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한 주 동안 대학시절 학생 기자로 활동했던 대학 신문사의 후배 현역 기자들이 그동안의 신문의 역사 자료들을 한곳에 모아 전시하는 아카이브전을 준비했습니다. 한 주간 동안 열린 전시회를 보기 위해서, 직접 신문 제작에 참여했던 신문사 선후배들이 찾아와서 옛 추억을 되새기는 시간이 되었습니다. 오래된 희귀 본 신문의 실제 모습 뿐 아니라 당시에 사용했던 원고지며 사진자료 등을 망라한 전시회였습니다.
79년 봄, 수습기자 트레이닝을 마치고 동기들끼리 가까운 근교인 장흥 계곡으로 소풍 나들이를 갔던 사진을 보면서 감회가 새로웠습니다. 대학에 들어가면 머리를 길게 기르는 게 당시 대부분의 학생들의 로망이요 꿈이어서, 당시 나도 꽤 길게 머리를 길렀습니다. 그러나 사진이 현상되어 내 손에 전달되었을 때 그 사진을 처음 본 나는 나 스스로 "이건 내가 아니야"라고 생각하고, 앞으로 다시는 머리를 기르지 않기로 결심을 했습니다. 그 결심이 오십 후반이 된 지금까지 지켜지고 있으니 그 때 본, 덥수록한 장발의 청년은 내가 봐도 좋은 모습이 아니었던 것 같습니다. 짧은 머리를 고집하는 나 때문에, 결혼 초기엔 아내에게 어떤 사람이 '남편이 장교냐?' 물어보기도 했다고 하니, 당시 긴 더벅머리에 대한 스스로의 부정적인 자각은 그 후 한 사람의 평생 선호도를 뒤바꿔놓았지요.
하나님은 사람을 창조하실 때 개별적으로 차이를 주셨고, 선호하는 것도 다르게 하셨습니다. 그러므로 우리의 취미가 다 다르고, 같은 음식을 먹지 않고, 같은 교회에서 예배를 드리지 않는다고 해서 문제가 되지는 않습니다. 우리 각자는 독특하고 “심히 기묘하게 지어졌”(시 139:14)을 뿐이기 때문입니다. 그리고 예수님의 수 제자였던 베드로는 자신의 서신에서 "우리가 서로 섬기기 위해 각자 독특한 은사를 받았다"고 표현하였습니다 (벧전 4:10-11).
예수의 제자들만 보더라도 베드로는 매우 충동적인 성격이라 예수님이 체포되던 날 밤 하인의 귀를 잘랐습니다. 도마는 예수님의 부활을 믿기 전에 증거를 보여달라고 요구했습니다. 그러나 주님은 그들이 부족한 사람이라고 거절하시거나 다른 데 가서 더 배워오라고 핀잔을 주지 않았습니다. 다만 그들이 자신의 독특함 그대로를 살려 주님의 사역에서 재능을 120% 발휘할 수 있도록 그들을 새로운 모습으로 빚어주셨을 뿐입니다.
살아가면서 우리의 재능과 성격, 그리고 우리 정체성을 고려해 보면서 때로는 “이건 내가 아니야”라는 스스로자각하는 것을 경험하는 것도 필요한 것 같습니다. 스스로 모든 걸 잘 해 내고 있고 또 완벽하게 처리하고 있다고 생각하는 가진 자의 마음, 부자의 마음에는 성경에서도 말했듯이 '부자가 천국에 들어가기는 낙타가 바늘 귀로 들어가는 것과 같이 어렵고(눅18:25)' 그리스도가 앉을 빈 자리는 없기 때문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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