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침에 읽는 한 편의 詩

나를 열받게 하는 것들 - 안도현

석전碩田,제임스 2006. 1. 26. 19:47

 

새해가 시작된 지 한 달이 지났지만 아직도 '새해 복 많이 받으

라'는 근하신년 그림을 보내게 되네요. 새해 복 많이 받으시고

새해에는 더욱 건강하시고, 또 소원 성취하는 한 해가 되길 간

절히 소원합니다.

 

*

저는 오늘, 새뱃 돈으로 사용하기 위해서 5000원 신권을 귀한

분의 도움으로 충분히 확보를 해 두었습니다. 이제는 새뱃돈

을 주는 입장이 되다 보니, 해마다 설날을 준비하는 일은, 나

름대로 만나야 하는 아이들의 머리 숫자를 생각해서 새뱃돈

을 준비하는 일부터 시작이 됩니다.

설 연휴가 시작되는 내일은 하루 쉬면서, 먼저 찾아 봐야 할

곳을 몇 군데 방문해서 미리 세배를 드릴 예정입니다. 그리고

저녁에는 아버님 추도 모임을 집에서 가질 계획도 세워 두고

있습니다.

설날이 정확하게 일요일과 동시에 겹치다 보니 교회에서 중

책을 맡은 가족들의 일정과 매끄럽게 조정하기가 쉽지 않기

때문입니다.

 

*

며칠 전부터 전경린의 새로운 소설, '언젠가 내가 돌아오면'

을 읽고 있습니다. 새로 채용한 외국인 교수의 비자 발급을

위해 출입국 관리사무소를 가면, 정처없이 기다려야 하는데,

이 때의 무료함을 달래기 위해 읽을 책을 구내 서점에서 구입

했지요. 소설 속에 푹 빠져 있다 보니 이제 이 일도 거의 마

무리 되어 가고 있어 행복합니다. ^&^

 

*

며칠 전에 읽었던 안도현 시인의 시, '겨울 숲에서'를 읽은 후

많은 분들이 시가 너무 좋았다면서 답장을 주셨습니다. 똑

같은 시인이 쓴 이런 시도 한번 읽어 보세요. 삶의 고달픔을

유머스럽게 표현한 시인의 치기어린 마음을 엿볼 수 있을 것

입니다.

 

 

나를 열받게 하는 것들

                                                                         안 도 현

 

나를 열받게 하는 것들은,

후광과 거산의 싸움에서 내가 지지했던 후광의

패배가 아니라 입시비리며 공직자 재산공개 내역이 아니라

대형 참사의 근본원인 규명이 아니라 전교조 탈퇴확인란에

내손으로 찍은 도장 빛깔이 아니라 미국이나 통일문제가

아니라 일간신문과 뉴스데스크가 아니라

아주 사소한 것들

나를 열받게 하는 것들은,

 

이를테면,

유경이가 색종이를 너무 헤프게 쓸 때,

옛날에는 종이가 얼마나 귀했던 줄 너 모르지?

이 한마디에 그만 샐쭉해져서 방문을 꽝 걸어 잠그고는

홀작거리는데 그때 그만 기가 차서 나는 열을 받고

민석이란 놈이 후레쉬맨 비디오에 홀딱 빠져있을 때,

이제 그만 자자 내일 유치원 가야지 달래도 보고

으름장도 놓아 보지만 아 글쎄, 이 놈이 두 눈만 껌뻑이며

미동도 하지 않을 때 나는 아비로서 말못하게 열받는

 

밥 먹을 때, 아내가 바쁘다는 이유로 시장을 못 갔다고

아침에 먹었던 국이 저녁상에 다시 올라왔을 때도 열받지만

어떤 날은 반찬가지수는 많은데 젓가락 댈 곳이 별로 없을 때도

열받는다 어른이 아이들도 안 하는 반찬투정하느냐고

아내가 나무랄 때도 열받고 그게 또 나의 경제력과 아내의 생활력과

어쩌고 저쩌고 생활비 문제로 옮겨오면 나는 아침부터 열받는다

나는 내가 무지무지하게 열받는 것을

겨우 이만큼 열거법으로밖에 표현하지 못하는

나 자신한테 열받는다

죽 한그릇 얻어 먹기 위해 긴 줄을 서 있는 아프리카 아이들처럼

열거는 궁핍의 증거이므로

 

헌데

열받는 일이 있어도 요즘 사람들은 잘 열받지 않는다

열받아도 열받은 표를 내려고 하지 않는다

요즘은 그것이 또한 나를 무진장 열받게 하는 것이다

 

 

▣ Tie a yellow ribbon round the old Oak tree sung by Tony Orlando

 

I'm comin' home, I've done my time

Now I've got to know what is and isn't mine

If you received my letter telling you I'd soon be free

Then you'll know just what to do

If you still want me

If you still want me

Tie a yellow ribbon round the ole oak tree

It's been three long years, do ya still want me?

If I don't see a ribbon round the ole oak tree

I'll stay on the bus, forget about us

Put the blame on me

If I don't see a yellow ribbon round the ole oak tree

Bus driver, please look for me

'Cause I couldn't bear to see what I might see

I'm really still in prison and my love, she holds the key

A simple yellow ribbon's what I need to set me free

I wrote and told her please

Tie a yellow ribbon round the ole oak tree

It's been three long years, do ya still want me?

If I don't see a ribbon round the ole oak tree

I'll stay on the bus, forget about us

Put the blame on me

If I don't see a yellow ribbon round the ole oak tree

Now the whole damn bus is cheering

And I can't believe I see

A hundred yellow ribbons round the ole oak tree