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고로 더운 날이라고 모든 언론들이 호들갑을 떨었던 날, 정말 이런 날에 삼각산을 오르는 일이 쉬운 일은 아니었습니다. 애초에 생각했던 상장능선 ~ 육모정고개 ~ 밤골 또는 사기막골 하산 코스는, 계곡 길이 아니라 땡볕 능선으로 걸어야 하는 상장능선 코스가 아무래도 무리라는 지적에 따라, 그 역순으로 오르는 걸 선택했습니다. 물론 상장능선은 제외하고, 육모정 고개 쯤에서 영봉 쪽으로 돌아 우이동 계곡으로 하산하기로 하고 말입니다. 산행의 기점은 효자비였습니다. 예상 대로 아침부터 푹푹 찌는 삼복더위의 기세는 만만치가 않았지요. 그러나 효자비에서 숨은바위 바로 전까지 이르는 길은 우거진 숲으로 인해 나무 그늘로 걸을 수 있었고, 또 밤골을 건너는 쯤에 흐르는 계곡물에 세수를 하면서 더위를 식힐 수 있었지요. 숨은바위에 다다르기 전, 산행이 금지된 군부대 경계선 쪽으로 접어드는 것이 오늘 산행의 Key Point인데, 다행스럽게도 그 지점을 놓치지 않고 안전하게 접어들 수 있었지요. 이 코스의 장점은, 별로 알려지지 않은 코스인데다 계곡이 깊어 한 여름이지만 물이 그런대로 많다는 것이지요. 물론 삼천사 계곡보다야 물이 많지 않지만...호젓하면서 산행로 몇 미터만 벗어나면 아무에게도 눈에 띄지 않을 정도로 우거진 미인답의 밀림삼림이 일품인 코스... 6사단 출신 대단한 이빨(?)이 썰을 풀던 넓직한 바위 위에서 점심을 하면서 흐르는 땀을 등물로 씻어내기도 하고, 몽골에 다녀온 얘기며, 골프 얘기며 이야기 보따리를 한 시간 남짓 풀어 놓으며 널럴하게 휴식을 취합니다. 그 시간 동안 우리를 지나간 산행객은 2, 3명이 고작... 맑은 물이 흐르는 계곡에는 군데 군데 산행객들이 훌러덩 벗고 자기만의 휴식을 맘껏 취할 수 있는 그런 곳이었지요. 그곳에서 육모정 고개로 가기 위해서 약간의 계곡 오름을 오르는 길, 이 곳에서 결국 오늘 산행에 나선 세명의 선후배들은 일을 저지르고 말았습니다. 무슨 일이냐구요? 글쎄요. 계곡이 깊다 보니, 물흐르는 소리가 심상치 않고, 저만치 보이는 계곡물의 맑기가 정말 환상적이더군요. 그리고 오가는 사람이 없는 천혜의 밀림 산행길을 걷노라니, 갑자기 발가벗고 목욕을 할 수 있는 기회가 바로 오늘이다 싶더라구요. 하얀 폭포들이 굽이 굽이 흐르는 계곡 쪽으로 무조건 내달립니다. 수정같은 하얀 물들이 고여 하늘색을 띄는 소(沼)들이 층층이 폭포를 이루고 있는 계곡은 천혜의 목욕탕 바로 그것이었습니다. 그 다음부턴 상상에 맡길게요. 하하 ^&^
* 육모정 고개에서 영봉으로 가야하는데, 나뭇군과 선녀가 된 기분으로 멋진 Naive Bath를 즐긴 탓에, 길을 잃고 말았지요. 왼쪽으로 접어들어 육모정 고개로 향해야 하는데, 그냥 직진해서 오르다 보니, 인수대피소에 다다른 것입니다. 하기야, 이 더운 날 영봉을 오르지 않은게, 불행 중 다행스런 일이긴 하지만 말입니다. 인수대피소에서 도선사쪽으로 하산해서 시원한 냉방 버스를 타고 홍제동 유진상가까지 이동하면서, 신나게 오수를 즐기고 나니, 마치 한 나절 신선놀이를 하고 돌아 온 듯한 날아갈 듯한 기분입니다. (들리는 음악은 Foreigner의 I want to know what love is입니다.) '여행과 산행후기' 카테고리의 다른 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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