글-隨筆 · 斷想

'병대 강인원' 청년의 의미있는 결혼식

석전碩田,제임스 2014. 12. 20. 11:42

금으로부터 8년전 쯤이라고 생각됩니다.

 

침 조기 축구를 하는데, 학교 앞에 살고 있다면서 함께 축구를 해도 되겠느냐며 청년 한 명이 아침 일찍 운동장에 나타났습니다. 당시 새로 채용되는 남자 직원이 없어 축구 동호회의 회원이 점점 고령화되어 가면서 열 한명을 채우기도 빠듯한 때인지라 흔쾌히 같이 운동하자고 허락을 했습니다.  

 

청년은 그 후, 하루도 빠지지 않고 매일 아침 운동장을 누비면서 함께 땀을 흘리는 운동 동료가 되었습니다. 그러나 누구 하나 이 청년의 이름을 알려고도 또 어디에 사는 어떤 사람인지 물어보지 않았습니다. 아침 운동을 같이 하는 게 목적이었기 때문에 괜히 개인적인 사정을 물어보면 피차 불편해질 수 있기 때문이었습니다. 그래서 운동을 하면서 패스를 하라고 불러야 할 상황이 생기면, 이 청년이 늘 입고 나오는 등 뒤에 '해병대'라고 씌여진 셔츠를 보고, 그냥 '병대'라고 불렀습니다. 그러니까 아침 운동장에서 이 청년이 우리에게 불리는 이름은 성()'', 이름은 '병대', '해병대'였던 셈입니다. 그를 그렇게 부르면서 지내기를 아마도 5년 정도는 지나갔던 것 같습니다.  

 

러던 어느날, 내가 몇 년 전 열심히 활동했던 마포구 배드민턴 연합회에서 주최하는 대회에 참가하는 일이 있었습니다. 오랜만에 만나는 옛 동료들은 나를 만날 때마다 '왜 요즘은 배드민턴을 치지 않느냐'는 질문을 하면서 배드민턴 운동을 하지 않는 나를 안타까와 하는데, 나는 '요즘은 축구를 하느라 배드민턴 운동을 잠시 쉬고 있다'는 답변으로 인사를 주고 받았습니다. 그런데, 그 분들 중 한 분이 똑같은 질문을 하길래 나도 똑 같은 답으로 반응했더니, 의외로 한 마디를 더 하더군요. ', 그래요? 축구는 어디서 하세요?'라고. 내가 근무하는 학교 운동장에서 한다고 대답했더니 '우리 아들도 홍대 운동장에 가서 축구를 한다고 했는데, 그리고 그곳 선생님들이 참 잘 대해 준다고 했는데...'라면서 말꼬리를 흐리더군요. 그 말에 즉각적으로 ', 병대 말입니까?'라고 대답했다가 나도 소스라치게 놀라 나의 말꼬리를 흐리고 말았습니다. '병대'는 우리끼리만 편의상 부르는 이름이었기 때문이었습니다.  

 

날 대화를 하면서, 그동안 아침 조기 축구를 하면서 함께 운동을 하는 청년의 이름이 뭔지, 어디에 사는 지, 또 무엇을 하는지 조차도 물어보지 않았다는 생각을 하면서 다음 날 아침에 나가면 꼭 물어봐야겠다고 다짐을 했습니다. 참 무심했다는 생각을 하면서 말입니다  

 

음 날 아침, 운동이 끝난 뒤 나는 작정을 하고 그 청년에 대해서 물어보았습니다. 5년여 동안 같이 운동을 했지만 한번도 물어보지 않았던 이름을 그제야 물어보는 나를 포함한 우리 동료들도 참 대단한 사람들이라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그 청년의 이름은 '강인원'이라는 멋진 이름을 가지고 있었습니다. 그런데, 그의 이름을 아는 것에 그치지 않고 정말로 믿기지 않을 정도로, 놀라운 다른 인연을 발견하면서 그 날 아침 나는 나 스스로 얼마나 놀랐는지 모릅니다. 내가 배드민턴 대회장에서 만났던 그 분이 그 청년의 아버지가 맞다는 사실에 그치지 않고, 그의 어머니와 그의 외할아버지까지도 그 부모가 결혼하기 전부터, 내가 알고 있던 사람이었기 때문입니다. 그의 외가 쪽 가족들이 내가 결혼하기 전 살았던 동네의 같은 아파트에 살았던 이웃 사촌이라는 사실을 알게 된 것이지요. 그 후 또 3년여가 지나 오늘에 이르기까지, 인원이는 우리가 의도하지는 않았지만 근사한 호()를 지어 준 멋진 청년으로, 우리와 함께 운동을 해 온 동료가 되었습니다  

 

늘은 그 청년 '강인원'이 백년가약을 맺는 결혼식이 있는 날입니다. 그래서 나이차이가 많게는 마흔 살, 적게는 열 살 정도의 차이가 나는 젊은 동료(?) 청년의 결혼을 축하하기 위해서, 아침마다 함께 땀을 흘리면서 운동하는 우리들이 모두 직접 참석하여 축하해주기로 했답니다. - 석전(碩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