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침에 읽는 한 편의 詩

단추를 채우면서 - 천양희

석전碩田,제임스 2009. 2. 12. 17:42

 

 단추를 채워 보니 알겠다

 세상이 잘 채워지지 않는다는 걸

 단추를 채우는 일이

 단추만의 일이 아니라는 걸

 단추를 채워 보니 알겠다

 

 잘못 채운 첫단추, 첫연애 첫결혼 첫실패

 누구에겐가 잘못하고

 절하는 밤

 잘못 채운 단추가

 잘못을 깨운다

 

그래, 그래 산다는 건

옷에 매달린 단추의 구멍찾기 같은 것이야

단추를 채워보니 알겠다

단추도 잘못 채워지기 쉽다는 걸

옷 한 벌 입기도 힘들다는 걸

 

 

해마다 이맘 때 쯤이면 자주 듣는 이야기, "첫 단추를 잘 채워야 한다."라는 말입니다.  어느 덧 추웠던 겨울도 지나고, 입춘도 지났습니다. 조금있으면 새 봄과 함께 신학기가 시작이 될 것입니다. 이 즈음에 다시 한번 천양희 시인의 이 시을 꺼내 읽어 봅니다.

 

*배경음악은 Billy Joel의 Piano Man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