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해 끝자락 울린 한돌의 노래, 그리고 합창
한돌의 음악은 한 해를 보내는 고단함으로 지친 사람들 가슴속을 한 그릇 해장국처럼 흘러다녔다. 음악을 그리워한 이들에게 그의 노래는 구수한 시래기요, 시원한 열무김치다. 나무와 돌처럼 오래 한자리에 붙박고 있는 것들이 저절로 날마다 새롭게 드러내는 아름다움이다.
지난해 세밑, 마음이 더 바쁘던 어느 오후에 안내 말씀 한 자락이 도착했다. “절하며…이날, 일요일 저녁 꼭 오세요^^ 고마움. 정기용+안상수 모심.” 글 뒤에는 재미난 포스터 두 장이 붙어 있는데 한 장은 사자머리를 한 과학자 아인슈타인이요, 또 한 장은 어느 집 부뚜막 풍경이었다. 그 위에 얹힌 글 또한 범상치 않다. ‘(한돌·타래·음악회)·효자동·해장국·집 12·30·일요일·저녁·7시15분·홍대앞·요기가’.
풀어보니 이러했다. “12월 30일 일요일날 저녁 7시15분에 홍대 앞 ‘요기가’라는 갤러리에서 한돌의 음악회가 열리니 오시기를 청합니다. 아인슈타인(한돌의 독일어 뜻이라 한돌의 별명임)이 자작곡을 노래하는데 인연이 얽힌 효자동에 있는 해장국집(부뚜막 사진을 제공한 음식점)이 그날 부를 노래의 주제입니다. 건축가 정기용과 타이포그래퍼·디자이너 안상수가 함께 모십니다.”
효자동(정확한 지명은 통의동) 해장국집은 문화계 인사들에게 동네 복덕방 같은 곳이다. 열 자리 남짓 작고 허름해도 30년 내력을 지닌 데다 걸쭉할 정도로 진한 뼈다귀 해장국으로 이름이 나 이 집 국을 며칠 못 먹으면 입이 심심하다는 골수 팬도 많다.
풀어보니 이러했다. “12월 30일 일요일날 저녁 7시15분에 홍대 앞 ‘요기가’라는 갤러리에서 한돌의 음악회가 열리니 오시기를 청합니다. 아인슈타인(한돌의 독일어 뜻이라 한돌의 별명임)이 자작곡을 노래하는데 인연이 얽힌 효자동에 있는 해장국집(부뚜막 사진을 제공한 음식점)이 그날 부를 노래의 주제입니다. 건축가 정기용과 타이포그래퍼·디자이너 안상수가 함께 모십니다.”
효자동(정확한 지명은 통의동) 해장국집은 문화계 인사들에게 동네 복덕방 같은 곳이다. 열 자리 남짓 작고 허름해도 30년 내력을 지닌 데다 걸쭉할 정도로 진한 뼈다귀 해장국으로 이름이 나 이 집 국을 며칠 못 먹으면 입이 심심하다는 골수 팬도 많다.
‘효자동·해장국·집’ 음악회를 만든 세 사람. 왼쪽부터 노래꾼 한돌, 타이포그래퍼 안상수, 건축가 정기용씨. |
시원한 열무김치 맛 또한 예술이어서 국보다 김치에 입맛 다시며 오는 이도 있다. 출판인 김경희, 미술평론가 성완경, 건축가 정기용씨가 20년 넘는 원로 단골이고 알음알음으로 그 뒤를 잇는 문화계 동지가 넘친다.
얘기는 2년 전쯤으로 거슬러 올라간다. 우연히 이 해장국집에서 만난 정기용씨와 안상수씨가 이런저런 얘기 끝에 한돌에게 이 집에 얽힌 따끈한 인연을 노래로 만들어달라 해 연말 음악회를 열자고 의기투합했다. 한돌 또한 주인장이 특별히 제공한 막걸리 한 사발에 넘어갔으니 노래는 이렇게 흘러가고 있었다.
“험한 세상 찬바람에 마음 시려워도/ 그 집에 가면 풀린다네 따뜻하게/ 변함없이 산다는 게 쉬운 일은 아니지/ 술 취한 바람 속에 꽃잎 날리네. 라라라~~너의섬 철새들아 효자동에 가보렴/ 오래된 새로움을 보게 되리라/ 여기저기 눈치 보며 떠다니지 말고/ 비틀어진 너의 꿈을 생각해보렴. 라라라~~”
한돌이 누구인가. ‘터’ ‘개똥벌레’ ‘홀로 아리랑’ 등의 노래로 당대를 풍미한 해장국 같은 노래꾼 아닌가. 본명 이흥건보다 ‘작은 돌의 역할이라도 하자’는 뜻의 한돌로 더 널리 알려진 그는 이날 밤 오래 못 부른 노래를 깊이 불렀다. 노래 한 곡 만드는 데 보통 몇 년씩 걸리는 그가 모처럼 속도를 냈으니 ‘효자동·해장국집’은 김경희 선생의 덕담처럼 널리 불리게 될 좋은 노래가 될 듯싶다.
이날 밤의 주인공은 무대가 아니라 단연 객석이었다. ‘손님을 왕으로 모신다’며 푸대접하는 저잣거리의 관습이 싫다고 말문을 연 안상수씨는 “우리는 아예 팸플릿에 초대 손님 이름을 다 박았다”고 너스레를 떨었다. 해장국집 주인장 김충곤(79)씨, 작곡가 이건용씨, 건축가 민현식·이종호·김영준씨, 공연기획가 주홍미씨 등 가족들 손을 잡고 온 손님들은 모처럼 푸근한 자리가 흥에 겨운 듯 박수로 노래에 힘을 싣고 후렴구는 따라 부르며 분위기를 돋웠다.
음악회의 내레이터로 활약한 정기용씨는 즉석에서 ‘음유 건축가’란 별호를 받았다. 열 일 제치고 키보드를 맡은 변성용씨, 아버지의 노래를 받아 부른 한돌의 딸 이푸름, 베이스 기타를 울린 조자씨 등 모두들 구수한 해장국 냄새를 풍기며 저무는 한 해를 느릿느릿 놓아 보냈다.
정기용씨는 “때려 부수는 것을 경축하는 도시 서울에서 효자동 해장국집처럼 변치 않고 자기 자리를 지키는 것의 멋을 찬양하자”고 했다.
‘오래된 새로움’을 본 한 해의 끝이 깊어갔다.
얘기는 2년 전쯤으로 거슬러 올라간다. 우연히 이 해장국집에서 만난 정기용씨와 안상수씨가 이런저런 얘기 끝에 한돌에게 이 집에 얽힌 따끈한 인연을 노래로 만들어달라 해 연말 음악회를 열자고 의기투합했다. 한돌 또한 주인장이 특별히 제공한 막걸리 한 사발에 넘어갔으니 노래는 이렇게 흘러가고 있었다.
“험한 세상 찬바람에 마음 시려워도/ 그 집에 가면 풀린다네 따뜻하게/ 변함없이 산다는 게 쉬운 일은 아니지/ 술 취한 바람 속에 꽃잎 날리네. 라라라~~너의섬 철새들아 효자동에 가보렴/ 오래된 새로움을 보게 되리라/ 여기저기 눈치 보며 떠다니지 말고/ 비틀어진 너의 꿈을 생각해보렴. 라라라~~”
한돌이 누구인가. ‘터’ ‘개똥벌레’ ‘홀로 아리랑’ 등의 노래로 당대를 풍미한 해장국 같은 노래꾼 아닌가. 본명 이흥건보다 ‘작은 돌의 역할이라도 하자’는 뜻의 한돌로 더 널리 알려진 그는 이날 밤 오래 못 부른 노래를 깊이 불렀다. 노래 한 곡 만드는 데 보통 몇 년씩 걸리는 그가 모처럼 속도를 냈으니 ‘효자동·해장국집’은 김경희 선생의 덕담처럼 널리 불리게 될 좋은 노래가 될 듯싶다.
이날 밤의 주인공은 무대가 아니라 단연 객석이었다. ‘손님을 왕으로 모신다’며 푸대접하는 저잣거리의 관습이 싫다고 말문을 연 안상수씨는 “우리는 아예 팸플릿에 초대 손님 이름을 다 박았다”고 너스레를 떨었다. 해장국집 주인장 김충곤(79)씨, 작곡가 이건용씨, 건축가 민현식·이종호·김영준씨, 공연기획가 주홍미씨 등 가족들 손을 잡고 온 손님들은 모처럼 푸근한 자리가 흥에 겨운 듯 박수로 노래에 힘을 싣고 후렴구는 따라 부르며 분위기를 돋웠다.
음악회의 내레이터로 활약한 정기용씨는 즉석에서 ‘음유 건축가’란 별호를 받았다. 열 일 제치고 키보드를 맡은 변성용씨, 아버지의 노래를 받아 부른 한돌의 딸 이푸름, 베이스 기타를 울린 조자씨 등 모두들 구수한 해장국 냄새를 풍기며 저무는 한 해를 느릿느릿 놓아 보냈다.
정기용씨는 “때려 부수는 것을 경축하는 도시 서울에서 효자동 해장국집처럼 변치 않고 자기 자리를 지키는 것의 멋을 찬양하자”고 했다.
‘오래된 새로움’을 본 한 해의 끝이 깊어갔다.
중앙일보 정재숙 기자johanal@joongang.co.kr
진도에 있는 남녘교회의 모습..안 선배님이 학생들을 데리고 디자인기행을 갈 때 마다
들리고 하신다는 그 교회당입니다.
농촌 목회를 하면서 '작은 예수'로 살아가고 계신 깨어있는 목자들을 이 시간 생각해 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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