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화산책-독후감·책·영화·논평

[영화]<레 미제라블>의 감동을 나누며

석전碩田,제임스 2013. 1. 2. 13:18

초등학교 시절, 고전읽기 대표 선수로 뽑혀 선생님께서 추천해주는 책으로 의무적인 책 읽기를 했던 때가 있었습니다. 그 때 읽었던 책이 바로 <장발장>이라는 빅토르 위고의 소설과 <푸르타르크영웅전>이라는 책이었습니다.  당시 고전읽기 경시대회는 각 지역의 학교에서 대표들이 참가하여 마치 수능 시험을 보듯이 책에 나오는 사람의 이름이나 줄거리 등을 시험 문제로 풀어야 하는 대회였지요. 그러다 보니 제가 처음으로 책읽기를 시작한 것은 독서의 즐거움이 아니라 의무적으로 해야 하는, 하기 싫은 과외 수업같은 공부였습니다. 

 

2013년 새해 첫 날, 아내와 함께 가까운 곳의 영화관을 찾아 영화 <레미제라블>을 감상했습니다. 뮤지컬 영화가 주는 감동, 그리고 역시 전통적인 고전에 속하는 작품 답게 그 메시지에서 전해져 오는 깊은 감동 때문에 눈물이 왈칵 쏟아지는 걸 참을 수가 없었습니다. 감동 그 자체였습니다.  어린 시절에 느끼지 못했던, 아니 그 감동을 유보했던 것을 보상이라도 하듯이, 지금에서라도 다시 한번 감동을 느낄 수 있었던 것이 얼마나 감사하고 행복하던지요. ^&^

 

누군가 통속 소설과 고전을 구분하는 기준을 이야기 하면서, 고전은 '작품이 씌여 질 그 당 시대 뿐 아니라 인류가 살아가는 모든 시대에 적용되는 공통의 질문에 응답하는 작품'이라는 이야기를 했던 것을 기억합니다.  장발장이 분노와 복수심으로 가득차 있을 때, 맞딱뜨렸던 신부가 베푼 은총의 거룩한 행동은 그로 하여금 '나는 누구인가?'라는 질문을 하게 하는데, 이 질문은 어느 시대를 막론하고, 이 땅에 호흡을 가지고 태어난 인간이라면 해야할 질문입니다.  또 가진 자와 가난한 자의 갈등이 있는 사회 구조 속에서 어떻게 살아야 잘 사는 인생인지에 대한 질문은, 어느 사회를 막론하고 누구나에게 맞딱뜨리게 되는 물음입니다.  어떤 이는 이런 사회에서 혁명을 일으켜 뒤집어야된다는 생각을 하는가 하면, 어떤 이는 악법도 법이라는 생각으로 그 체제 속에서 충복이 되어 인정 사정없이 철저하게 법(원칙)으로 살아가는 인생도 있습니다. 그런가 하면 인간의 본능을 따라 미워하고 배신하고 왕따시키고 또 남들을 등쳐 먹는, 어느 시대나 있는 그런 저급한 사람으로 평생을 이름없이 살다가 가버리는 사람도 있습니다. 

 

그래서 우리는 어떻게 살아야 하는가? 나는 누구인가? 나는 어떻게 살 것인가? 라는 질문에 진지하게 대답해야합니다.  장발장은 바로 이 질문에 이렇게 응답합니다. 이 땅이 <약육 강식의 법칙>만 있는 것 같이 보이지만 또 다른 법, 즉, <사랑과 은혜의 법칙>도 있다는 것 말입니다. 그리고 그  사랑과 은혜, 용서의 법칙만이 우리 인생을 구원하는 유일한 길임을 실천적으로 말하려고 하는 것이 바로 소설 <장.발.장>의 목소리입니다. 그래서 이것을 통속 소설로 분류하지 않고, 고전의 반열에 올려 놓는 이유일 것입니다.  영화가 더욱 감동이 되었던 이유는 이같은 긴 이야기를 뮤지컬 형식으로 힘찬 노래와 가슴을 적시는 노래들로 압축하면서 풀어갈 수 있었기 때문일 것입니다.

 

우리에게 알려 진 <장발장>이라는 소설은 원래 제목이 "레 미제라블(Les Misérables)"입니다. 즉, "불쌍한 사람들"이란 뜻을 가지고 있습니다. 저는 불어는 할 줄 모르지만, 원어의 문법적 특성을 감안한다면 <레.미.제.라.블>을 발음할 때, <러 미즈러블>이라고 발음하는 것도 좋을 듯 합니다.

 

초등학생 시절 고전읽기로 접했던 장발장의 줄거리를, 뮤지컬 영화 <레 미제라블> 버전으로 다시 한번 더듬어 봅니다.

 

프랑스 대혁명 직전 라브리 마을의 날품팔이 노동자 장발장이 누이동생과 조카 일곱을 부양하고 살면서 배고픔 끝에 빵을 훔치다가 체포되어 3년형의 선고를 받게됩니다. 장발장은 남은 가족의 생계를 걱정하여 틈만 있으면 탈옥을 시도합니다. 그로 인해 형이 19년으로 늘었는데 13년만에 만기출옥 하여 사회로 나왔을 땐 이미 중년의 사내가 된 장발장은 자신의 행위를 뉘우치면서도 적개심을 품은 사람으로 변해있었습니다.

 

프랑스 산록 밑의 소도시 디뉘의 거리에 허름한 옷차림과 피곤에 찌든 몰골로 장발장은 거리를 배회합니다. 이미 그가 전과자라는 소문 때문에 아무도 그에게 음식과 잠자리 제공을 하지 않는습니다. 심지어 그는 사나운 개 때문에 길을 걸을 수도 없는 지경 '나는 개보다 못한 신세로구나!'하고 성당 벤치 위에 쓰러집니다. 지나가던 한 부인의 조언대로 성당의 사제관 문을 두드린 결과 노사제 밀리에르 신부를 만납니다.

그는 더운 음식과 깨끗한 잠자리에 만족하지 않고 순간적인 충동으로 사제관의 은 접시를 훔쳐 달아나다 헌병에게 끌려 신부 앞으로 다시 오게 됩니다. 그런데 밀리에르 신부는 자기가 준 선물이라 증언해 줍니다. 장발장에게 은촛대까지 내주며 '정직하게 살아가라며 자네 영혼은 내가 사서 하느님께 바쳤다네' 라고 말합니다.

 

그로부터 8년이 지난 후, 장발장은 가석방 중에는 어디를 가든 자신의 소재를 알려야 한다는 선서를 어기고 자신의 이름을 마드렌느로 바꾸어 살아갑니다. 그동안 공장주인과 시장으로서 성공하게 됩니다. 그의 공장에 다니는 직공 중에 남편에게 버림받고 아무도 몰래 코젯이라는 사생아를 키우는 판틴느란 직공이 있었습니다. 사생아를 키우고 있다는 것을 알게된 다른 여직공들과 싸우던 도중 장발장이 나타나 공장감독에게 이일을 해결하라고 합니다. 공장감독은 판틴느를 유혹하다가 거절당한 일이 있는데다가, 여직공들의 얘기를 듣고는 그녀를 해고하고 맙니다. 딸의 약값을 마련하여야 하였던 그녀는 목걸이와 머리카락을 팔고 결국 창녀로 일하게 됩니다. 바닥 인생이 되어 버린 그녀는 한 손님과 다툼이 일어나 다치게 되고, 그 손님은 경찰(자베르)를 불러 그녀를 체포하라고 합니다. 그 때, 시장이 되어 있던 장발장이 나타나 그녀를 병원에 보낼 것을 요구합니다.

 

한편, 장발장(시장)은 어느 날 달려오던 수레에 깔린 포쉬르방이라는 한 남자를 구하게 되는데, 이 장면을 목격한 자베르는 굉장히 힘이 셌고, 가석방의 선서를 어기고 달아난 죄수 장발장을 연상하게 됩니다. 그리고 시장에게 자기가 쫓던 장발장을 잡았다고 말합니다. 자신을 속이고 마드렌느로 살아가고 있던 장발장은 자기 대신에 무고한 사람이 감옥으로 끌려간다는 것을 묵인할 수 없어 자기 자신이 바로 자베르가 좇고 있던 죄수 24601번, 장발장이라고 밝히게 됩니다. 병원으로 간 장발장은 죽어가는 판틴느에게 그녀의 딸 코젯을 죽을 때까지 맡아서 키우겠다고 굳게 약속합니다. 이때 자베르가 장발장을 체포하기 위하여 찾아오지만 장발장은 자베르를 때려눕히고 도망칩니다.

 

어린 코젯은 5년 동안 여관을 경영하고 있는 떼나르디에 부부와 그의 딸 에포닌과 함께 살아가고 있습니다. 그들은 코젯을 하녀로 부려먹으며 학대합니다. 어둠 속에서 물을 길러 갔던 코젯은 장발장을 만나게 되고 장발장은 떼나르디에 부부에게서 돈을 지불하고 코젯을 데려갑니다.

 

가난한 사람들이 많이 생긴 파리의 한 거리. 장발장과 코젯은 거리를 거닐다 코젯과 마리우스란 한 청년과 부딪히게 되고, 그들은 첫눈에 반하게 됩니다. 한편, 떼나르디에가 이끄는 부랑집단이 장발장과 코젯을 덮치는데, 이 때 장발장을 알아보지 못한 자베르가 그들을 구해주게 됩니다. 그 후 바로 사라진 장발장을 이상하게 생각하는 순간, 떼나르디에가 그가 바로 장발장임을 알려주게 됩니다. 자베르는 끝까지 장발장을 잡을 것을 결심하게 됩니다.

 

마리우스는 그를 짝사랑하는 에포닌에게 코젯을 좀 찾아달라고 부탁하고 에포닌은 돕기로 합니다. 혁명을 꿈꾸는 젊은이들의 한 작은 까페. 그들은 현 정부에서 가난한 사람을 위하는 단 한 사람인 레마르크 장군이 죽었다는 소식을 전해 듣고 이것을 계기로 시민 혁명을 준비합니다. 젊은이들의 리더인 앙졸라는 학생들과 함께 민중들을 선동하기 위하여 거리로 나옵니다. 그러나 그 모임의 일원인 마리우스는 단지 코젯 생각에 잠겨 있습니다.

 

한편, 코젯도 첫눈에 반한 마리우스의 생각으로 가득 차 있습니다. 장발장은 코젯이 빠르게 성장하고 있다는 것을 깨닫지만, 그녀나 자신의 과거에 대하여는 말하려 하지 않습니다. 마리우스에 대한 사랑의 감정에도 불구하고 에포닌은 마리우스를 코젯에게 안내하고, 그녀의 아버지가 장발장의 집을 털려는 것을 막습니다. 이때 밖에 있는 사람이 자베르라고 생각한 장발장은 코젯에게 이 나라를 떠날 준비를 해야 한다고 말합니다.

 

새로운 세상을 꿈꾸는 젊은이들, 그들의 의도를 파괴하려는 자베르, 나라를 탈출하려는 장발장, 기약 없는 헤어짐을 슬퍼하는 마리우스와 코젯, 마리우스를 잃게되는 슬픔으로 가득찬 에포닌, 혼란을 틈타 자신의 부를 키우려는 떼나르디에.... 그들은 모두 각자 서로 다른 생각으로 혁명의 날인 내일을 맞이합니다.

 

젊은이들은 바리케이트를 준비하고, 마리우스는 에포닌에게 자신의 편지를 코젯에게 전해줄 것을 부탁합니다. 에포닌이 편지를 전하러 갔지만 코젯은 만나지 못하고, 장발장에게 편지를 주게 됩니다. 그리고 그녀는 마리우스를 만나기 위하여 바리케이트로 되돌아갈 것을 결심합니다.

 

젊은이들은 바리케이트를 만들고 정부군과 맞섭니다. 에포닌은 마리우스에게 가는 도중 총을 맞고 마리우스의 품안에서 숨을 거두게 됩니다. 자베르는 신분을 숨긴 채 젊은이 있는 바리케이트에 숨어들어 정보를 캐내면서 호시탐탐 시위대를 노리고 있었지만, 어린 가브로쉬가 자베르 경감의 정체를 폭로하고 자베르는 포로가 됩니다. 장발장은 마리우스의 편지를 읽고 마리우스를 찾아 마침 바리케이트에 도착하고, 그에게 자베르를 죽일 수 있는 기회가 주어집니다. 그러나 장발장은 자베르를 풀어주게 됩니다.

 

학생들은 바리케이트에서 하룻밤을 지새고, 그 고요한 밤에 장발장은 마리우스가 살아남기를 기도합니다. 다음 날 가브로쉬의 죽음을 필두로 앙졸라를 비롯한 모든 학생들이 전멸하고, 장발장은 의식불명의 마리우스를 업고 극적으로 하수구로 피신합니다. 그 하수구 더러운 곳에서조차 떼나르디에는 죽은 사람들의 몸에서 도둑질을 하던 중 장발장이 살인한 사람이라고 생각되는 한 시체, 즉, 마리우스의 몸에서 반지를 훔치고 장발장은 절체절명의 막다른 골목에서 자베르 경감을 만나게 됩니다. 마리우스를 살리기 위해 간청하는 장발장을 자베르는 보내 주게 됩니다.  자베르는 자신의 정의에 대한 원칙이 장발장의 자비와 사랑이라는 것에 무너지자 심하게 회의를 하게 되고, 결국 그는 세느강에 자신을 투신하여 자살하게 됩니다. 한편, 자신을 구한 사람이 누구인지 모르는 채 마리우스는 코젯의 간호 속에 서서히 회복해갑니다.

 

그러던 중, 마리우스와 코젯이 결혼하기 바로 전, 장발장은 마리우스에게 자신의 과거를 고백하고 그들의 결혼 후에 자신은 아무도 모르게 홀로 떠나야 함을 이야기합니다. 드디어, 마리우스와 코젯은 결혼하고 장발장은 그들의 안전을 위하여 홀로 떠납니다. 결혼식에 참석한 떼나르디에는 마리우스에게 공갈칠 목적으로 코젯의 아버지가 살인자라고 말하며 그 증거라면서 그 날 밤 시체에서 훔친 반지를 보여줍니다. 그러나, 그것은 마리우스 자신의 반지였으며, 이로써 자신을 구해준 사람이 어렴풋이 장발장이라는 사실을 짐작하고만 있었다가 확실하게 알게 됩니다. 그리고 그를 통해서 어디론가 가버린 장발장이 어느 수도원에서 홀로 죽어가고 있다는 사실도 알게 됩니다.  그는 코젯과 함께 장발장을 찾아갑니다. 죽음을 맞이하는 장발장을 만나, 이제까지의 숨겨진 모든 이야기를 듣고 이미 죽은 판틴느, 에포닌, 혁명을 위해 목숨을 바친 학생들과 함께 마지막 노래를 부르면서 그 대단원의 막은 내립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