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침에 읽는 한 편의 詩

담쟁이 - 도종환

석전碩田,제임스 2009. 8. 11. 16:02

 

  담쟁이

 

저것은 벽

어쩔 수 없는 벽이라고 우리가 느낄 때

그 때


담쟁이는 말없이 그 벽을 오른다

물 한 방울 없고,

씨앗 한 톨 살아남을 수 없는


저것은 절망의 벽이라고 말할 때

담쟁이는 서두르지 않고 앞으로 나간다

한 뼘이라도 꼭 여럿이 손을 잡고 올라간다


푸르게 절망을 다 덮을 때까지

바로 그 절망을 잡고 놓지 않는다

저것은 넘을 수 없는 벽이라고 고개를 떨구고 있을 때


담쟁이 잎 하나는

담쟁이 잎 수천 개를 이끌고

결국 그 벽을 넘는다

 

* 배경음악은 Michael Cretu의 Moonlight Flower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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