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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상,하나님의 신비 - 마이클 프로스트 著, IVP 刊

석전碩田,제임스 2010. 2. 6. 13:58

지난 며칠 동안 마이클 프로스트가 쓴 <일상, 하나님의 신비>를 읽으면서 일상의 평범한 삶 속에서 계시되는 하나님을 만날 수 있다는, 아니 정확하게 말하면 일상의 삶 속에서 하나님의 계시를 만나야 한다는 저자의 생각에 동감하며 같은 생각을 가질 때 오는 기쁨을 만끽할 수 있었습니다. 그리 두껍지 않은 책이지만 작은 책 속에서 소개되는 다양한 생소한 개념들이 많아서 책을 읽는데는 꽤 여러 날이 걸렸습니다. 

 

먼저 저자가 이 책을 쓴 동기가 무엇인지를 살펴보는 것이 중요할 것 같습니다. 그는, 우리가 절대로 양보할 수 없는 한 가지 진리 - 즉, 예수께서 하나님 자신이시며, 그리스도가 된다는 사실- 를 깨달은, 이 땅을 살아가는 그리스도인으로서, 아직까지 은혜의 세계 안으로 들어오지 못한 사람들에게 어떻게 이 진리를 효과적으로 나타내 보일 수 있을까 하는 거룩한 고민이 책을 쓴 동기라고 말합니다.  그리고 그 하나님의 계시, 즉 '하나님의 나라'는 이 세상 도처에서 확장되고 있으며 우리가 믿음의 눈을 열고 보려고만 한다면 어디에서든, 언제든 볼 수 있는 것이 하나님의 은혜라는 것을 그는 강조합니다. 그러므로 비그리스도인들에게 이 진리의 계시, 하나님의 나라를 소개하는 것은, 소위 말하는 거룩한 장소에서만 국한되어서는 안된다는 게 저자의 생각이자 강조하고 싶은 핵심입니다.   비그리스도인들은 일반적으로 교회 예배나 기도회 혹은 교회에서 주관하는 각종 프로그램에 참석하지 않습니다. 그렇기때문에 우리 교회 공동체가 그들에게 영향력을 미칠 수 있는 길은, 우리가 살아가는 "평범한 일상의 삶 속에서 발견되어지는 하나님을 소개하는 것"이 더 효과적이라는 그의 말에 전적으로 동감할 수 밖에 없었습니다.

 

우리가 살아가는 삶 속에서 관심을 가져야 하는 평범한 일상의 삶'이란 어떤 곳을 두고 하는 말일까요? 이 물음에 대해서 저자는 먼저 창조와 성육신의 사건을 이야기합니다.  그는 하나님의 창조와 성육신으로 설명되는 하나님의 구원의 사역이야말로 전율이 느껴질 만한 시적(詩的)인 사건인데, 우리들은 자꾸만 이 멋진 구원의 영역을 종교적인 영역 안에 가둬두려고 한다고 말합니다. 소위 종교적인 것과 비종교적인 것으로 나누어서, 교회가기, 기도, 성경읽기, 영적인 묵상 등은 거룩한 범주에 속하고 그와는 대비되는 활동, 즉 일상의 삶 속에서 일어나는 삶의 활동들은 세속적이거나 비종교적인 것, 또는 종교적인 잣대에 비춰볼 때 기껏해야 중립적인 것에 불과하며, 최악의 경우에는 퇴폐적이고 악독한 것이기까지 하다고 받아들이는 실수를 범하고 있습니다. 저자는 이런 이분법적인 생각이 넘처나는 기독교적인 분위기를 시적(詩的)인 사회에 반대되는 개념으로, 산문체(prose, 散文體) 세상이라고 지칭하고 있습니다.  그가 말하는 산문체 세상이란, "정해진 공식으로 짜여진 세상, 즉 기도와 사랑의 편지마저 공문서같이 들리는 그런 세계"를 말합니다.  만물을 창조하신 하나님은 어느 한 영역에 갇혀계신 분이 아니라, 만유 안에 계시면서 지금도 삶의 하찮고 또 천박한 구석 구석에서 창조의 활동을 하고 계십니다. 그리고 그 하나님의 창조의 활동에서 절정의 사건이 바로 하나님 자신이 사람의 몸을 입으시고 이 땅에 오신 크리스마스 사건, 즉 '성육신의 사건'이라고 그는 말합니다. 그리고 이 성육신의 사건에 동참하는 그리스도인이라면 지금도 이 세상에서 행하시는 하나님의 창조의 과정에 동참해야 한다는 것이 그의 생각입니다.

 

하나님의 창조의 사역에 동참하기 위해서 우리가 훈련해야 할 것 중에 가장 우선되어야 할 것은 바로 삶의 속도를 늦추고, 이목을 집중하여 우리가 살아가는 세상에서  하나님을 만나고 관찰하는 일입니다. 이목집중훈련은 현대를 살아가면서 모든 사람들이 매달리고 있는 실적위주, 속도주의 또 외형주의 등으로 오염되어 있을 때에는 절대로 볼 수 없는 것을 보기 위해서, 우리가 일부러 삶의 속도를 늦추고 아주 하찮은 작은 것에서도 하나님의 손길을 발견하려고 다짐하는 훈련입니다.  매일 동쪽에서 떠오르는 태양을 보고 그 경이로움을 볼 수 있는 훈련, 마틴 부버가 얘기했던 것처럼 나 아닌 다른 사람을 그저 다른 사람으로 바라보는 게(다른 사람을 객체화해 버리는 태도) 아니라, 그를 위해서도 그리스도께서 죽으셨다는 사실을 발견하고 상대방의 삶 속에 계신 그리스도를 바라 볼 줄 아는 눈, 또 평소에 지나쳐버렸던 삶 속의 작은 사건들 속에서조차도 전율을 느끼는 시적 감흥이 있는 자세가 우리에게 요구된다고 그는 말합니다.

 

과정과 사건을 설명하기 위해서 언급한 시간의 개념인 '카이로스'와 '크로노스', <이야기>로 만들어 가는 새로운 공동체- 교회, 변칙적인 통로를 통해서 우리에게 다가오시는 예수님의 은혜, 두 번째 태어난 믿음, 세렌디피티의 순간, 우리의 풍성한 삶을 위해서 우리에게 허락된 수많은 문화적인 수단들 - 영화, 음악, 춤, 문학, 사진, 등...그가 이 얇은 책에서 언급하고 있는 '일상의 삶의 영역'은 무궁 무진합니다.

 

예를 들어, 두 번째 태어난 믿음이라는 개념을 언급하면서 그가 말하고 있는 한 부분을 읽어보면, 그가 이 책을 통해서 우리로 하여금 어떤 믿음을 소유했으면 하는 바람이 잘 나타나 있습니다.

 

"한 번 태어난 믿음은 무언가 부족하다. 그것은 아주 단순한 해답을 추구하는 믿음이다. 한 번 태어난 영혼은 스스로 가치 있는 존재임을 확인하기 위해 모든 면 - 인간관계, 사업, 건강 등 -에서 형통해야 한다고 생각한다. 그런 사람은 타인을 이용해서 스스로 성공했다는 확신을 가지려 한다. 그들이 나에게 성공했다고 말하는 걸 보면 나는 그럴 듯한 인물임에 틀림없어!   그러나 두 번째 태어난 영혼은 자기의 존엄성이 그처럼 하찮은 데 있지 않음을 알며, 오직 그리스도 안에 계시된 하나님의 은총에 의지한다.  우리가 괜찮은 존재임을 아는 근거는 하늘과 땅을 창조하신 바로 그 분이 우리를 향한 은혜와 사랑을 나타내기 위해 십자가에 달리셨다는 그 사실이다. 내가 괜찮은 사람이라는 것은 하나님이 그렇게 생각하시기 때문이지 다른 이유가 있는 것이 아니다."(159P)

 

자꾸만 뒤쳐지는 것 같고, 또 다른 사람과 비교해서 자신이 한없이 작아지는 것 같아 뭔가 이뤄야 해결될 것 같은 조급증이 있다든지, 아니면 하나님의 은혜를 체험했던 기억이 가물 가물해서 자꾸만 우울해질 때 이 책을 읽어볼 것을 강력하게 추천합니다.  일상, 하찮은 데서조차에서도 하나님의 은총은 날마다 넘쳐난다는 사실 때문에 혼자 기도하는 중에 빙그레 웃을 수 있는 여유를 되찾게 될 것입니다.

 

원제, Eyes Wide Open - Seeing God in the Ordinary, by Michael Frost(published by Korea InterVarsity Press)