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침에 읽는 한 편의 詩

설날 아침에 - 김종길

석전碩田,제임스 2009. 1. 23. 19:36

 

매양 추위 속에
해는 가고 오는 거지만

 

새해는 그런대로 따스하게 맞을 일이다.

 

얼음장 밑에서도 고기가 숨쉬고
파릇한 미나리 싹이
봄날을 꿈꾸듯

 

새해는 참고
꿈도 좀 가지고 맞을 일이다.

 

오늘 아침
따뜻한 한 잔 술과
한 그릇 국을 앞에 하였거든

 

그것만으로도 푸지고
고마운 것이라 생각하라.

 

세상은
험난하고 각박하다지만
그러나 세상은 살 만한 곳,

 

한 살 나이를 더한 만큼
좀더 착하고 슬기로울 것을 생각하라.

 

아무리 매운 추위 속에
한 해가 가고
또 올지라도

 

어린것들 잇몸에 돋아나는
고운 이빨을 보듯

 

새해는 그렇게 맞을 일이다.

 

p.s. 추운 겨울 날에 맞이하는 설.

늘 설날만 되면 추운 겨울의 혹독함 속에서도 새봄을 기다리는 만물의 생리를 묵상하면서 겸손해지는 마음을 갖게 되는 시인의 마음을 엿볼 수 있습니다. 얼음장 밑에서 움직이는 고기며, 꽁꽁 언 미나리꽝에서 새봄에 새롭게 싹이 나는 자연의 순환의 원리를 말입니다. 아무리 매운 추위 속에 한 해가 가고 또 올지라도  절망하지 않고 세상은 살 만한 곳이라는 마음을 가질 수 있는 것은, 어린 것들 잇몸에서 새 이빨이 돋는 것처럼, 늙은 이들은 이렇게 사라져 가더라도 삶의 순환도 또 이렇게 이어져갈 것이기 때문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