글-隨筆 · 斷想

왕의 얼굴

석전碩田,제임스 2015. 1. 30. 09:56

요즘 저는 수요일과 목요일에 방영하는 KBS2 TV의 드라마 <왕의 얼굴>에 빠져 있습니다. 그러면서 새삼 느끼는 것은, 이런 류의 드라마를 제가 참 많이 좋아한다는 사실입니다.

 

몇 해 전에 역시 TV 드라마로 인기리에 방송된 적이 있는 <뿌리 깊은 나무>, <정도전>, 또 영화로 만들어 진 <왕이 된 남자, 광해>, <관상> 등이 나의 관심을 끌었지요. 말하자면 시대적인 배경은 조선이나 고려 시대의 우리 역사물이면서, 주제는 그 당시의 정사(正史)가 펼쳐지는 뒷 무대에서 일어났음직한 야사들을, 작가의 상상력에 의해 맘껏 이야기를 펼쳐 놓은 그런 드라마나 영화 말입니다.

 

<왕의 얼굴>은 조선 시대 선조와 광해의 관계를 중심으로, 관상(觀相)이라는 소재를 중요한 모티브로 풀어가는 궁중 안의 이야기입니다. 이야기를 풀어나가는 과정에 임진왜란이라는 우리 나라 역사에서 빼놓을 수 없는 큰 전쟁이야기도 언급되고 있고, 또 명나라와 여진족과의 외교를 어떻게 해 나가야 할지에 대한 이야기도 적당히 언급되고 있습니다.

 

이런 류의 이야기를 좋아하다 보니, 조선 시대 숙종 임금과 관련된 이런 이야기도 흥미있게 다가오는 것 같습니다  

 

진짜 부자란

 

조선시대 숙종 임금이 어느날 야행을 나갔다가 가난한 사람들이 모여 사는 동네를 지나게 되었다.

 

다 쓰러져 가는 집들을 보며 혀를 차고 있는데 어느 움막에서 웃음소리가 끊임없이 흘러나오는 집이 있었다. 기와집이 즐비한 부자 동네에서도 듣지 못했던 웃음 소리에 숙종은 어리둥절했다.

 

숙종은 그 까닭을 알아 보기 위해 움막에 들어가 주인에게 물 한 사발을 청했다. 그 사이 문틈으로 방안을 살펴보니 수염이 허연 할아버지는 새끼를 꼬고, 올망졸망한 어린 아이들은 짚을 고르고 있었다. 할머니는 빨래를 밟고, 부인은 옷을 깁고 있었다. 그런데 모두들 얼굴 표정이 어찌나 밝고 맑은지 도무지 근심이라곤 찾아볼 수 없었다.

 

숙종이 주인에게 물었다.

 

형편이 어려워 보이는데 무슨 좋은 일 이라도 있소? 밖에서 들으니 이곳에서 웃음이 끊이지 않더이다라고 하자,

 

주인은

이렇게 살아도 빚 갚아 가며 저축도 할 수 있으니 어찌 좋은 일이 아니겠습니까? 그래서 저절로 웃음이 나는가 봅니다

 

궁궐로 돌아온 숙종은 금방 쓰러질 듯한 움막집에서 살며 빚도 갚고 저축도 한다는말이 의아해 주인이 몰래 돈을 감춰 둔 것은 아닌지 아랫사람을 시켜 알아 보았다. 하지만 조사 결과 그 집에는 정말 아무것도 없었다.

 

숙종은 다시 그 집을 찾아가 주인에게 예전에 했던 말의 뜻을 물었다. 주인은 웃으며 다음과 같이 대답했다.

   

부모님 봉양하는 것은 곧 빚 갚는 것이고 제가 늙어서 의지할 아이들을 키우니 이게 바로 저축이 아니오? 어떻게 이 보다 더 큰 부자일 수 있겠습니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