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닭- 윤희상큰 누님이 결혼한다고 도배하는 날,방안의 장롱을 마당으로 꺼내 놓았다그래서, 마당에서 놀던 장닭과장롱 거울 속의 장닭이 만났다한쪽에서 웃으면, 다른 한쪽에서 웃고한쪽에서 폼을 잡으면, 다른 한쪽에서 폼을 잡고한쪽에서 노래를 하면, 다른 한쪽에서 노래했다그러다가, 갑자기장닭이 장닭에게 덤벼들었다서로 싸웠다놀란 사람들은 하던 일을 멈췄다누가 먼저 덤벼들었는지 모른다다행히 장닭은 크게 다치지 않았다거울이 깨졌다사람들은 눈앞의 장닭이거울이 깨지면서거울 속에서 걸어 나온 장닭인지마당에서 놀다가 거울 속으로 걸어 들어간 장닭인지아니면, 또 다른 장닭인지아무도 알지 못했다- 시집 (문학동네, 2014)* 감상 : 윤희상 시인.1961년 12월, 전남 나주시 영산포에서 태어나 광주 동신고를 거쳐, 서울예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