글-隨筆 · 斷想

넋두리....

석전碩田,제임스 2011. 2. 19. 05:20

 

지난 1월 1일 이후 경비직, 미화직으로 근무하는 아저씨 아줌마들의 점거 농성이 아직까지 계속되고 있습니다.

 

이런 사태까지 오게 된 것은 누구의 잘잘못을 따지기 전에 우리 사회 시스템이 안고 있는 구조적인 문제라고 해야 옳을 것 같습니다.

 

법적으로 따지자면 우리 홍익대학교는 아저씨 아줌마들에게 잘못한 게 하나도없다는 말이 맞습니다.  [근로자 파견법]이라는 비정규직 근로자들을 채용할 수 있도록 하는 법률이 있는 한 이와 유사한 문제는 우리나라 어느 곳에서나 있을 수 있는 문제니까요.  지난 해 온 나라를 떠들썩하게 했던 현대 자동차의 비정규직 근로자들의 파업 농성도 따지고 보면 지금 우리가 겪고 있는 이곳의 문제와 똑같은 문제였습니다.  단지 다른 것이라고는 현대 자동차 사건은,  그래도 조금은 배운 사람들, 또 기술을 가진 사람들이 대기업을 상대로 '같은 일을 하니까  같은 대우를 해 달라'는 요구였다면, 홍대에서의 문제는 '우리 사회의 가장 힘없고 빽없는 경비직, 미화직 노동자이기 때문에 언론이나 국민의 여론이 동정적이라는 것'이 다를 뿐입니다.

 

일 주일에 한번씩, 이곳의 농성장에서 꼬박 밤을 새는 일을 하고 있습니다. 사무실에서 농성을 하고 있기 때문에, 그냥 마냥 사무실을 비워둘 수 없어 고육지책으로, 교직원들이 돌아가면서 최소의 인원으로 이런 비상 근무를 하고 있는 것이지요.  그런데 이 비상근무는 사무실 책상 앞에서 의자에 앉아서 꼬박 밤을 새는 일이어서 여간 힘든 노동이 아닙니다. 아저씨 아줌마들도 힘든 싸움을 진행하고 있지만,  목구멍이 포도청인 말단직원들의 설움도 있습니다.

 

이제 새로운 용역 업체가 결정이 되었고, 다음 주 21일부터는 근무가 시작이 됩니다. 아저씨 아줌마들의 요구를 받아들여, 새로운 용역 업체는 전에 근무했던분들이 지원할 경우 우선 채용을 하겠다고, 그리고 학교에서는 그들의 요구대로 인근 대학의 같은 용역직과 비슷한 수준의 임금 인상을 이미 단행하였습니다. 그러나, 이들의 파업을 이끌고 있는 민노총 지도부는, 아저씨 아줌마들에게 새로운 용역업체에는 채용 계약서를 쓰지 말라고, 자신들의 파업 농성을 분열시키기 위한 책동이라고 부추키면서 거짓말을 하고 있습니다.  그들은 이번 홍대의 파업이 자신들이 이루려고 하는 목적 - 비정규직 법안 철폐라는 정치적인 목적 - 을 달성하는 데 어떤 농성장보다도 좋은 곳이라고 생각하는 듯 합니다.

 

그러나 저들이 끝까지 양보하지 않은 채, 다음 주부터 새로운 용역업체의 업무가 개시되면 더 이상 고용의 기회가 없어질 것입니다. 그렇게 되면 저들은 싸움의 상대를 또 누구로 정해서, 똑같은 무리한 주장을 하게 될 지 궁금해지기도 합니다.

 

*

 

2월 마지막 주에는 2011학년도 새로운 학기가 시작이 되는, 아주 바쁜 일정이 계획되어 있는 주간입니다.  22일에는 졸업식이 예정되어 있고, 23일에는 입학식이, 그리고 24일에는 전체교수회의, 또 25일부터는 2박 3일간 신입생 수련회가 계획되어 있습니다.  새 출발하는 시점이지요. 모쪼록 이런 즈음에,  이번 사태가 서로 조금씩 양보해서 빨리 마무리되었으면 하는 바람 뿐입니다.

 

지금 시각이 새벽 5시...

이제 눈꺼풀이 무거워져 오고 시린 손과 발도 얼얼해져 옵니다.  제 개인적으로는 이 비상근무도 오늘이 마지막입니다.  담당자에게 다음주부터는 교학과의 새 학기 업무가 폭주하는 주간이기도 하고 또 잠을 하루 못자면 그 다음 날이 거의 생활이 불가능하다면서, 협박성(?) 부탁을 해서  승락을 받았기 때문입니다. ^&^

 

정월 대보름 달이 서쪽 하늘에 휘영청 걸려 있으면서 온 대지를 밝히고 있고 또 동쪽으로부터 서서히  여명이 밝아오는 것을 내다 보면서 그저  넋두리 한번 해 봤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