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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고 싶은 길을 가라 - 로랑 구넬 著, 조화로운삶 刊

석전碩田,제임스 2010. 1. 19. 17:38
  지난 해, 해오름 소그룹 12월 마지막 모임에서 선물로 받은 책, <가고 싶은 길을 가라>(로랑 구넬 지음, 박명숙 옮김/ 조화로운 삶 출판)를 천천히 읽으면서, 내 삶을 다시 한번 되새겨 보는 귀중한 시간을 가질 수 있었습니다. 큼직한 글씨로 씌여진 이 책은 마음만 먹으면 그저 2, 3일이면 다 읽을 수 있는 분량의 책이지만,  빨리 읽는 게 상책이 아니라는 생각에서 아주 천천히 음미하면서 읽다보니 거의 한 달이나 걸렸습니다. 

 

  책이 전하려는 내용은 대체적으로 단순합니다. 우리의 삶은 우리가 가지고 있는 생각이나 믿음, 가치관에 의해서 엄청난 영향을 받는다는 것, 그래서 우리가 어떤 생각을, 어떤 믿음을 갖느냐에 따라서 삶의 질(質)과 방향(方向)이 정해진다는 것입니다. 이 단순한 내용, 어쩌면 모든 사람이 머리와 이론적으로 인정하는 이 내용을 이야기하기 위해서 저자는 자신의 이야기부터 시작합니다. 머리로 이해하는 것이 중요한 게 아니라, 삶 속에서 어떻게 실천하는 가가 더 중요하다는 것을 말하기 위해서입니다. 일종의 자기 <삶의 간증>이랄까, 아니면 자신의 삶을 되돌아보는 여행을 다녀온 <여행 후기> 같은 이야기를 시작하면서 책을 써내려가고 있습니다. 프랑스에서 평범하게 교사로 일하는 저자가 어느 날 삶을 되돌아보는 여행을 위해서 인도네시아 발리라는 섬으로 한 달 정도의 여행을 계획하고 떠납니다. 그리고 그곳에서 만난 한 사람, 현자(賢者)와의 만남의 과정을 발리 섬의 아름다운 풍광과 함께 소개해주고 있는 것이 이 책의 모든 내용이라고 할 수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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후기를 쓰기 위해서 이 책을 소개하는 글들을 읽는 중에, 이 책을 번역한  박명희 번역자가 이 책에 대해서 진솔하게 고백한 글을 만났습니다. 저는 그녀의 말에 전적으로 동감을 표하고 싶습니다. 그리고 이 글이 이 책을 설명하는 어떤 글보다도 충분하지 않을까 하는 생각에서 전문을 옮겨 왔습니다.

 

[삶이 고달프다고 느껴지는 이들이 점점 늘어만 가는 것 같은 요즘입니다. 세상은 나날이 발전하고 더 풍요로워지는 것 같은데, 내 삶은 더욱더 각박하고 삭막해지는 것 같습니다. 아니, 그럭저럭 별로 부족함 없이 살아가는 것 같긴 한데 왜 내 마음은 늘 어딘가 비어있는 것 같은지 그 이유를 잘 모르겠습니다. 사랑하는 이들이 내 옆에 있는데도 왠지 외톨이처럼 느껴질 때도 있고요. 하지만, 요즘처럼 하루하루 살아가는 게 힘든 시기에 이런 푸념을 한다는 건 너무나 사치스런 일인 것만 같아 그저 마음속 깊이 묻어둔 채 일상을 살아갈 뿐입니다.
꿈이 무엇이었는지, 꿈을 꾸어본 적이 있었는지 기억조차 희미해지는 삶을 살고 있는 많은 분들에게 이 한 권의 책이 그 누구보다 좋은 삶의 멘토가 될 수 있지 않을까 조심스레 소망해봅니다. 아직 공부하고 있는 두 아들을 둔 엄마로서, 인생의 진로에 대해 고민하는 우리 아이들을 생각해봅니다.  사랑하는 부모님의 바람이나 기대, 또는 세상의 평가나 타인의 시선보다 더 중요한 것은 하나뿐인 자신의 삶이라는 것을 잊지 말기를 바랍니다.

 

오랫동안 힘들게 공부했지만, 자신을 기다리고 있는 건 그동안 꿈꾸어오던 이상적인 삶이 아닌 냉혹한 현실임을 깨닫고 좌절하는 수많은 우리의 젊은이들을 생각해봅니다.  당장 눈앞에 보이는 현실이 인생의 전부가 아니라는 것을, 절망을 느끼는 순간에조차 놓지 말아야 할 것은 자신의 “꿈”이라는 것을 말씀드리고 싶네요. 꿈을 잃어버린 삶은 영원히 싹을 틔우지 못할 죽어버린 나무와도 같다는 것을...... 자신이 원해서건, 타의나 상황에 떠밀려서건 제2, 제3의 인생을 새로이 만들어나가고자 하는 모든 분들을 생각해봅니다. 새로운 꿈을 꾸고, 새로운 삶을 만들어나가는 데는 반드시 어떤 어려움을 만나게 될 것입니다. 하지만, 그 어려움 앞에서 결코 멈춰 서서는 안 될 것입니다. 역경은 우리를 더욱더 강한 사람으로 만들기 위해 존재하는 것이니까요! 힘내시라는 말, 꼭 드리고 싶습니다.

처음 이 책을 만났을 때부터 번역하는 동안 내내, 그리고 출간되어 여러분들과 만나고 있는 지금 이 순간에도 내내 저의 마음을 따뜻하게 어루만져주고, 마음의 지침이 되어주었던 이 책이 독자 여러분의 마음에도 따뜻한 위안과 행복을 전해주는 나침반과 같은 값진 선물이 되기를 기도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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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들 이 정도면 괜찮은 삶이라고 하는데, 현재에 충실하고 만족하는 게 행복이라고 하는데, 여름 휴가지 발리에서 만난 현자가 그에게 묻습니다.

 

"이것이 당신이 원하던 삶인가요?"

'그냥 사는 게 다 그렇지 뭐' 하고 체념하는 그에게 현자는 불행한 사람이라고 말합니다. 그렇다고 이 책은 치열하게 앞으로 나아가라고 혹은 더 열심히 살라고 권하지 않습니다.  반대로 현재에 만족하는 삶이 가장 행복하다면서 실천하기 어려운 마음 수행을 내세우지도 않습니다.

 

이 책은, 그저 자신의 내면을 들여다보고 원하는 것이 무엇인지 발견해 내고, 그것을 실현하지 못하게 하는 방해 요소를 깨닫고, 스스로 삶을 선택하는 과정이 참 행복을 가져다 준다고 말하고 있습니다. 내가 잘 사는 건지를 성찰해보고 싶은 사람이라면 이 책을 천천히 음미하면서 한번 읽어볼 것을 권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