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행과 산행후기

[스크랩] 무의도 국사봉과 호룡곡산 산행기

석전碩田,제임스 2005. 11. 22. 22:59
일시 : 2004. 9. 18(토) 오전 11시 ~ 오후 3시
장소 : 무의도 국사봉, 호룡곡산
코스 : 큰무리선착장 - 166봉 - 국사봉(230m) - 구름다리 - 호룡곡산(240m) - 환상의 등산코스 - 바닷길(갯벌) - 하나개 해수욕장
산행시간 : 3시간 30분
참가자 : 키르키즈스탄에서 온 촐폰을 비롯한 토요산행팀 33명


미리 공지를 한 탓인지 9월 정기 토요산행에 참가한 사람은 총 33명, 적지 않은 숫자입니다. 간밤에 밤새도록 내린 폭우 때문에 20여명이 오면 많을 것이라는 예상을 깨고 이렇게 많이 동참한 건 그만큼, 바다와 산, 그리고 갯벌과 해수욕장을 동시에 만끽할 수 있다는, 산행코스의 매력에 대한 기대감 때문이었을 것입니다.

오전 9시 30분, 2대의 차량에 나눠 토요산행팀은 인천국제공항 고속도로를 이용해서 영종도, 잠진도로 갑니다. 가는 도중 다시 비가 내리기 시작하더니, 우리가 선착장에 도착할 시간에는 거의 폭우로 변해버립니다. 원래 계획은 차량을 대형 주차장에 세워두고 걸어서 배를 타기로 했으나, 갑자기 천둥을 동반한 폭우로 변한 일기 때문에, 차량도 함께 싣고 가기로 결정을 한 거지요. 차량 도선료는 한 대당 2만원, 그리고 탑승자는 1인당 천원을 내야 합니다.

잠진도에서 우리의 목적지인 무의도 큰무리선착장까지는 배로 5분이면 갈 수 있는 가까운 거리지만, 아직까지 다리가 놓여있지 않아 이렇게 20 ~ 30분씩을 기다려야 하는 불편을 감수해야 합니다.

오늘 산행 기점은 무의도 큰무리 선착장 부근 마을에서 166봉우리와 국사봉으로 곧바로 치고 오르는 등산로 입구입니다. 주변 공터에 버스를 세워두고 토요산행팀은 형형색색 우산과 우비를 챙겨 입은 후 출발합니다. 비는 더욱 거세져서 이제는 먼 하늘에서 천둥소리까지 들립니다.
아마도 이런 상황에서 산행을 계속해야 하나 하는 불안한 생각을 가졌던 분도 있었던 모양입니다. 그러나 일기예보에, 오늘은 한두차례 비가 내린 후 서쪽부터 맑아질 것이라고 했으니, 조금 있으면 그칠 것이라는 확신이 있었지요.
멀리 실미도 앞바다  위에 걸친 구름이 차츰 밝아지고 있었으니까요. 산행기점은 시멘트로 만들어진 농작로였지만, 내리는 비와 비에 젖은 가을 풀잎들이 마치 우리 토요산행팀을 반갑게 맞아 주는 듯 했지요.

산행을 시작할 때에는 천둥과 함께 제법 많은 비가 내렸지요.
이렇게 호젓한 시골길을 10여분 걸으니 곧바로 실미도와 국사봉을 가르키는 산행 이정표를 만납니다. 이미 샘꾸미선착장에서부터 호룡곡산과 국사봉을 정복하고 하산하는, 비에 흠뻑 젖은 팀들을 그곳에서 만납니다.

산행기점....국사봉에 이르는 길은 겨우 한 사람이 지나갈 수 있을 정도로 좁은, 잡목이 우거진 길이었지요.

내리던 비들이 신기하게도 산행기점에 우리가 도착하자 마자 그칩니다. 오전 11시...펼쳤던 우산과 우비는 다시 배낭에 챙겨 넣고 한결 가뿐하게 산행을 시작합니다. 이런 걸 두고 천시(天時)라고 할 수 있을까요. 멋진 일입니다.

비에 젖은 산행로 옆의 잡목들은 우리들이 지나갈 때마다 물방울로 화답합니다. 게다가 짙은 바다 안개는 한치 앞을 못 볼 정도로 자꾸 자꾸 밀려 옵니다. 그러나 내리는 비에 비해 훨씬 기분 좋게 그들을 맞이 할 수 있어 좋았지요.

짙은 바다 안개에 젖은 멋진 산행로......어느 View Point에서 키르키즈스탄에서 온 촐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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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2시.. 산행대원이 많아서 인지 30분만에 오르리라고 예상했던  해발 230 미터 국사봉에 도착한 시간은 거의 12시가 넘어서였습니다. 오르면서 뒤에 쳐지는 대원을 기다리면서 쉬는 시간이 많아서였을 것입니다. 호룡곡산 정상 쯤에서 점심 식사를 하기로 한 계획을 수정하여, 국사봉과 호룡곡산을 잇는 구름다리에서 점심 식사를 하기로 합니다.

국사봉에서 구름다리까지 내려 오는 코스 중간 쯤에서, 짙게 깔린 해무가 걷히면서 발 밑으로 펼쳐져 있을 탁 트인 바다가 보였으면 좋겠다는 바람이 있었지만, 지금과 같은 상황에서는 무리였지요. 한참을 내려갔을 때였지요.
앞서가던 분들의 함성이 들려 옵니다. 무슨 사고가 났을까? 그 순간, 앞서 가던 대원들이 서 있는 바위위에 뒤따라 섰을 때, 아래로 펼쳐지는 장관 장관.....서쪽에서 불어오는 세찬 바람에 실려 그 때까지 짙게 깔려 있는 해무들이 일시에 걷히면서, 하나개해수욕장과 그 앞에 있는 넓은 바다가 모습을 드러낸 것입니다. 간절한 소망이 이뤄지는 순간이었지요.
자연발광의 감탄사들이 이곳 저곳에서 연발합니다. 불어오는 시원한 바람과 환하게 내리비치는 햇살, 그리고 탁 트인 전망....별유천지 비인간이라고 했던가요!

일시에 걷힌 해무 사이로 드러난 하나개 해수욕장과 바다의 눈부신 모습...자연의 멋진 장관이었지요
우리 일행은 구름다리 부근에 있는 넓은 자갈마당, 오전 내내 빗물에 씻겨져 깨끗해 진 천혜의 식탁에서 점심 식사를 합니다. 역시 예외 아닌 한정식이 부럽지 않을 정도의 진수성찬입니다.

금강산도 식후경이라고 했지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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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시 30분...푸짐한 식탁을 정리한 뒤, 우리는 두 팀으로 나누기로 했습니다. 예정된 시간보다 훨씬 지연된 탓에, 또 다른 산을 정복하는데 무리라고 생각하는 사람들은 자진해서 평지를 이용해서 오늘의 목적지인 해수욕장으로 직접 이동하기로 했지요. 물론 본팀은 예정대로 호룡곡산 정상을 올랐다가 환상의 산행길을 통해 해수욕장으로 이동하기로 합니다. 예상 시간은 1시간 10분 정도....

점심 식사를 마친 우리 일행이 호룡곡산 등산로로 접어 들자 마자, 환하게 맑았던 날씨는 다시 해무가 몰려 오면서 비가 내리기 시작합니다. 세찬 바닷바람과 해무, 그리고 내리는 빗방울....그래서 식사 후에 조금 빠른 속도로 오르기 시작하면서 쏟아진 땀방울들은 자연스럽게 씻겨져 내립니다.
산허리를 휘어감는 해무는 변화무쌍하게 우리 일행을 돌아 지나갑니다. 호룡곡산 정상에 섰을 때에는 주변에는 아무것도 보이지 않고 단지 우리 일행들의 즐거운 웃음 소리만 경쾌하게 들려 옵니다.

지체치 않고 우리는 하산을 시도합니다. 이곳 정상에서 반대 편으로 내려 가는 코스는 대개 3가지 코스...
하나는 샘꾸미 선착장으로 내려가는 코스, 또 다른 하나는 하나개 해수욕장으로 곧바로 내려가는 코스, 나머지 하나는 바닷가 절벽 위로 바다를 바라보면서 걷는 환상의 산행길 코스..
우리 일행은 호룡곡산 정상 - 환상의 산행길 - 하나개 해수욕장 코스를 택합니다. "환상"이라는 단어에 큰 기대감을 갖고서 말입니다.

바다가 바로 아래로 보이는 환상의 산행길....그 끝지점에서 곧바로 바다로 나갈 수 있지요

약 20분 정도를 내려오다 보면, 앞으로 서해 바다의 드 넓은 갯벌(썰물일 때는 갯벌, 밀물일 때에는 출렁이는 서해 바다의 장관을 만날 수 있지요)이 눈부시게 앞을 가로막습니다. 그리고 철조망으로 가려진 길을 살짝(?) 우회해서 바닷가로 내려서면, 곧바로 갯벌로 나서게 되지요.


갯벌위를 걸어 하나개 해수욕장까지는 약 10분 정도가 걸립니다. 갯벌위에 난 수많은 숨 구멍 속에는 얼마나 많은 생명들이 저마다의 생명을 간직하면서 살아갈까. 크고 작은 작은 생물들이 이곳저곳으로 기어다니며 모래 공작을 만들어 놓고 있었습니다. ....대원 중 어느 분이 말했던 것처럼, "우리의 오늘 산행은 그야말로 환상의 코스"였습니다. 3시간 30분의 여정은 이렇게 마무리되었습니다.
드라마 천국의 계단을 찍은, 그림 같은 주택 앞에서 포즈를 취하고 있는 우리들을 향해서 저 멀리 출렁이는 바닷물은 철썩거리면서 다가오고 있었습니다. ♥



*배경음악은 Dana Winner의 Stay with me till the morning입니다.
출처 : 忍松齋
글쓴이 : 제임스본드 원글보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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