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갈림길, 윌리엄 폴 영 著, 세계사 刊

석전碩田,제임스 2013. 4. 12. 14:11

 

몇 년 전 <오두막>이라는 소설로 갑자기 우리에게 모습을 드러낸 작가 윌리엄 폴 영이 두번 째 소설 <갈림길>이 번역 출판되어 나오는 싯점에 맞춰 한국을 찾았습니다. 언론과의 방한 인터뷰에서 자신의 이야기를 읽은 한국의 독자들과 상호 작용을 하면서 기쁨을 서로 공유하는 것이 자신에게는 너무도 큰 영광이라고 말했습니다. 왜냐하면 자신의 이야기를 책을 통해서 읽은 독자들도 이야기를 가지고 있는데 만나서 그 이야기를 직접 들을 수 있다는 것이 자신에게는 너무도 큰 행복이라는 걸 알기 때문이라고......  

 

윌리엄 폴 영, 그는 첫번 째 책인 <오두막>에서처럼, <갈림길>에서도 여전히 '관계'에 대한 깊은 성찰을 모색하고 있습니다. 도덕이 우리로 하여금 '이렇게 해야만 한다'고 가르치고, 또 종교가 '신의 계명과 율법을 지켜야 한다'고 가르친다면, 윌리엄 폴 영이 이 소설을 통해서 말하려고 하는 핵심은, '삶은 바로 만남과 관계를 통해서 진정한 자신을 발견해 가는 과정'임을 말하는 것입니다  

 

<오두막><갈림길>은 유사성을 지니고 있습니다. 삼위일체 하나님, 즉 성부 성자 성령에 대한 이해를 '가르침과 지식'으로 접근해 왔던 우리들에게, '관계와 만남, 소통의 체험'을 통해서, 설명이 아닌 경험으로, 지식이 아닌 체험으로 이해할 수 있도록, 스토리 텔링으로 이해를 돕는 점이 같기 때문입니다  

 

주인공 앤서니 스펜서는 가족의 붕괴와 성장 과정에서 겪은 상처와 상실, 그리고 어린 아들의 죽음, 아내와의 이혼 등을 겪으면서 하나님마저 부인하게 되는 극단적인 냉소적인 삶을 살게 됩니다. 자신만의 튼튼한 방어벽을 쌓아 놓고 그 벽 안에서 자신만의 안전을 지켜내기 위해서 발버둥쳐 온 것이 주인공 앤서니 스펜서의 고달픈 삶입니다. 하지만, 어느 날 우연히 당한 사고를 통해 삶과 죽음의 갈림길에 서서 동화같은 극적인 경험을 하게 되고 그 과정을 통해서 삶이 치유되어 가는 과정이 어떤 건지를 그려내고 있습니다. 비록 그가 혼수상태로부터 다시 회복되는 해피엔딩으로 이야기가 마무리되지 않지만, 이 책을 읽는 독자들은 그가 갈림길에서 선택한 것이 결코 헛되지 않은 선택임을, 직감적으로 느낄 수 있습니다.  

 

우리 모두는 태어나 성장하는 중에, 자신만의 독특한 환경에서 수많은 상처들을 입게 됩니다. 그리고 그 상처들은 치유되지 않은 채 우리들의 가장 깊숙한 곳에 자리잡고 있으면서, 삶의 결정적인 고비마다 밖으로 표출되면서 자신 뿐 아니라, 주위에 있는 가족이나 동료, 친구들에게 한없이 날카로운 칼날이 되어 또 다른 상처를 만들어 내는 무기로 변합니다. 바로 우리 자신의 모습입니다. 그래서 결국 우리들은 앤서니 스펜서와 같이 정도의 차이는 있지만 자신을 방어하고 남들을 공격하는 철저한 냉소적인 인간, 다른 사람과 관계를 맺으면서 소통하는 사람으로 성장해가는 것이 아니라, 자신만의 왕국을 건설해가는 '이기적인 삶'을 살아가게 됩니다.  

 

저자인 윌리엄 폴 영은 이런 삶을 살아가는 우리들에게, 소설을 통해서 이야기 하고 싶어 합니다, 바로 '관계'를 통한 치유와 회복, '관계'를 통한 소통'을 체험함으로써 진정한 한 인간으로 다시 태어나는 것에 대한 이야기 말입니다.  

 

흙에서 시작된 삶이 다시 흙으로 돌아가는 것이 죽음이라고 생각했던 앤서니 스펜서는 혼수 상태에서 기이한 갖가지 사건들을 겪게 됩니다. 그 여행 가운데서 황폐해진 자신의 내면 세계를 만나게 되고, 깊은 대화를 통해서 다시 정화해 나가는 과정이 작가의 상상력에 힘입어 현실과 상상 사이에서 일어나는 에피소드가 되어 교차적으로 그려집니다. 앤서니는 예수와 할머니 사이에서 나누었던 대화를 통해 죽음에 대한 생각이 바뀌게 됩니다. 죽음 이후 영혼이 어디로 가는지 인간의 가장 본질적 궁금증을 속시원히 해결받기도 합니다. 나아가 앤서니의 마음이 변화되면서 가치 있는 선택이란 무엇인가’, ‘진정한 삶이란 무엇인가에 대해서도 느끼게 되고 또 그것을 있는 그대로 받아들이는 체험을 하게 됩니다  

 

이 이야기는 삶이 피폐해질대로 피폐해졌던 앤서니 스펜서라는 한 이기적이고 방어적인 소통 부재의 인간이 주변 어느 누구도 예상하지 못할 정도로 다른 사람을 치유하는 데까지 나아가는 성숙한 단계로, 어떤 과정을 통해서 변해가는지를 느끼게 합니다. 그래서 마지막 부분에서는 뭉클한 감동으로 눈물을 찔끔 쏟게 만드는 이야기가 될 것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