글-隨筆 · 斷想

고등학교 졸업 30주년 홈커밍데이

석전碩田,제임스 2009. 9. 18. 20:45

919, 이 날은 고등학교를 졸업한 지 30년을 기념하는 <고등학교졸업 30주년 홈커밍데이> 행사가 있는 날입니다. 고등학교를 졸업한 지 엊그제 같은데 벌써 30년이라니요.  

 

나는 개인적으로 고등학교 동창회 활동에 그다지 열성적이지 못해서 이런 행사가 있을 때에라야 일부러 참석하는 정도입니다만, 그동안 동창회에서 꾸준히 활동해 오는 친구들의 모습을 곁에서 보고 있노라면 '참으로 대단하다'라는 표현을 할 수 밖에 없습니다. 무슨 힘이 저 친구들을 저렇게도 열심있게 만드나 하는 그런 생각말입니다. 이런 동창회 활동이 그 어느때 보다도 활발하게 된 것은 수년 전부터 활성화되고 있는 포털 싸이트의 카페가 일익을 담당하지 않나 생각됩니다.  

 

흔히, 동창회를 한다고 하면 어느 음식점이나 호텔에 모였다가 술을 곁들인 저녁을 먹고, 사회에서 성공한 일부 동창들의 면면을 과시하는 순서를 몇 개 가진 후에 그나하게 취해서 집으로 돌아가든지, 음에 맞는 사람들끼리 2 차로 노래방이나 또 다른 술집으로 가서 삼삼오오 모여 얘기하다가 헤어지는 것이 우리들의 일반적인 동창회의 모습들이라는 것을 부인하기 어렵습니다. 그러다 보니 학창 시절 공부를 썩 잘해서 자랑거리가 없다든지, 또 졸업 후 사회에서 변변하게 내 세울만한 명함을 갖지 못한 동창들은 흔쾌히 동창회 활동을 하지 못하는 것도 사실입니다. 또 몇 번의 동창회 모임 후에 또 다른 상처를 받기도 하고 또 이상한 만남으로 발전해 가는 경우도 있습니다.  

 

나는 내일 일부러 시간을 내서 친구들이 열심으로 준비한 홈커밍 행사에 참석하려고 마음먹고 있습니. 비록 앞에 나서서 준비하는 수고는 하지 못하지만 준비된 행사를 '그저 참석함으로써 함께 하는것'의 즐거움을 가지려고 하는 것이지요.  

 

내가 이런 생각을 하게 된 것은 다름 아니라, 10년 전에 우리가 가졌던 20주년 홈커밍데이 행사에 대한 뿌듯한 자랑스러움과 즐거운 추억 때문입니다. 당시 별로 기대를 갖지 않고 참석했던 모임에서 제 나름대로 놀랐던 것은, 내가 그동안 생각해 왔던 그런 동창회의 모습이 아니었기 때문이었습니다.  

 

우리가 3년동안 뛰고 달렸던 대운동장에 카펫을 깔고 수십 개의 라운드 테이블로 장식한 모습은 마치 일류 호텔의 야외 파티장을 생각나게 했고, 앞에 꾸며진 무대에서는 빌려온(?) 게스트들의 공연이 아니라 사회의 각개 각층에서 활동하는 친구들이 자신들이 각자 직업 전선에서 기여하고 있는 재능을 십시일반 투입해서 만든, 그야말로 내용있는 볼거리들이 준비되었지요. 제 기억에, 당시 세간에서 회자되면서 인기를 얻었던 <용가리>라는 영화를 감독했던 동기 친구가, 그 무대에서 정식 개봉도 하기 전에 개봉을 했던 것 같습니다. 그리고 우리 학교 출신인 도산 안창호 선생님의 동상을 제막해서 모교에 기증하는 일도 동창회 행사 내용의 하나였고요. 아내와 함께 참석했던 10년 전의 그 아름답고 뿌듯한 추억 때문에 10년 후 30주년 행사에도 일부러 참석하려고 합니다. 그 때나 지금이나 가슴이 설레는 건 매 일반입니다  

 

며칠 전 동창회 카페에 올라 온 한 친구의 글이 감동적이어서 개인적인 내용 부분들은 삭제해서 소개 해 봅니다. 이 친구는 대학에서 산업 디자인을 가르치고 있는데, 글이 너무 진솔하고 공감이 됩니다동창회를 통해서 가족()의 사랑도 확인할 수 있었고, 또 본인은 오랜 시간 자기를 얽매고 있던 나쁜 기억(본인은 '트라우마'라고 표현할 정도임)에서 벗어나는 치유의 기쁨도 누렸다고 하니,자랑할 만한 동창회이지 않습니까?  

      

엠블렘을 만들며..  

 

10년전,

 

고교동창 2명이 찾아왔다. 학창 시절에는 말 한번 섞어본적 없는 동창들이다. 나에게 20주년 엠블렘을 부탁한다. 이들은 모른다. 난 절대로 디자인 작업은 공짜로 안한다. 어떻게 거절해야되나 이건 내 철칙이다.

 

이것이 첫 만남의 기억이었다. 그 뒤 어떻게 얘기가 진행됬는지는 기억이 안난다. 나는 순진무구한 그들의 열성이 괘씸(^^)해서 엠블렘을 만들었다.    

 

20주년 홈커밍데이는 전혀 예상치못한 결과를 낳았다. 그 날 이후 우리 딸에게 00고등학교는 최고의 학교가 됐다. 딸 아이 가슴에 자부심을 심어준 행사였다. 아빠의 멋진 친구가 자랑스러웠다. 특히, 하늘 아래서 본 야외 영화는 감동이었다. 학교앞을 지나기만 해도 생각만 해도 즐거운 추억이 되었다. 

 

딸 아이의 이런 반응은 나에게도 영향을 줬다. 나에게 고등학교는 생각하기도 싫은 곳이다. 무조건 다 싫다.그런데 홈커밍데이를 통해서 고등학교의 트라우마에서 벗어난것 같다.  

 

10년뒤,  

00이와 00가 찾아온단다. 난 짐작이 간다. 항상 바쁜 두 친구가 왜 오겠다는지. 그냥 전화로, "00야 엠블렘 부탁해 하면 될 것을. 굳이 시간을 맞추어서 온단다. 나는 별다방 커피와 수입 유기농 넥타, 리고 불루베리 케잌을 준비했다. 그냥 인스턴트 커피 한잔에도 즐거워할 친구들이지만. 특별히 대접하고 싶었다.  

 

그날  

우리는 시간이 어떻게 지나는지도 모르며  

킥킥대며  

애들처럼  

꿈을 꿨다.  

 

엠블렘을 만들면서 재미있었다. 먼저 작업할 일이 있었지만 하다보면 어느 새 30주년 엠블렘을 손보고 있는 내 자신을 발견하게 되었다. 새벽 3시까지 작업하면서도 재미있었다. 친구들을 생각하면 빨리 보여 주고 싶었다.  

 

공짜로 하는 일인데 이건 정상이 아니다.  

0000는 경험적으로 알거다. 난 절대로 공짜 일은 안 한다는 것을. 그런데 이 일은 재미있다. 생각해보니 공짜로 하는 일이어서 재미있나 보다.  

 

엠블렘을 건네 주면서 난 애기하고 싶었다. 단지 친구들 앞에서 하는 피티를 위해서 출력과 배접을 다섯 번이나 했다고. 난 보여주고 싶었다. 책상 속에 쌓아놓은 과정물들을. 난 물어보고 싶었다. 내 작품을 얼마짜리로 생각하냐고. 난 친구들이 내가 한 작업을 남는 시간에 적당히 한 작업으로 생각할까 걱정이 됐다. 난 요구하고 싶었다. 멋진 홈커밍데이를 꼭 해야한다고난 내가 제일 잘 할수있는것으로 최선을 다했으니까.(후략)

 

*  

 

사람이 자기 친구를 위해 자기 목숨을 내놓는 것보다 더 큰 사랑은 없다. 내가 너희에게 명하는 것을  행하면, 너희는 내 친구다. (요한복음 15:13~14)

 

▣ Andante, Andante Sung By ABBA

 

Take it easy with me, please

Touch me gently like a summer evening breeze

Take your time, make it slow

Andante, Andante, just let the feeling grow

Make your fingers soft and light

Let your body be the velvet of the night

Touch my soul, you know how

Andante, Andante, go slowly with me now

 

제발 천천히 하세요

여름 밤에 부는 미풍처럼 부드럽게 어루만져주세요

시간을 가지고, 천천히 하세요

천천히, 천천히, 그 감정이 점점 커지게 하세요

당신의 손가락으로 부드럽고 가볍게 어루만져 주세요

당신의 몸이 밤의 벨벳이 되도록 말이예요

내 영혼을 만져주세요. 어떻게 하는지 아시잖아요

천천히, 천천히, 지금 나에게 천천히

 

I'm your music (I am your music and I am your song)

I'm your song (I am your music and I am your song)

Play me time and time again and make me strong

(Play me again 'cause you're making me strong)

Make me sing, make me sound

(You make me sing and you make me...)

Andante, Andante, tread lightly on my ground

Andante, Andante, oh please don't let me down

 

나는 당신의 음악(난 당신의 음악이고 난 당신의 노래예요)

나는 당신의 노래(난 당신의 음악이고 난 당신의 노래예요)

몇 번이고 다시 나를 연주해 강하게 만들어주세요

(다시한번 나를 연주해요. 당신은 날 강하게 만드니까요)

날 기쁘게 해주세요. 날 신선하게 해주세요

(당신은 날 기쁘게, 날... 만들어주죠)

천천히, 천천히, 땅을 가볍게 걷듯이 말이예요

천천히, 천천히, 오, 제발 날 실망시키지 마세요

 

There's a shimmer in your eyes

Like the feeling of a thousand butterflies

Please don't talk, go on, play

Andante, Andante, and let me float away

I'm your music (I am your music and I am your song)

I'm your song (I am your music and I am your song)

Play me time and time again and make me strong

(Play me again 'cause you're making me strong)

Make me sing, make me sound

(You make me sing and you make me...)

Andante, Andante, tread lightly on my ground

Andante, Andante, oh please don't let me down

 

당신의 눈동자에는 희미한 빛이 있어요

수천마리 나비의 느낌같은

제발 말하지 말고, 계속해요, 연주를...

천천히, 천천히, 내가 떠가게 해주세요

나는 당신의 음악(난 당신의 음악이고 난 당신의 노래예요)

나는 당신의 음악(난 당신의 음악이고 난 당신의 노래예요)

몇 번이고 다시 나를 연주해 강하게 만들어주세요

(다시한번 나를 연주해요. 당신은 날 강하게 만드니까요)

날 기쁘게 해주세요. 날 신선하게 해주세요

(당신은 날 기쁘게, 날... 만들어주죠)

천천히, 천천히, 땅을 가볍게 걷듯이 말이예요

천천히, 제발 날 실망시키지 마세요

 

Make me sing, make me sound

(You make me sing and you make me...)

Andante, Andante, tread lightly on my ground

Andante, Andante, oh please don't let me down

Andante, Andante, oh please don't let me down

 

날 기쁘게 하죠. 날 완전하게 하죠

(당신은 날 기쁘게, 날... 만들어주죠)

천천히, 천천히, 땅을 가볍게 걷듯이 말이예요

천천히, 제발 날 실망시키지 마세요

천천히, 제발 날 실망시키지 마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