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후 1시 30분, 청량리역 출발...
눈꽃산행에 참가하기로 약속한 동료들이 미리 나와서 아직 오지 않은 동료들을 기다
리며 즐겁게 얘기를 나누고 있습니다.
2시발 강릉행 무궁화호 열차는 등산복 차림의 여행객들로 인산인해로 북적대고, 자리를 잡
기 위해서 부산한 출발전 열차 분위기는 주말의 여유로움으로 가득했지요.
오후 6시 30분 정각..
우리는 정확하게 태백역에 도착합니다. 태백산 산행을 하고 돌아가는 사람들이 또 다시 인산
인해를 이룬 태백역사는 그저 앞 사람 뒷퉁수만 보면서 빠져 나오는 데에도 많은 시간이 소
요될 정도로 혼잡했지요. 그 날 아침 모 일간신문에서는 주말에 태백산을 찾을 관광객이 10
만명은 족히 될 것이라는 사진 기사를 게재했더군요.
태백이 가까와 오면서 주위는 하얗게 쌓인 눈으로 가득차서 온통 눈천지를 이루고 있어, 우
리의 마음을 더욱 들떠게 했습니다.
9시.. 저녁 식사 후에 당골 광장 아래에 있는 태백산 민박촌으로 이동을 합니다.
바깥 날씨는 바람과 함께 급강하하고 있었고, 켜 놓은 텔레비젼의 저녁 뉴스는 한
파주의보가 내렸다는 둥, 강원 산악지대의 등산은 조심해야 한다는 둥 잔뜩 경보성 뉴스를
쏟아내고 있습니다. 당연히 우리 이야기도, 심약해 진 모습으로 내일 아침 안 올라 갈 것이
라느니, 그냥 강원랜드로 직행하자느니 말이 많았지요. ^&^
'당골'이라는 말은, 예전에 이 골짜기에 무당들이 많았기 때문에 붙여진 이름 이라고 하더군요.
아직도 개인 산당이 몇 군데 남아 있기도 하답니다.
숙소의 모습
새벽 3시 기상...
전 날 늦은 밤까지 이야기 꽃을 피웠지만, 새벽 3시 누군가의 알뜰한 모닝콜 때문에 정확하
게 기상합니다.(젬스는 2년 전의 경험을 교훈 삼아 2시 30분에 미리 일어나 모닝 DDong을
무사히 해결했지요.^&^) 일사불란하게 개인 장비를 챙기고 숙소를 정리한 후 정확하게 4시
에, 미리 도착한 버스에 몸을 싣습니다.
태백민박촌 입구에 세워져 있는 시계탑에 있는 온도계가 영하 14도임을 나타냅니다. 숙소에
서 산행의 기점이 되는 유일사 주차장까지 이동하는데 10여분이 걸렸습니다. 캄캄한 밤중이었
지만, 이미 유일사 주차장에는 수많은 관광버스들이 불야성을 이루고 있고, 출발산행 기점에
는 등산복을 챙겨 입은 산행객들이 삼삼오로 출발 준비를 하고 있습니다. 이곳 시계탑의 온도
계는 영하 16도를 나타냅니다.살갗을 스치는 새벽 바람도 거세지면서, 장갑을 낀 손가락도
금방 고와질 정도입니다. 마치 전투에 투입되기 바로 전, 군인들의 마음이 이랬을까요?
캄캄한 찬 바람 속에서도 새벽 하늘의 별들은 어찌도 그리 많던지요.
정확하게 4시 30분.. 산행을 시작합니다.
제일 앞에 제임스가 서고 제일 뒤쪽은 선배 한 분이 맡습니다. 깊게 쌓인 눈이 낮은 기온 때문
에 엉키지 않고 마치 서릿발이 깨지는 듯한 소리를 서걱 서걱 냅니다. 해드랜턴을 켠 그룹
들이 우리 일행을 앞서거니 뒷서거니 하면서 줄줄이 서서 오르는 산행기점은 비장한 기운마
저 감돕니다.
산행을 할 때면 늘 느끼는 것이지만, 처음 시작 30분 정도가 가장 힘든 시간입니다. 숨이 턱
까지 오르고 가슴 터질 듯이 숨이 차오르곤 하지요. 특히 오늘처럼 낮은 기온에 먼 산행길
을 출발하는 긴장 된 순간에는 더욱 더 합니다. 후미에서는 "선두 반보"를 연신 외쳐댑니다.
^&^
새벽 5시 30분...
출발한지 거의 한 시간이 지났을 무렵부터 속도는 점점 느려지고 뒤따라 오는 팀들은 연신
우리를 앞서갑니다. 갑자기 허리가 아파 통증을 호소하는 사람, 숨이 가빠 속도를 내기 힘들
다고 자꾸 뒤쳐지는 사람, 아랫배가 살살 아파 오면서 화장실을 들러야겠다는 사람........
우리가 걸어 온 길을 어둠 속에서 내려다 봅니다. 저 멀리 발 아래로 불빛이 드문 드문 마
치 밤 하늘의 별 같이 반짝거립니다. 조금만 더 가면 임로(林路)가 끝나면서 본격적인 산행
로가 시작되는 대피소가 보일 것입니다.
새벽 5시 45분..
아픈 아랫배를 해결하기 위해서 먼저 대피소에 도착했다가 추운 날씨에 우리를 기다렸던 후
배 한명을 만납니다. 능선 저쪽에서 불어오는 칼 바람이 잠시도 서 있지 못할 정도로 매섭게
느껴집니다. 견디기 힘든 추위이지만, 일행의 흔적을 남기기 위해서 카메라를 들이대는 후배
의 수고가 눈물겹습니다. 이제부터는 눈길을 헤치며 산을 본격적으로 올라가야 하는 코스
가 시작됩니다. 제임스는 제일 뒷 쪽에 서기로 합니다. 손전등이 없는 일행은 대충 앞 사람
이 디뎠던 곳을 따라가야 하지만, 세찬 칼 바람에 정신이 없다 보니 연신 미끄러지면서 힘
들어 하는 모습이 역력합니다. 손과 발이 서서히 아파 오고, 장단지 뒷 쪽의 근육이 날카로
운 칼로 에는 듯한 아픔이 있습니다. 튼튼한 기능성 방한 등산복을 챙겨입은 내가 이런 추
위를 느낀다면, 그렇지 못한 대원들은 어떨까 생각하니, 이건 너무도 무모한 일이구나 하는
생각을 해 봅니다. 마음이 통한 건지, 1차 휴식지점인 산 등성이 하나를 올랐을 때, 슬며시
다가선 한 선배의 염려스런 말에 백번 동감을 표시합니다.
"젬스, 내년부턴 기본 장비가 허술한 사람은 남겨놓고 올라와야 할 것 같아. 꼭 기억해~"
6시 30분..
이제 서서히 주위의 모습들이 어둠을 벗고 시야에 들어오기 시작합니다. 주위에 군데 군데
서 있는 살아서 천년 죽어서 천년을 간다는 주목이 하얀 눈을 뒤집어 쓴 채 서 있는 모습이
어렴풋이 눈에 보이면서 우리들을 흥분시킵니다. 이제는 고지가 얼마 남지 않았다는 안도감
이랄까.....그렇게도 반짝이던 하늘의 별들도 어느 덧 숨어버리고 멀리 계명성만 밝게 빛나고
있습니다. 동쪽 먼 하늘이 검붉게 밝아오는 모습이 섬칫하리 만치 감동적으로 다가 옵니다.
6시 50분..
드디어 하늘이 훤히 보이면서, 시커먼 구름이 연신 정상의 능선을 휘감아 지나가는 모습이
보이는 곳에 다다릅니다. 나무마다 하얗게 눈꽃이 피어 있는 아름다운 장관이 펼쳐지지만,
살을 에이는 듯한 바람과 추위 때문에 잠시도 곁눈질을 할 수 없게 만듭니다.
장군봉.... 태백산의 천제단보다 5m 더 높다는 봉우리에 먼저 도착하지만, 몸을 가눌 수 없
을 정도의 세찬 바람과 찬 기온에, 잠시도 머물 수가 없습니다. 잠시 장군봉에 있는 벽 뒤에
몸을 숨겼다가 다시 약 3백 미터 전방에 있는 천제단 쪽으로 이동을 시도합니다. 이곳에서
부터는 전혀 바람 막이가 없는 산행길이어서 불어 오는 세찬 바람을 온 몸으로 맞아야 하기
때문에 눈조차 뜨기 힘듭니다.
"고지가 바로 저긴데 예선 말 수 없다."고 울부짖었던 어느 시인의 절규가 바로 지금의 심
정이었으리라.
7시 정각...
드디어 커다랗게 '太白山'이라고 쓴 비가 서 있는 천제단 앞에 섭니다. 잠시도 머물 수 없을
정도로 세찬 바람이 살인적입니다. 삼삼오오 일행들을 부르는 절규의 목소리들만 이곳 저곳
에서 들려 올 뿐 상황은 가히 절망적입니다. 쓰고 있는 방한모와 방한 마스크에는 흰 성에
가 끼고 고드름이 주렁 주렁 달려 있습니다.
이런 상황에서 제 머릿속을 지나가는 생각...지금 도대체 영하 몇도일까 하는 의문이 생기더
군요. 두리번 거리다 보니, 바람이 조금 덜 한 곳에 하얀 백엽상 하나가 서 있습니다. 이를
악 물고 백엽상을 들여다 봅니다.
영하 25도...
아, 영하 25도 추위가 바로 이런거구나. 그리고 바람이 불면 체감 온도는 여기에서 10여도는
더 떨어진다는 얘기가 바로 이런거구나 하는 생각이 언뜻 드는데, 갑자기 저쪽에 서 있던
총무 후배가 외칩니다.
'젬스 형, 지금 곧 바로 하산입니다. 하산하세요. 빨리요.'
7시 20분...
당골 광장 방향으로 하산하는 길은 눈이 쌓인 스키장과 다름이 없었지요. 그러나 능선 반대
쪽이기 때문에 바람이 없어 한결 살만한 등산로.... 7부 능선쯤에 있는 정자 앞에서 정신을
차리고 서로 서로의 얼굴을 확인합니다. 서로를 쳐다보면서 온갖 어려움을 이겨내고 결국
정상을 정복한 기쁨을 나누느라 우리는 연신 즐거운 웃음을 지을 정도로 여유를 되찾습니
다. 콧물이 얼어서 고드름이 되어 있고, 속 눈썹이 얼어 붙어 우담바라 꽃 같이 예쁘게 깜
빡거리며, 머리에 이슬이 얼어붙어 하얗게 파파 할머니로 변해 버린 동료들의 재미난 모습
모습들....
보온 병에 담아 온 따끈한 물을 한 잔 씩 나눠마시면서 긴박했던 조금 전의 상황을 정리하
면서, 하산 길을 재촉하는데, 멀리 산 너머에서 빨간 태양이 우리를 축하하듯이 떠 오릅니
다. 태백산에서의 일출입니다.
아침 8시 30분..
내려 오는 길은 그야 말로 즐거움이 가득찬 산행길이었지요. 준비 해 간 비닐 비료부대를
깔고 쏜살같이 내려가는 오궁썰매의 즐거움을 만끽할 수 있었지요. 쌓인 눈 길을 아이같은
마음으로 넘어지고 미끌어져 내려오다 보니 어느 듯 우리는 당골 광장에 다다릅니다.
뒷 쪽에서 개구장이처럼 내려 오는 사람이 젬스입니다. 앞 사람은 초딩 6학년
얼음 축제가 진행되고 있는 당골광장의 눈들도 제철을 만난 듯 저마다의 표정들을 뽐내고
있는 곳에서, 태백 전사들은 느긋한 마음으로 기념 포즈를 취합니다. 4 시간의 사투와도 같
은 태백산 눈꽃 산행이 마무리되는 시간이었지요.
이번 산행에서 얻은 작은 교훈...산은 언제나 조심해야 한다는 것, 그리고 산행 준비는 언제
나 철저히 해야 한다는 것이었습니다.
눈꽃산행에 참가하기로 약속한 동료들이 미리 나와서 아직 오지 않은 동료들을 기다
리며 즐겁게 얘기를 나누고 있습니다.
2시발 강릉행 무궁화호 열차는 등산복 차림의 여행객들로 인산인해로 북적대고, 자리를 잡
기 위해서 부산한 출발전 열차 분위기는 주말의 여유로움으로 가득했지요.
오후 6시 30분 정각..
우리는 정확하게 태백역에 도착합니다. 태백산 산행을 하고 돌아가는 사람들이 또 다시 인산
인해를 이룬 태백역사는 그저 앞 사람 뒷퉁수만 보면서 빠져 나오는 데에도 많은 시간이 소
요될 정도로 혼잡했지요. 그 날 아침 모 일간신문에서는 주말에 태백산을 찾을 관광객이 10
만명은 족히 될 것이라는 사진 기사를 게재했더군요.
태백이 가까와 오면서 주위는 하얗게 쌓인 눈으로 가득차서 온통 눈천지를 이루고 있어, 우
리의 마음을 더욱 들떠게 했습니다.
9시.. 저녁 식사 후에 당골 광장 아래에 있는 태백산 민박촌으로 이동을 합니다.
바깥 날씨는 바람과 함께 급강하하고 있었고, 켜 놓은 텔레비젼의 저녁 뉴스는 한
파주의보가 내렸다는 둥, 강원 산악지대의 등산은 조심해야 한다는 둥 잔뜩 경보성 뉴스를
쏟아내고 있습니다. 당연히 우리 이야기도, 심약해 진 모습으로 내일 아침 안 올라 갈 것이
라느니, 그냥 강원랜드로 직행하자느니 말이 많았지요. ^&^
'당골'이라는 말은, 예전에 이 골짜기에 무당들이 많았기 때문에 붙여진 이름 이라고 하더군요.
아직도 개인 산당이 몇 군데 남아 있기도 하답니다.
숙소의 모습
새벽 3시 기상...
전 날 늦은 밤까지 이야기 꽃을 피웠지만, 새벽 3시 누군가의 알뜰한 모닝콜 때문에 정확하
게 기상합니다.(젬스는 2년 전의 경험을 교훈 삼아 2시 30분에 미리 일어나 모닝 DDong을
무사히 해결했지요.^&^) 일사불란하게 개인 장비를 챙기고 숙소를 정리한 후 정확하게 4시
에, 미리 도착한 버스에 몸을 싣습니다.
태백민박촌 입구에 세워져 있는 시계탑에 있는 온도계가 영하 14도임을 나타냅니다. 숙소에
서 산행의 기점이 되는 유일사 주차장까지 이동하는데 10여분이 걸렸습니다. 캄캄한 밤중이었
지만, 이미 유일사 주차장에는 수많은 관광버스들이 불야성을 이루고 있고, 출발산행 기점에
는 등산복을 챙겨 입은 산행객들이 삼삼오로 출발 준비를 하고 있습니다. 이곳 시계탑의 온도
계는 영하 16도를 나타냅니다.살갗을 스치는 새벽 바람도 거세지면서, 장갑을 낀 손가락도
금방 고와질 정도입니다. 마치 전투에 투입되기 바로 전, 군인들의 마음이 이랬을까요?
캄캄한 찬 바람 속에서도 새벽 하늘의 별들은 어찌도 그리 많던지요.
정확하게 4시 30분.. 산행을 시작합니다.
제일 앞에 제임스가 서고 제일 뒤쪽은 선배 한 분이 맡습니다. 깊게 쌓인 눈이 낮은 기온 때문
에 엉키지 않고 마치 서릿발이 깨지는 듯한 소리를 서걱 서걱 냅니다. 해드랜턴을 켠 그룹
들이 우리 일행을 앞서거니 뒷서거니 하면서 줄줄이 서서 오르는 산행기점은 비장한 기운마
저 감돕니다.
산행을 할 때면 늘 느끼는 것이지만, 처음 시작 30분 정도가 가장 힘든 시간입니다. 숨이 턱
까지 오르고 가슴 터질 듯이 숨이 차오르곤 하지요. 특히 오늘처럼 낮은 기온에 먼 산행길
을 출발하는 긴장 된 순간에는 더욱 더 합니다. 후미에서는 "선두 반보"를 연신 외쳐댑니다.
^&^
새벽 5시 30분...
출발한지 거의 한 시간이 지났을 무렵부터 속도는 점점 느려지고 뒤따라 오는 팀들은 연신
우리를 앞서갑니다. 갑자기 허리가 아파 통증을 호소하는 사람, 숨이 가빠 속도를 내기 힘들
다고 자꾸 뒤쳐지는 사람, 아랫배가 살살 아파 오면서 화장실을 들러야겠다는 사람........
우리가 걸어 온 길을 어둠 속에서 내려다 봅니다. 저 멀리 발 아래로 불빛이 드문 드문 마
치 밤 하늘의 별 같이 반짝거립니다. 조금만 더 가면 임로(林路)가 끝나면서 본격적인 산행
로가 시작되는 대피소가 보일 것입니다.
새벽 5시 45분..
아픈 아랫배를 해결하기 위해서 먼저 대피소에 도착했다가 추운 날씨에 우리를 기다렸던 후
배 한명을 만납니다. 능선 저쪽에서 불어오는 칼 바람이 잠시도 서 있지 못할 정도로 매섭게
느껴집니다. 견디기 힘든 추위이지만, 일행의 흔적을 남기기 위해서 카메라를 들이대는 후배
의 수고가 눈물겹습니다. 이제부터는 눈길을 헤치며 산을 본격적으로 올라가야 하는 코스
가 시작됩니다. 제임스는 제일 뒷 쪽에 서기로 합니다. 손전등이 없는 일행은 대충 앞 사람
이 디뎠던 곳을 따라가야 하지만, 세찬 칼 바람에 정신이 없다 보니 연신 미끄러지면서 힘
들어 하는 모습이 역력합니다. 손과 발이 서서히 아파 오고, 장단지 뒷 쪽의 근육이 날카로
운 칼로 에는 듯한 아픔이 있습니다. 튼튼한 기능성 방한 등산복을 챙겨입은 내가 이런 추
위를 느낀다면, 그렇지 못한 대원들은 어떨까 생각하니, 이건 너무도 무모한 일이구나 하는
생각을 해 봅니다. 마음이 통한 건지, 1차 휴식지점인 산 등성이 하나를 올랐을 때, 슬며시
다가선 한 선배의 염려스런 말에 백번 동감을 표시합니다.
"젬스, 내년부턴 기본 장비가 허술한 사람은 남겨놓고 올라와야 할 것 같아. 꼭 기억해~"
6시 30분..
이제 서서히 주위의 모습들이 어둠을 벗고 시야에 들어오기 시작합니다. 주위에 군데 군데
서 있는 살아서 천년 죽어서 천년을 간다는 주목이 하얀 눈을 뒤집어 쓴 채 서 있는 모습이
어렴풋이 눈에 보이면서 우리들을 흥분시킵니다. 이제는 고지가 얼마 남지 않았다는 안도감
이랄까.....그렇게도 반짝이던 하늘의 별들도 어느 덧 숨어버리고 멀리 계명성만 밝게 빛나고
있습니다. 동쪽 먼 하늘이 검붉게 밝아오는 모습이 섬칫하리 만치 감동적으로 다가 옵니다.
6시 50분..
드디어 하늘이 훤히 보이면서, 시커먼 구름이 연신 정상의 능선을 휘감아 지나가는 모습이
보이는 곳에 다다릅니다. 나무마다 하얗게 눈꽃이 피어 있는 아름다운 장관이 펼쳐지지만,
살을 에이는 듯한 바람과 추위 때문에 잠시도 곁눈질을 할 수 없게 만듭니다.
장군봉.... 태백산의 천제단보다 5m 더 높다는 봉우리에 먼저 도착하지만, 몸을 가눌 수 없
을 정도의 세찬 바람과 찬 기온에, 잠시도 머물 수가 없습니다. 잠시 장군봉에 있는 벽 뒤에
몸을 숨겼다가 다시 약 3백 미터 전방에 있는 천제단 쪽으로 이동을 시도합니다. 이곳에서
부터는 전혀 바람 막이가 없는 산행길이어서 불어 오는 세찬 바람을 온 몸으로 맞아야 하기
때문에 눈조차 뜨기 힘듭니다.
"고지가 바로 저긴데 예선 말 수 없다."고 울부짖었던 어느 시인의 절규가 바로 지금의 심
정이었으리라.
7시 정각...
드디어 커다랗게 '太白山'이라고 쓴 비가 서 있는 천제단 앞에 섭니다. 잠시도 머물 수 없을
정도로 세찬 바람이 살인적입니다. 삼삼오오 일행들을 부르는 절규의 목소리들만 이곳 저곳
에서 들려 올 뿐 상황은 가히 절망적입니다. 쓰고 있는 방한모와 방한 마스크에는 흰 성에
가 끼고 고드름이 주렁 주렁 달려 있습니다.
이런 상황에서 제 머릿속을 지나가는 생각...지금 도대체 영하 몇도일까 하는 의문이 생기더
군요. 두리번 거리다 보니, 바람이 조금 덜 한 곳에 하얀 백엽상 하나가 서 있습니다. 이를
악 물고 백엽상을 들여다 봅니다.
영하 25도...
아, 영하 25도 추위가 바로 이런거구나. 그리고 바람이 불면 체감 온도는 여기에서 10여도는
더 떨어진다는 얘기가 바로 이런거구나 하는 생각이 언뜻 드는데, 갑자기 저쪽에 서 있던
총무 후배가 외칩니다.
'젬스 형, 지금 곧 바로 하산입니다. 하산하세요. 빨리요.'
7시 20분...
당골 광장 방향으로 하산하는 길은 눈이 쌓인 스키장과 다름이 없었지요. 그러나 능선 반대
쪽이기 때문에 바람이 없어 한결 살만한 등산로.... 7부 능선쯤에 있는 정자 앞에서 정신을
차리고 서로 서로의 얼굴을 확인합니다. 서로를 쳐다보면서 온갖 어려움을 이겨내고 결국
정상을 정복한 기쁨을 나누느라 우리는 연신 즐거운 웃음을 지을 정도로 여유를 되찾습니
다. 콧물이 얼어서 고드름이 되어 있고, 속 눈썹이 얼어 붙어 우담바라 꽃 같이 예쁘게 깜
빡거리며, 머리에 이슬이 얼어붙어 하얗게 파파 할머니로 변해 버린 동료들의 재미난 모습
모습들....
보온 병에 담아 온 따끈한 물을 한 잔 씩 나눠마시면서 긴박했던 조금 전의 상황을 정리하
면서, 하산 길을 재촉하는데, 멀리 산 너머에서 빨간 태양이 우리를 축하하듯이 떠 오릅니
다. 태백산에서의 일출입니다.
아침 8시 30분..
내려 오는 길은 그야 말로 즐거움이 가득찬 산행길이었지요. 준비 해 간 비닐 비료부대를
깔고 쏜살같이 내려가는 오궁썰매의 즐거움을 만끽할 수 있었지요. 쌓인 눈 길을 아이같은
마음으로 넘어지고 미끌어져 내려오다 보니 어느 듯 우리는 당골 광장에 다다릅니다.
뒷 쪽에서 개구장이처럼 내려 오는 사람이 젬스입니다. 앞 사람은 초딩 6학년
얼음 축제가 진행되고 있는 당골광장의 눈들도 제철을 만난 듯 저마다의 표정들을 뽐내고
있는 곳에서, 태백 전사들은 느긋한 마음으로 기념 포즈를 취합니다. 4 시간의 사투와도 같
은 태백산 눈꽃 산행이 마무리되는 시간이었지요.
이번 산행에서 얻은 작은 교훈...산은 언제나 조심해야 한다는 것, 그리고 산행 준비는 언제
나 철저히 해야 한다는 것이었습니다.
출처 : 忍松齋
글쓴이 : 제임스본드 원글보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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