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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수상한 그녀>를 보고

석전碩田,제임스 2014. 2. 15. 23:54

토요일, 1년 전에 정년퇴직한 동료 직원의 아들 결혼식이 있어 아내와 함께 일부러 결혼식장을 찾았습니다 

 

퇴직하기 전 이 분과는 우리 부부가 토요일마다 산행을 했던 사이였고, 또 아내와 사별한 후 혼자서 두 아들을 키워내느라 고생한 걸 잘 알기 때문에, 남의 결혼식에는 봉투만 보내고 참석하지 않는 나만의 원칙을 깨고 오늘은 참석했던 것이지요.  

 

부부가 나란히 서서 하객들을 맞이하지 못하고 혼자 외로이 서 있는 모습이 안스러워보이더군요. 부부가 건강하게 살면서 자녀들이 가정을 이루게 하는 것도 삶을 살아가는데 누리는 한가지 복이라는 생각도 들었습니다.  

 

돌아오는 길에, 집 앞에 있는 영화관에서 요즘 잘 나가고 있는 영화 <수상한 그녀>를 보고 왔는데 재미와 감동, 그리고 찡한 여운마져 주는 멋진 영화였습니다.  

 

우리 시대에 한번쯤 생각해야 할 다양한 이슈들을 너무 가볍지 않게, 그러면서도 또 너무 심각하지 않게 표현한 것이 관객을 이리도 많이 끌어모을 수 있는 비결이 아닌가 생각해 봅니다.  

 

힘들게 아이를 키워낸 장한 어머니이지만, 그 이면에는 세대간의 갈등은 물론 고부간의 갈등이라는 현실의 벽을 넘어야 하는 노년의 문제...그리고 마음이 원하는대로 하고 싶은, 마음 속 깊은 곳의 갈망이 있지만 현실 속에서는 하지 못했지만, 영화적인 허구를 장치해서 그것을 이루어 가는 과정에서의 치열한 삶의 모습들을 보여주는 것...그러면서 종국적으로는 나를 희생해서 결국 한 생명을 살리는 사랑의 메세지까지 담아내고 있었습니다. 한 편의 영화가 이 모든 주제를 무리없이, 잘 짜여진 스토리텔링으로 풀어나간 것이 대단했습니다  

 

겨울왕국을 볼까 이 영화를 볼까 망설이다가 기대하지 않고 봤던 영화를 보고난 후 맘껏 응원의 박수를 보낼 수 밖에 없었습니다  

 

아직 이 영화를 보지 않았으면 가족과 함께 꼭 한번 보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