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월 - 오세영 '벌써'라는 말이 2월처럼 잘 어울리는 달은 아마 없을 것이다. 새해 맞이가 엊그제 같은데 벌써 2월, 지나치지 말고 오늘은 뜰의 매화 가지를 살펴보아라. 항상 비어 있던 그 자리에 어느덧 벙글고 있는 꽃, 세계는 부르는 이름 앞에서만 존재를 드러내 밝힌다. 외출을 하려다 말고 돌아와 문득 털 외투를 벗는 2월은 현상이 결코 본질일 수 없음을 보여 주는 달, '벌써'라는 말이 2월만큼 잘 어울리는 달은 아마 없을 것이다. - 시집, (시와시학사, 1992) * 감상 : 오세영 시인. 1942년 전라남도 영광(靈光)에서 태어났으며, 본관은 해주(海州)입니다. 전주 신흥 고등학교를 졸업하고 서울대 국문학과에 진학, 동 대학원에서 석.박사 학위를 취득했습니다. 충남대학교(1974~1981)와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