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의 1분 묵상

성탄절 설교 중에 감상한 세 편의 시

석전碩田,제임스 2021. 12. 26. 06:33

"Who, being in very nature God, did not consider equality with God something to be grasped, but made himself nothing, taking the very nature of a servant, being made in human likeness. And being found in appearance as a man, he humbled himself and became obedient to death-- even death on a cross!"(Phil. 2:6~8)

"그는 근본 하나님의 본체시나 하나님과 동등됨을 취할 것으로 여기지 아니하시고 오히려 자기를 비워 종의 형체를 가지사 사람들과 같이 되셨고 사람의 모양으로 나타나사 자기를 낮추시고 죽기까지 복종하셨으니 곧 십자가에 죽으심이라"(빌 2:6~8)

* 묵상 : 성탄절과 송년주일이 연달아 있는 올 해 성탄절은 이래저래 풍성한 성탄 메세지로 진짜 '메리 크리스마스'가 아닐 수 없습니다.

탄절의 의미가 무엇인지에 대한 설명으로 성경 빌립보서에 기록된 오늘 말씀은 가장 정확하게 그 핵심을 이야기 하고 있는 구절일 것입니다.

'근본 하나님의 본체'셨지만 스스로 낮아지셔서 사람의 모습으로 이 땅에 오신 '성육신'의 사건에서부터 보내신 이, 즉 하나님의 뜻에 순종하여 십자가에 죽으신 대속 사건까지 기록하고 있기 때문입니다.

제 드린 비대면 성탄절 예배에서 설교를 담당한 목사님은 바로 이 성탄의 의미를 무려 세 명의 시인이 노래한 시 3편을 언급하며 선포하셨는데 시 감상의 즐거움에 빠져있는 제 개인적으로는 얼마나 행복했던지요. 감옥 안에서 빌립보 교회 성도를 향해 사도 바울이 쓴 성탄의 메세지가 이성적이고 논리적이며 또 정확한 말씀에 근거한 딱딱한 설명이었다면 이 들 세 명의 시인이 노래한 시는 바울의 목소리에 아름다운 곡조와 선율을 입힌 듯했습니다.

[사랑의 밀사密使]

     - 박노해 
 
나는 빛의 밀사로 여기 왔다
어둠 속에 빛을 찾는 네 눈동자에 
 
나는 사랑의 밀사로 네게 왔다
마음이 가난한 자 네 아픈 가슴에 

나는 간절히 기다려온 너의 방 앞에
가만가만 다가가 문을 두드린다 

눈 내리는 숲의 벌거벗은 나무처럼
언 땅속의 씨앗처럼 떨려오는 꽃눈처럼
네 맑은 가슴에 비밀히 속삭인다 

그래도 사랑이 많고 선해야 한다
아파도 양심을 지키고 함께해야 한다
인간의 자유의지를 포기하지 말아야 한다
날마다 앞을 바라보며 나아가야 한다

나는 밀행하는 희망의 전령
빛이 온다
희망이 여기 와 있다
그러니 더 사랑하라 

악의 신비를 뚫고 비밀히 감촉된
그 하늘빛이 너를 가호해 주리니
네 사랑이 너를 강건하게 하리니

[내가 만약]
 
- 에밀리 디킨슨

내가 만약 한 사람의 가슴앓이를
멈추게 할 수만 있다면
나는 헛되게 세상 사는 것이 아니리.
내가 만약 누군가의 아픔을
쓰다듬어 줄 수만 있다면
혹은 고통 하나를 달래줄 수만 있다면
더하여, 나래 지친 울새 한 마리를 도와
제 둥지로 돌아가게 할 수만 있다면
나 결코 헛되게 세상 사는 것이 아니리.

[초 한대]

- 윤동주

초 한대 ㅡ
내 방에 품긴 향내를 맡는다

광명의 제단이 무너지기 전
나는 깨끗한 제물을 보았다.

염소의 갈비뼈 같은 그의 몸
그의 생명인 심지

백옥 같은 눈물과 피를 흘려
불살려 버린다.

그리고 책상머리에 아롱거리며
선녀처럼 촛불은 춤을 춘다.

매를 본 꿩이 도망하듯이
암흑이 창구멍으로 도망한
나의 방에 품긴
제물의 위대한 향내를 맛보노라

- 시집, <하늘과 바람과 별과 시>(1948)

예수님, 저의 죄를 사하시려고 스스로를 아무것도 아닌 존재로 만드신 주님께 감사드립니다. 그리고 아무 의미가 없었던 성탄절이 저에게 어떤 의미가 있는지 개인적으로 알게 하셨사오니 바울처럼, 또 오늘 감상한 시의 시인들처럼 이 사랑의 노래와 기도를 날마다 하게 하옵소서. - 석전(碩田)