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침에 읽는 한 편의 詩

해마다 봄이 되면 - 조병화

석전碩田,제임스 2009. 2. 13. 13:13

해마다 봄이 되면

어린시절 그분의 말씀

항상 봄처럼 부지런하여라

땅속에서, 땅위에서, 공중에서

생명을 만드는 쉼없는 작업

지금 내가 어린 벗에게 다시하는 말이

항상 봄처럼 부지런 하여라

해마다 봄이 되면

어린시절 그분의 말씀

항상 봄처럼 꿈을 지녀라

보이는 곳에서, 보이지 않는 곳에서

생명을 생명답게 키우는 꿈

봄은 피어나는 가슴

지금 내가 어느 벗에게 다시 하는 말이

항상 봄처럼 꿈을 지녀라

 

해마다 봄이 되면

어린시절 그분의 말씀

항상 봄처럼 새로워라

나뭇가지에서, 물위에서, 저언덕 대지위에서

솟는 대지의 눈

지금 내가 어린 벗에게 다시하는 말이

항상 봄처럼 새로워라.

    

 감상 : "부지런한 봄..." 매서운 겨울이 지나고 죽었던 대지에서 새로운 활기찬 생명을 부활시키는 봄은 시인의 눈에 부지런함으로 비쳤나 봅니다. 보이지 않는 곳에서 열심히 부지런히 생명을 잉태하고 있다가, 새 봄을 맞아 보이는 생명의 모습으로 우리 눈 앞에 펼치는 봄...시인은 해마다 반복되는 이 생명의 신비를 보면서, 어릴 때 앞선 세대로부터 들었던 똑같은 너무도 자명한 그 말을 여전히 또 다른 세대인 어린 벗에게 전합니다. 봄처럼 부지런하여라. 새 봄을 맞은 이 즈음에 시인의 깊이 있는 묵상을 따라가 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