃 군락이 이어지면서, 산행로의 분위기는 완전히 바뀌었지요. 이쪽 저쪽으로 흐드러지게 피어 있는 동백꽃의 아름다운 색깔이 눈이 부실 정도였으니까요... 그리고 동백의 찬란한 꽃이 나무 밑으로 떨어진 색깔과 대조를 이루면서 피어나기 시작한 봄 꽃의 대명사 분홍 진달래의 아름다움이 조화가 되니 이 또한 감탄을 자아내는 모습이 아닐 수 없었습니다.

이렇게 화사한 꽃들의 향연에 취해 내려 오다 보니, 어느새 등산로는 끝이 나고 매표소에 이릅니다.

피기 시작한 진달래의 연분홍 자태...그리고 왕인박사의 고향마을 독천 벚꽃길
바위 암릉의 위용과 비바람의 환영, 그리고 동백과 봄꽃들의 향연을 만끽하면서 진행된 5시간의 산행은 마무리 되었지요.계획된 시간에서 한치의 오차도 없이, 모든 대원들이 안전하게 하산한 후, 세발낙지 연포탕으로 별미를 즐기는 재미도 쏠쏠했지요.
*배경음악은 Westlife의 Queen of my Heart를 골라봤습니다.
출처 : 忍松齋
글쓴이 : 제임스본드 원글보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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