글-隨筆 · 斷想

비밀번호 유감

석전碩田,제임스 2017. 3. 2. 17:46

새 학기가 시작되는 첫 날 아침입니다.  

 

비온 뒤 깨끗하게 씻겨진 골목길, 그리고 쌀쌀하지만 한결 부드러워진 공기 속에서 봄 냄새가 묻어나는 것 같습니다.  

 

아침부터 각종 SNS가 계정확인을 요청하네요. Face Book, 카카오, Band...세션이 만료되었다는 메시지와 함께 새 비밀번호 설정을 요구하는 바람에 곤욕을 치르고 있습니다. 평소 비밀번호를 그냥 저장시켜 자동 기억하도록 해 놓은 탓에 현재 비밀 번호가 생각이 나지 않네요. 결국 새로운 비밀번호를 설정해야 한다고 해서 겨우 해결하긴 했지만, 완전히 다른 새로운 비밀번호를 요구해서 또 훗날 어느 날 이런 똑같은 곤욕을 치러야 할 걸 생각하니 겁이 덜컥 났습니다. 본인이 본인임을 비밀번호 숫자나 문자로 인증해야 ''라는 사실을 인식하는 이런 시스템 사회를 살아가면서, 앞으로 나이들어가는 것이 걱정됩니다. 왜냐하면 점점 눈은 어두워지고, 기억력은 감퇴되며 또 하루가 멀다하고 개발되는 SNS 네트워크에 적응하는 것도 쉽지 않을 뿐 아니라 이런 비밀번호를 잘 기억하지 못하면, 멀쩡히 살아 있어도 당당히 '나 자신으로' 사는 게 불가능하기 때문입니다.  

 

그렇다고 비밀번호를 커다랗게 써 놓고 다닐 수도 없는 노릇이고 이럴 어찌하면 좋을까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