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러분 기수를 보면 인생 60이 한 눈에 단면으로 보이는 듯합니다. 그리고 저에게도
인생이 무엇인지를 깨닫게 해주는 것 같아 여러분들이 귀하게 보입니다. 뿐만 아니라
앞으로 제가 살아가야 할 남은 인생이 자신있어지는 것 같아 얼마나 좋은지 모릅니다."
고등학교 졸업 30주년 홈커밍데이 행사를 하면서 당시 우리를 가르쳤던, 이제는 정년
퇴직을 해서 백발이 성성해진 40여명의 은사들을 초청해서 일일이 마이크를 넘겨가며
소감을 듣는 시간에, 한 분의 은사께서 했던 말입니다.
저는 이 말을 듣는 순간, 그 선생님의 마음을 금방 이해할 수 있었습니다. 왜 저런 말씀
을 하시는지를 눈치를 챘다고나 할까요. 아마도 그 선생님은 우리 동기들의 모습을 누
구보다도 잘 아는 사람으로서, 졸업 후 10년, 20년, 30년이 지나면서 우리들이 사회
에서 성장해 가는 것을 보면서 느꼈던 소감을 피력한 것일 겁니다. 처음 10년 간은 아
무래도 학창 시절에 공부를 잘 하던 친구들이 두각을 나타냈을 것입니다. 아니 길게는
20년까지는 그랬을 것입니다. 그러나 30년이 지난 지금은 학창 시절에 그리 두각을 나
타내지 못했던 사람들이 앞으로 나서고, 앞에 서 있던 사람들이 뒤로 물러나는 상황을
너무도 극명하게 보는 현실을 접하면서 본인의 느낌을 그대로 표현한 것이라고 저는
이해했습니다. 매 10년 마다 졸업을 기념하는 홈커밍데이 행사를 치르는 기수가 우리
밖에 없었기 때문에 우리 동기들만 봐도 "인생이 한 눈에 보인다"는 그 말에는 '여러분
참 잘 하고 있습니다'라는 칭찬과 함께 '인생을 살아가면서 잘 났다고 뽐내며 잘난 척
하면서 교만한 인생을 살기보다는 겸손하게 살아가라'는 노년의 지혜가 담긴 말이라
는 것을 너무도 실감나게 느낄 수 있었으니 말입니다.
실제로, 이번 30주년 홈커밍데이 때와 10년 전 20주년 홈커밍데이 때 친구들의 모습에
서 느껴지는 느낌이 많이 다르다는 것을 별로 예민하지 못한 제가 느낄 정도였으니,
그 선생님이야 말할 나위도 없겠다는 그런 생각 말입니다. 앞으로 10년이 지난 뒤, 우
리 친구들이 모두 환갑을 맞는 때에는 아마도 더 많이 평준화(?)된 모습으로, 더 여유
있게 서로를 대할 수 있을 것입니다. 그래서 그 날의 우리 모습이 어떻게 변할까 많이
기대가 됩니다. 그러다 보면 인생 60년이 되는 셈이니 갑자기 서글퍼지기도 합니다만
인생이 바로 그런 것인데 어찌하겠습니까?
그 은사님의 삶에 대한 소회가 어떤 것인 지 이제는 알아차리시겠죠?
*
마태복음 20장에 보면 재미있는 비유 하나가 있습니다. 하늘 나라는 자신의 포도밭에
일할 일꾼을 찾으려고 아침 일찍 나간 주인과 같다라고 시작되는 비유의 내용을 읽어
보면 언뜻 이해하기 어려운 부분들이 있습니다.
그러나, 이 이야기의 결론은 우리로 하여금 우리 자신이 오후 5시에 포도원에 들어 온
일꾼이라는 사실을 자각하도록 하는 데 있는 것 같습니다. 아무것도 받을 자격이 없지
만, 전적으로 포도원 주인이 베풀어 준 은혜로 삯을 받을 수 있었던 일꾼이 바로 '우리
'라는 사실을 자각하도록 하고 싶은 게 이 비유의 목적이지 않을까 싶습니다.
하지만 정작 우리는 살아가면서 너무도 흔히 9시에 포도원에 들어간 자처럼 삶을 살아
가는 경우가 많습니다. 그래서 늦게 온 사람들을 보면서 자기 스스로는 단지 일찍 들어
온 사실을 자랑하고, 또 자기 자신이 몸소 이뤄놓은 그 때까지의 행위와 수고, 노력에
뿌듯해 하면서, 다른 사람을 판단하고 비판하면서 살아가는 태도 말입니다.
어떤 때에는 자기가 하나님인양 다른 사람을 비판하고 판단하면서 정죄하기도 합니다.
자기 자신이 오후 5시에 포도원에 들어온 자, 즉 아무것도 받을 자격이 없는 자이며 단
지 은혜를 받은 자라는 사실을 깨닫는 것이 중요합니다. 자신이 오후 5시에 포도원에
들어 온, 그저 은혜받은 자임을 깨닫는 것은 비록 그 사실을 깨닫지 못한 자보다 포도
원에는 늦게 들어 왔지만, 깨달음의 세계, 진리의 세계에는 먼저 들어 온 사람이라는
뜻이니까요.
"그러므로 꼴찌가 첫째가 되고, 첫째가 꼴찌가 될 것이다.”(마태복음 20 : 16)
<30주년 홈커밍데이 때, 포토월 앞에서 아내와 함께 포즈를 취해 봤습니다.>
▣ Bridge Over Troubled Water Sung By Simon And Garfunkel
When you're weary feeling small
When tears are in your eyes
I'll dry them all
I'm on your side
Oh when times get rough
And friend just can't be found
Like a bridge over troubled water
I'll lay me down
Like a bridge over troubled water
I'll lay me down
그대가 의기소침해 있을 때나
그대의 눈동자에 눈물이 맺힐 때
나 그대 곁에서 눈물을 닦아주리다
고난이 몰아쳐 와 친구들도 찾지 않을 때면
험한 세상의 다리가 되어
나를 당신께 바치리다
험한 세상의 다리가 되어
나를 당신께
When you're down and out
When you're on the street
When evening fall so hard
I will comfort you
I'll take your part
Oh when darkness comes
And pain is all around
Like a bridge over troubled water
I'll lay me down
Like a bridge over troubled water
I'll lay me down
그대가 자신을 잃고
낯선 거리에 서 있을 때나
고통의 밤이 오면
당신의 짐을 받아 주고
편히 쉬게 하리다
어둠이 밀려와 불안해 할 때
험한 세상의 다리가 되어
나를 당신께 바치리다
험한 세상의 다리가 되어
나를 당신께
Sail on silver girl, sail on by
Your time has come to shine
All your dreams are on their way
See how they shine
Oh if you need a friend
I'm sailing right behind
Like a bridge over troubled water
I'll ease your mind
Like a bridge over troubled water
I'll ease your mind
은빛 소녀여 노 저어 가세요
빛이 당신을 비추고 있어요
당신의 꿈들이 이루어집니다
저 빛나는 것을 보세요
당신이 친구를 원한다면
나 또한 노 저어 당신께 가겠소
험한 세상의 다리가 되어
당신의 맘을 편하게 해드리겠소
험한 세상의 다리가 되어
당신의 맘을 편하게 해드리겠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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