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침에 읽는 한 편의 詩

선운사에서 - 최영미

석전碩田,제임스 2008. 11. 26. 17:08

꽃이
피는 건 힘들어도
지는 건 잠깐이더군
골고루 쳐다볼 틈 없이
님 한번 생각할 틈 없이
아주 잠깐이더군

 

그대가 처음
내 속에 피어날 때처럼
잊는 것 또한 그렇게
순간이면 좋겠네

 

멀리서 웃는 그대여
산 넘어 가는 그대여

 

꽃이
지는 건 쉬워도
잊는 건 한참이더군
영영 한참이더군

 

 

p.s. :

오늘 고른 시는 본교 대학원(서양미술사) 출신 최영미 시인의 작품입니다.
그녀의 처녀시집(1994년 출판)  '서른, 잔치는 끝났다'는 50만부 이상 팔린 
베스트셀러로 시집 판매량으로는 세계적으로도 드문 경우라고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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