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침에 읽는 한 편의 詩

사랑한다 - 정호승

석전碩田,제임스 2005. 12. 14. 13:54

사랑한다


- 정호승

 

밥그릇을 들고 길을 걷는다  

목이 말라 손가락으로 강물 위에  

사랑한다라고 쓰고 물을 마신다  

갑자기 먹구름이 몰리고  

몇날 며칠 장대비가 때린다  

도도히 황톳물이 흐른다  

제비꽃이 아파 고개를 숙인다  

 

비가 그친 뒤  

강둑을 내려다본다  

젊은 송장 하나가 떠내려오다가  

사랑한다  

내 글씨에 걸려 떠내려가지 못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