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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The blind side; 경기의 진화, 가족의 진화

석전碩田,제임스 2010. 6. 16. 17:10

 매주 목요일 저녁, 사역자 성경공부를 할 때 누군가가 이 영화를 같이 볼 수 있으면 좋겠다고 추천했습니다. 함께 영화를 볼 시간을 의논했지만 모두가 가능한 시간을 맞추기가 어려워 차일피일 하다가, 어느 날 여유 시간이 생겨 함께 보려고 했으나 아쉽게도 이미 개봉 극장에서 내린 후였습니다.  그래서 결국 인터넷에서 다운을 받아 감상을 할 수 밖에 없었습니다.  지난 달, 남아공 월드컵 축구 경기 관람을 위해서 새로 구입한 50인치 대형 텔레비젼에 USB 장치가 있어 극장에서 감상하는 것과 같은 묘미는 없었지만 그런대로 감상할 수 있어 다행한 일이었습니다.  아래 글은 어느 싸이트에 이 영화를 설명한 글이 있어 이곳으로 옮겨와 소개합니다.

 

상담을 공부하거나, 또는 인간애를 그린 영화, 또 온 가족들이 함께 볼 만한 영화를 찾는 사람들에게 추천하고 싶은 영화입니다.

 

미식축구는 플레이 휘슬이 울리기 직전 질서정연한 대형을 갖춘 침묵의 순간이 있다. 선수들이 각기 위치에 서고 라인배커들이 단단한 진영을 이룬다. 그다음 교통사고같은 충돌이 일어난다. 처음 공을 채고 뼈가 부서지기까지 4초를 넘지 않는다."
 
감동을 주는 영화들은 많이 있다. 역경과 고난을 극복한 인간승리나 위험하고 혼란한 상황에서도 잃지않은 휴머니즘에 대한 영화등 찾아보면 인간사가 참으로 복잡다단하구나 하는걸 느낄수가 있다. 하지만 이처럼 실화를 바탕으로 만든 영화들은 리얼리티나 메세지 혹은 감동의 무게에 눌려 왠지 모르게 지루하게 만드는 경향이 있는데 The Blind Side는 독특한 구성이나 파격적인 장치없이도 적절한 긴장감과 극전반을 지배하는 유쾌한 분위기를 통해 감동의 무게에 눌리지 않고 감동 그자체를 즐길수있게 해준다.

 


 

1초 : 실화

 

"Joe Theismann 레드 스킨스 쿼터백이 공을 채서는 러닝백에게 넘긴다."

 

The Blind Side를 보는내내 느낀거지만 뭔가 감동적인것 같으면서도 수다스러운 아줌마의 유별난 이야기를 듣는것처럼 들뜨게 만드는 무언가가 있었다. 이 영화속의 등장인물들의 특징이라고 한다면 컴플렉스나 트라우마같은 심리적 충격이 없다는것이다. 물론 주인공인 Michael Oher게는 지울수없는 심리적 상처가 있기는 하다. 하지만 이 영화는 이것마저 희화화 해 버린다..  "보호본능 98%." 영화를 본사람 이라면 이대사에서 씨익 미소지을 것이다.

 

개인적으로 이영화의 매력이자 나름의 미학이라고 한다면 이 독특한 실화속의 등장인물들이 절대 어두칙칙한 인물들이 아니라는것에 있다고 본다. 등장인물들 특히 노숙자나 다름없던 주인공 Michael Oher조차도 너무나 반듯하다는 것이다. 그리고 바로 이점에서 영화의 마지막에 실존 인물들이 등장하는것을 보고 놀라게 되는것이라고 본다.


 

2초 : 속임수

 

속임수인 Flea-Flicker. 러닝백이 다시 쿼터백에게 공을 넘긴다."

 

사람이라면 자신에게 닥친 어려운 문제들에 대해 주변환경이나 남탓을 해본적이 있을것이다. 물론 인간에게 환경과 조건의 영향은 절대적이다. 하지만 그런것에 연연해서는 절대 발전할 수 없는것이 또한 인간이다. 힘들고 고단한 환경속에서도 그것을 수용하며 묵묵히 나아가는 사람에게 함부로 대할사람은 아무도없다. 문제는 모두가 그렇지 못하다는데에 있다. 운명을 믿지 않으면서도 타고난 운명이란 어쩔수 없는가라는 생각이 들때가 많다.

 

개인적으로 헐리우드가 표방하는 가족주의를 싫어한다. 가족이 나쁘다는것이 아니라 인간의 모든 상황을 가족과 연결시키려는 모습이 너무도 상업적이고 구태의연하며 어쩔땐 심하게 정치적으로 보이기까지 하기때문이다. 가족이 중요하긴 하지만 근대에 이르러서는 개인이 중시되면서 인간의 가치에대해 폭넓은 접근이 이뤄지고 있음에도 헐리우드 영화들은 이익을 위해 지나치게 가족주의에 얽매이는 모습을 보여준다. 가족이란 말이 아닌 진정한 가족의 의미와 가치를 조명한다는 의미에서 The Blind Side는 밀리언달러 베이비 이후 내가 본 아주 괜찮은 가족영화인 것 같다.


 

3초 : 사각지대

 

"현재까지 플레이를 결정지을 방향은 쿼터백의 시야속에 있다. 하지만 그 결정은 이제 쿼터백의 시야 사각지대속에 놓인다."

 

실화를 바탕으로 한 소설이나 영화라면 일단 무게감이 좀 다를거라는 편견아닌 편견이 있을거라 본다. 그것은 바로 픽션과 실제상황이 갖는 의미가 그만큼 다르다는 것일것이다. 픽션이라면 아무리 현실적이라도 단지 환상일 뿐이라며 치부해 버릴수 있지만 실화일 경우 그것이 아무리 비현실적이라 할지라도 함부로 폄하하기가 힘들다. 그렇기 때문에 실화가 주는 의미는 일단 내용을 떠나서 보고 듣는 사람에게 남다르게 다가갈수밖에 없다.

 

하지만 The Blind Side는 시종일관 유쾌하다. 너무 가볍게 보여서 영화가 마치 실화이면서도 실화가 아닌것처럼 보이기까지 한다. 헌데 The Blind Side를 다보고 난이후 느껴진 감동에는 바로 이 유쾌한 분위기가 단단히 한몫하고 있었다. 잘곳이 없어 거리를 헤메는 소년에게 따뜻하게 다가가는 중산층 백인가족에게 어떤 사명감같은 것은 찾아볼수 없다. 단지 해야할일 하고 있는것 뿐이다. 서로간의 두려움과 어색함은 반듯함 성품과 몸가짐을 통해 아주 자연스럽게 한 마음으로 융합된다. 그렇기때문에 이들에게 찾아오는 작은 갈등속에서도 이들은 유쾌할 수 있다. 어찌보면 너무나 비현실적인 이야기지만 마지막장면에서 등장하는 실제인물들은 이영화가 결코 비현실적인 이야기가 아님을 보여준다. 당연한 것을 당연하게 보여주는 영화. 이것이 바로 The Blind Side가 갖는 매력이자 힘이다.


 

4초 : 선의

 

"Lawrence Taylor는 최고의 NFL수비수로 신인시절부터 줄곧 최고였다. 그로인해 미식축구도 현재의 방식으로 바뀌게 된다. 전설적인 쿼터백 Joe Theismann이 더이상 미식축구를 할수없게 되어버린 것이다. 그리고 Lawrence Taylor덕분에 Joe Theismann은 물론이거니와 내 운명까지 바뀌게 되었다."

 

도심 빈민가 임대주택에 모여사는 흑인들과 교외에 모여사는 백인중산층들의 대조적인 모습은 현재 미국사회의 모습을 단적으로 보여주는 구도이다. 마약에 찌든 어머니 덕분에 아버지가 누구인지 조차도 확실히 모르는 주인공 Michael Oher에게 미국사회에 대한 적개심이 없는듯이 그려지는것이 이상해 보일 정도다. 수양가정을 전전하던 Michael Oher가 우연찮게 부유한 백인들이 모여사는 학교에 입학하고 그로인해 또 우연하게 레이앤가족과 연결되는 모습에서 이들은 만날 운명이었을지도 모른다. 하지만 이걸 운명이라고만 치부해 버린다면 이 영화는 절대 감동적인 영화가 될 수 없을 것이다.

 

인간사회는 제도적 장치를 통해 안전을 담보 하려한다. 하지만 사회 구성원간에 신뢰가 깨진다면 제아무리 정교하고 강력한 제도가 있다고 해도 절대 그 사회는 유지될 수가 없다. 영화 도입부분에서 Lawrence Taylor 덕분에 쿼터백의 사각을 보호해주는 left tackle이란 포지션이 생겼으며 이 포지션이 갖는 특수성이 자신의 인생마저 바꿔버렸다며 담담히 Michael Oher와의 인연을 소개하지만 이건 어디까지나 레이앤의 겸손이다. 그녀가 11월의 추운밤 공기 아래서 반팔 셔츠만 입은 채 쇼핑백 하나 들고 힘없이 걷고있던 Michael Oher를 그냥 지나쳤다면 이들이 마주했던 그 수많은 우연이 낳은 인연은 결코 연결될 수 없었을것이다. 프로 미식축구에서 최고의 몸값을 받는 쿼터백을 보호하기위해 left tackle이라는 포지션을 만들며 경기가 진화했다면 제도권의 사각지대에 내동댕이 쳐진 Michael Oher를 보듬었던 <운명이란 이름의 선의>야 말로 인간사회가 진화할 수 있었던 동력이라는 것을 이 영화는 말해 주고 싶은 것이다.

 

오늘 내가 발 붙이고 살아가는 삶의 현장에서, 마음에 동하는 하나의 작은 선의(Good Will), 그것이 바로 우리와 우리 사회, 더 나아가서 우리의 삶 전체를 진화하게 하는 동력이 될 수 있다는 것이다.

*배경 음악은 영화 Austrailia에 주제곡으로도 사용된, Harry Nilsson의 Over the rainbow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