글-隨筆 · 斷想

유진 피터슨 별세 소식을 듣고

석전碩田,제임스 2018. 10. 25. 06:47


유진 피터슨(Eugene Peterson)이 어제 85세의 일기로 별세하였습니다. 그의 별세 소식을 듣고 갑자기 먹먹한 서운함과 아쉬운 마음 때문에 한동안 일이 손에 잡히지 않았습니다. 그는 한 교회를 담임하는 목사이면서 현장 경험을 바탕으로 '삶의 영성'이 무엇인지 글을 써서 책으로 전세계 수많은 애독자들에게 잔잔한 영향력을 끼쳤던 '문서 영성신학자'이기도 했습니다.  

 

저는 개인적으로 이 분의 책들을 통해서 참된 그리스도인이 무엇인지 그리고 어떻게 살아야 하는지에 대한 답을 얻으면서 너무나 많은 도움을 얻었습니다. 제 블로그에 그가 쓴 책을 읽고 충만한 감동의 마음으로 쓴 독후감만 하더라도 10여편은 족히 될 듯 합니다. 누가복음 묵상서 <비유로 말하라>, 성경을 어떻게 읽어야 하는지에 대한 지침서라고 할 수 있는 <이 책을 먹으라>, 영성과 제자도에 대해서 쓴 <한 길가는 순례자>, 예레미야서를 대중적으로 재해석한 <주와 함께 달려가리이다>, 인간적인 모습의 다윗을 재조명한 <다윗, 현실에 뿌리박은 영성>, 현장 목회를 경험한 경험자로서 목회를 시작하는 후배들에게 들려주는 내용인 <목회자의 영성> 등 주옥같은 무척 많은 책들이 기억납니다.  

 

때는 한 낮 정오였습니다. 아마도 뙤약볕이 쨍쨍 내리쬐고 있었을지도 모르겠습니다. 오랜 여행으로 지친 예수님과 그의 제자들이 야곱의 우물가에 도착했고, 예수님은 그곳에서 쉬고 계셨을 때, 그 틈을 이용하여 제자들은 먹을 것을 사러 수가(Sychar)라는 동네로 가고 없었습니다  

 

그 때 동네에서 한 여인이 물을 길러 나왔다가 우물가에서 예수를 만나 이야기 하는 장면이 영화의 한 장면처럼 길게 묘사되고 있습니다  

 

유진 피터슨은 그의 책 이곳 저곳에서 이 요한복음 4장, 수가성 야곱의 우물가에서 예수님과 한 여인의 대화를 다룬 본문을 참 많이도 언급하고 있습니다. 예루살렘을 향해 올라가고 계신 예수의 삶의 이야기 여정 전체 속에서, 길에서 만나게 되는 이런 조그만 이야기를 소개하고 있는 저자 요한의 의도를 그는 관심을 갖고 묵상하곤 했습니다. , 거룩한 성전 안에서 있었던 설교나 종교적인 일, 또는 거창한 사업에 관심이 있었던 게 아니라, 주일과 주일 사이, 즉 일상의 작은 삶 심지어 우물가에서 쉬는 가운데서 일어나는 이야기를 통해서도 메시아를 발견하는 것을 보여주고 있는 요한의 서술 방식을 세심하게 들여다 보는 묵상 방식 말입니다  

 

본문의 이 이야기의 결론도 그런 일상의 평범한 만남을 통해서, 결국 그녀가 마을로 서둘러 가서 사람들에게 내가 행한 모든 일을 내게 말한 사람, 메시아”(4:29)를 만났으니 여러분도 와서 들어보라고 했다고 우리에게 전해줍니다  

 

제자들이 먹을 것을 가지고 돌아와서 예수님께 잡수시기를 권했을 때, "나는 이미 먹을 것이 있다"고 말 하는 예수와 그 여인을 번갈아 쳐다 보면서 굉장히 의아하고 황당해 하는 표정을 짓는 제자들을 상상하면 이 본문을 읽을 때마다 빙그레 웃음이 나곤합니다  

 

그 순간을 놓치지 않고 주님은 나의 양식은 나를 보내신 이의 뜻을 행하며 그의 일을 온전히 이루는 이것이니라”(34)라고 말씀하시면서, 일상의 삶 한 가운데서 이야기(네러티브)를 만들어 가고 계시는 것을 보십시오.


우리 시대의 탁월한 이야기 꾼. 유진 피터슨 목사님의 별세에 심심한 조의를 표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